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유정 작가] 누군가 문인화가 무엇이냐 물으면 그림일기라고 답하곤 한다. 일상이나 생각, 마음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나름 충실하게 이 생각을 따르며 작업하다 넌지시 물음표를 던지기 시작했다.
개인의 기록으로 만족할 수 있는가?
아니.
현시대의 기록자로 살고 싶은가?
예스.
무엇을 어떻게 기록하고 싶은가? (무엇을 보고 싶은가?)
모르겠다. 다만 타인의 이야기(사건)을 기록하는데에 두려움이 앞선다.
어떤 주제의 기록을 시도해볼 수 있는가?
모르겠다...
모르겠다 뿐인 나와의 대화를 잇던 중 김기로 작가님의 기록을 보았다.
두 팔에 가득 파묻은 몸둥이를 바라보며 나도 항상 작업실 구석에서 저러고 있지 생각한다. 가장 아늑하게 나를 위로하는 몸짓을 상상하다 고개를 들기를 종종. 그리고.
작업을 하는게 무슨 일을 한다는거지, 되묻곤 한다.
작업을 하는 사람이란게 무얼 하는 사람인지 되묻고 한다.
묻다보면 시대의 어떤 이야기를 기록하는 사람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원하든 원치않든 남겨지는 것은 기록되니 말이다. 어쩌면 단순히 내가 나의 기술을 빌어 그런 일을 하고 싶은 것일테다. 개인의 내면 표현을 넘어 개인이 속한 시대의 단편을 어떠한 방식으로 기록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 것일게다.
여기 내가 추구해야 할 길을 걷는 작품이 있어 소개한다. 김기로 작가님의 세월호 추모 작품이다. 천운의 기회로 언제 다시 설치될지 모른다는 작업을 보고 온 참이다.
이 작품을 본 사람이 있다면 조심스레 물어볼 것 같다.
무엇이 기억에 남으셨어요?
저는 똑, 똑, 통, 통.. 두드리는 소리요. 소리가 선명해서 제가 그들을 기억하는 책임을 조금스럽게 가지게 돼요. 제가 그들을 기억해도 된다는 용기를 가지게 돼요.
용기, 타인을 기억하는 용기, 이타심, 타인을 위한 마음 씀 등 내가 결여된 채로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던 것. 어쩌면 나와 같은 이들이 결여됨을 느끼고 있는 것에서 기록할 주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김기로 작가님과 같이 온기를 기록하는 사람. 지금은 여기까지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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