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작업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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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작업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문화매거진 2024-12-24 13:38:51 신고

▲ 나무위키에서 가져온 반딧불이 이미지
▲ 나무위키에서 가져온 반딧불이 이미지


[문화매거진=구씨 작가] 힘들게 오른 오르막길 끝에 작은 공간에서 공연이 시작된다. 크면 크고 작으면 작은 공연장에는 지하철 자리처럼 좁은 의자들이 가까이 붙어있다. 다들 옷차림이 두툼해진 겨울은 역시나 서로가 더 가까워지는 계절이다. 작은 움직임에도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나는 이 자리가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복잡한 서울에서 우리가 함께 이 공연 앞에 앉아있다는 사실은 우연한 만남에서 인연까지의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과 퍼포머는 옹기종기 모여 인사한다. 전시의 오프닝과는 또 다른 그 광경에서 공연인(?)의 의리와 낭만을 보며 나는 나의 동료, 그리고 한 해 동안 방문한 다양한 전시장을 떠올려본다. 

공연을 본 두 지인/관객의 대화가 인상 깊다. 

“왜 이렇게 촉촉해졌어.” 
“...”

추운 겨울밤 많은 이들이 공연 이 끝나자마자 건물 바로 옆에서 담배를 피운다. 사람들 입김과 연기가 섞이면서 하늘로 사라진다. 아주 짧은 소감은 ‘재미있었다.’라는 말이나 인상 깊은 장면을 짚어내는 것에 그치지만 여기에 우리가 함께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 갖게 되는 공감대가 겨울바람을 타고 두 볼에 새겨진다. 두 관객의 대화는 공연을 보고 난 이의 촉촉한 감동과 그것을 괜히 다독여보는 이의 대화였다. 공연은 감성적인 서사를 담고 있지 않았다. 그가 촉촉해진 부분은 분명 공연을 해 나가는 이들의 마음과 그들의 열정 때문일 것이다.

작업과 전시를 하고 오프닝에 가고 토크 프로그램에 가면서 계속해서 보는 사람들을 또 마주친다. 어느새 아는 얼굴이 되고 어느새 인스타그램 친구가 되고 어느새 우리는 인사를 나누지 않고 서로의 이름과 활동을 알게 된다. 기술 발전 시대에 삭막해 보일 수도 있는 이 흐름은 사실은 꽤나 달콤하고 따뜻하다. 올해 인사 없이 4회를 마주친 누군가가 있다. 내년에도 그와 마주친다면 인사를 해야겠다. 우리가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 또 같다면 우리는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겠지?

전시장에 가는 길이 가끔은 순탄치 않다. 미술관이 아닌 전시장은 숨어있고 작거나, 낮거나, 높다. 나는 찾아가고, 돌아가고, 내려가고, 올라간다. 그 과정에서 가끔 ‘누군가’를 발견한다.

‘저 사람이다! 저 사람이 나와 같은 곳을 간다!’ 이 문장은 거의 매번 100% 맞다. 내가 모르는 것은 그 전시장의 관람객인지 작가인지 또는 큐레이터인지 정도다. 우리는 같은 곳을 향해 간다. 원피스 위로 칙칙한 색상의 큰 점퍼를 입고 자기 몸보다 큰 백팩을 멘 당신, 오랜 시간을 함께한 듯 보이는 부츠와 단단히 여민 귀여운 목도리를 한 당신, 쪼글쪼글한 에코백을 든 당신을 따라가면 나는 나의 목적지에 당도할 수 있을 것이다. 

반딧불이처럼 많은 예술인들이 다른 예술가의 작업을 찾고 또 본다. 예술인의 머리에서 빛이 난다면 우리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반딧불이처럼 만나고 길잡이가 되어줄 텐데… 우리가 서로를 향해서만 다가가는 행적으로 인해 예술이 내부에서 도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계속해서 다른 누군가와 나누는 방법을 생각하고 고민하며 가끔은 비예술인 부모님을 앞에서 어떤 순간보다 어려운 작업을 설명해 본다. 또 누군가는 회사에 다니는 친구를 전시장으로 소환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아주 먼 대구에 살고 있는 누군가를 소환한다. 

나의 소환술로 이해까지의 연결은 실패할 수도 있지만 전시장에 올 반딧불이 예술인을 믿어보자. 

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운 예술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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