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조성일 기자] 지금까지 우리는 연보 작성을 비롯하여 나를 설명하는 키워드 찾기, 그리고 자기소개서까지 써보면서 자서전에 무엇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착상을 많이 떠올렸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그것을 좀 더 구체적이고 탄탄하고 촘촘하게 설계하는 ‘기획’에 대해 알아보자.
일단 자서전의 ‘기획’이란 말을 집짓기의 ‘설계’란 말로 치환해 보자.
집을 짓기 위해 무슨 일부터 하는가. 무작정 터를 닦고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덮는가. 물론 그렇게 할 수 있다. 경험이 풍부하고 숙달된 전문가라면 머릿속에 이미 설계도 그려져 있을 터이므로 가능하다.
하지만 여러분은 초보 중에서도 초보다. 심하게 말하면 집 짓는 구경이라도 제대로 한 번 해본 경험조차 없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전체적인 조감도는커녕 집 짓기의 개념조차 머릿속에 없다. 그래서 설계도를 그리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거다.
이왕 얘기가 나온 김에 이해를 돕기 위해 집 짓기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보자. 우리는 집을 지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따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잘 알고 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설계도를 그리는 것이다. 어떤 집을 어디에 어떻게 지을 것인지 고민한 것을 바탕으로 자신이 짓고자 하는 집의 얼개를 만든다.
설계도가 없어도 집은 지을 수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짓는 사람이 공정과 재료 이런 것들을 나름 머릿속에 그려가면서 하나하나 지어나가면 된다. 그런데 완공한 집을 보면 설계도에 따라 지은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텔레비전에 소개되는 전원주택 중에는 설계도도 없이 집주인이 혼자서 시간 나는 대로, 또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어서 지은 집들도 있다. 텔레비전은 그 집을 제대로 지었는지를 평가하기보다는 혼자서 해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대단하다’는 인상비평을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꼼꼼히 들여다보면 어딘지 모르게 부족한 2%를 발견할 수 있다. 거주인의 동선이 부자연스럽고, 공간이나 부속물들의 배치도 은근히 비효율적이다. 그 점이 즉흥적으로 지은 집의 매력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살기에 불편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계획 없이 집을 짓다 보면 거주인의 사용 목적에서 벗어난 정체불명의 집을 짓기 쉽다. 시작은 했지만 언제 완공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또한, 즉흥적 발상으로 이것저것 추가하다 보면 예산도 예상 밖으로 불어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자서전도 마찬가지다. 자서전의 본격 집필에 앞서 세부를 기획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기획은 이정표와 같다.
기획서를 만들지 않고도 자서전은 쓸 수 있다. 머릿속으로 잠깐 궁리하고 나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쓰면 된다. 그러나 기획서 없이 써 내려가다 보면 조만간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하게 된다. 난관에 부딪히면 금세 앞이 막막해지고 그대로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기획서가 없을 때 가장 흔하게 부딪히는 난관이 시계열의 문제다. 어떤 화제에 몰입해서 쓰다 보면 이야기가 시대별로 일관성 있게 흐르지 않고 뒤죽박죽 얽힐 가능성이 높다. 그 화제에 대해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까지 구분 없이 뒤섞이면서 정체불명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어릴 때 뒷산에서 놀던 이야기를 하다가 지금도 등산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쓰고, 산의 아름다움과 심신 정화 효과에 관해서 쓰고, 아내와 산에 가서 화해한 이야기를 쓰고 하는 식이다. 농담 같겠지만 의외로 이런 일이 흔하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한없이 늘어나는 문제도 허다하게 발생한다. 자서전은 누구의 얘기를 쓸까. 당연히 내 얘기다. 그런데 어떤 사건에서 ‘나’가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었을 경우 자신도 모르게 사건의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가 흘러가 버릴 수 있다. 처음에 ‘내 이야기’ 중심으로 글의 방향을 구체화하지 않은 채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실수다.
기획이라는 작업을 통해 자서전의 구조를 미리 짜고, 어느 위치에 어떤 소재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미리 계획을 세워두면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집필 도중에 예상하지 못한 복병을 만난다 해도 차근차근 극복하고 예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래서 본격 집필에 앞서 자서전을 기획하는 작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기획은 꼼꼼할수록, 촘촘할수록 좋다. 혹시 소설가들의 작품 얼개를 짜놓은 걸 본 적 있는가. 작가마다 다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촘촘하고 복잡하게 짠다고 한다. 그래도 글을 진행해 나가다 보면 논점이나 노선 일탈이 생기기 일쑤이다. 이럴 때 ‘경로을 다시 탐색하겠습니다’며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네비게이션이 바로 기획서이다.
글을 쓰다 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의외로 샘솟는 경험을 한다. 물론 이런 것들 중에도 건질 게 있긴 하지만, 문제는 진도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기 쉽다는 점이다. 또한 가던 길을 엉뚱하게 유도하기도 한다.
이게 꼭 나쁘냐 좋으냐의 관점에서만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도 굳이 강조라는 건 기획안이 마련돼 있으면 틈틈이 들여다보면서 글의 진행을 점검하고 나아갈 방향을 체크하는 이정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기획서부터 작성하는 게 성공 자서전 쓰기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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