(소비자경제=김형민 기자) 한국수자원공사(사장 윤석대)는 그간 거액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해외투자에 집착하면서 경영 악화를 자처했다는 비판에 노출돼왔다. 지난 10월 말 국정감사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들끓었고, 윤석대 사장도 국감장에서 허리를 숙이며 경영 개선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공사는 무리한 해외투자 지속으로 재정 악화일로를 보이고 있다. 공사의 글로벌 해외기업 출자에 따른 지난해 잠정 손실액만 3365억 원에 달한다. 이로 인한 여파는 올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특히 공사는 2022년 미국 조지아 기업인 ‘넨스크라 하이드로’에 출자했던 전액이 투자 실패로 망실됐음에도 지난해 또다시 76억 원을 추가로 출자하는 무리수를 던졌다.
지난 10월 국감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적시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는 당시 지난해 말 기준 공사의 해외사업(외국기업 10곳)에 대한 취득가액이 5833억 원, 장부가액이 2467억 원으로 집계됐다며, 잠정 손실액이 3365억 원에 달한다고 짚었다.
공사가 투자한 해외기업 10곳 중 출자 규모가 가장 컸던 ‘넨스크라 하이드로’의 경우 손실도 가장 컸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사는 미 조지아 자회사인 JSC 넨스크라 하이드라를 통해 주(州) 정부가 발주한 민관협력 수력발전사업 참여가 확정된 바 있다. 그러나 EPC(설계·변경·시공) 용역 해지, 주 정부와의 요금 협상 결렬 등으로 현재 사업이 공전하고 있어 사업 정체에 따른 손실이 막대한 실정이다.
공사가 해외사업 최대 포트폴리오로 삼았던 넨스크라 사업은 당초 2015년 8월 착공해 지난 2021년 3월 완공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조지아주 정부와 협상이 틀어지면서 착공마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올해가 끝나가는 시점까지도 해당 사업이 재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렇다 보니 공사는 2345억 원을 들여 넨스크라 지분 92.86%를 보유했지만, 지난해 잠정 손실액은 출자액의 97% 수준인 2269억 원으로 집계됐다. 그에 앞서 지난 2022년에는 2269억 원의 출자액 100%가 잠정 손실로 잡힌 이력도 있어 공사 재정상황에 적신호가 켜진 바도 있다.
특히 공사는 2022년 당시 출자액이 전소된 가운데서도 그 이듬해 같은 투자처에 76억 원을 추가 투입했고, 이를 장부가액으로 산정하며 잠정 손실액 규모를 줄이는 등 급한 불을 끄는 데 급급했다는 문제 제기에도 노출됐다.
이에 공기업 재원을 마치 경제·금융 상식이 부족한 일반인이 주식 투자하듯이 운영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실제 공기업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수자원공사와 같이 해외투자를 위해 공격적으로 재원을 출자 운영하는 기업도 보기 드물다는 게 중평이다.
에너지업계 한 거대 공기업 관계자는 본지에 “통상 공기업의 경우 공공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자금 운용을 보수적으로 하는 편”이라며 “특히 (해외사업을 위한 자금) 출자 전후로 각별하게 리스크를 검토, 관리한다. 3000억대 손실을 본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인데, 거기에 후속 투자까지 감행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했다.
이에 공사는 지난 국감에서 당해 후발 출자한 76억 원은 사업 정상화를 위한 법인 운영비라는 설명을 내놨다. 아울러 후발 출자를 통해 사업을 유지할 수 있었기에 이는 손상처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편 공사의 또 다른 해외 포트폴리오인 필리핀 앙갓 하이드로파워 사업도 손실이 적지 않다. 공사는 앙갓댐 수력발전사업을 수주한 상태이나, 지난해 말 기준 손실액은 1008억 원에 이른다.
해외투자 거듭된 패착에 공기관 경영평가 등급도 B로 추락
거듭된 해외 출자 실패로 공사는 영업이익 구조도 피폐한 상황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A등급이었던 공사의 경영평가 등급을 한 단계 추락시킨 직격탄이 됐다.
공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3219억 원으로, 전년(5889억 원) 대비 47% 감소했다. 동기간 영업이익률도 지난 2022년(12.4%)과 비교해 6.8% 고꾸라졌다. 최근 수년간 실적을 살펴봐도 공사의 영업이익 추이는 안정적이지 않다. 2019년 3287억 원, 2020년 5494억 원, 2021년 4518억 원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공사의 경영평가 등급 하락으로 이어졌다. 공사는 지난 2020~2022년 3년에 걸쳐 경영평가 A등급으로 우수 포지션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B등급으로 하향됐다. 절대등급의 경우도 지난 2022년 A등급에 올라섰지만 지난해에는 해외사업 실패와 수익성 하락으로 C등급으로 2단계 수직낙하했다.
이에 윤 사장의 ‘방만 경영’ 논란도 잇따랐다. 거듭된 해외 출자 실패 속에서도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현지 사업을 추진하는 등 거대 리스크를 자처하는 무리수를 뒀다는 평이 대체적이다. 특히 자사 직원들의 안전과 재정 위기를 담보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거센 비판에 노출됐다.
이에 공사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글로벌 경기 악화 지속과 국제금리 상승에 따른 건설원가 급증 등으로 우크라이나 사업 여건이 악화됐다는 설명을 내놨다. 아울러 향후 해외사업 리스크를 줄이는 데 주력하겠다고도 했다.
공사 측은 “2022년과 지난해 잠정 손실액은 일시적 현상으로 현지 사업이 재개되는 등 상황이 풀리면 손실액 회수와 수익률 제고가 가능할 것”이라며 “우리 공사도 재정·사업 정상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정부와 함께 해외사업 조정안을 검토 중이고, 조지아 정부와도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해 꾸준히 소통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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