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희의 PR 토크] 원자력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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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희의 PR 토크] 원자력의 역설

독서신문 2024-10-31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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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희 ㈜박찬희 PR 대표

원자력 만큼이나 그 안전성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에너지 원은 없을 것 같다. 전문가들은 사실 가장 안전한 발전 방식이라 주장하는 반면에, 일반인들은 핵무기와 같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퇴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 모르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근원적인 불안감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10여 년 전 한국수력원자력 홍보실장으로 재직할 때 일이다. 한 영화사로부터 원자력 재난 영화 촬영을 위한 협조 요청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여서, 원자력에 대한 불안감이 극도에 달했을 때라 나는 여러 차례 양해를 구하며 거절했다. 그러나 몇 년 후  ‘판도라’라는 제목으로 결국 영화화되었다. 친원과 반원 진영간 논란도 많았던 그 영화는 해외 영화제까지 초청되었다. 영화를 관람한 미국의 유명 영화감독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보다 더 끔찍한 짓을 원전산업에 끼쳤다고 직설적으로 비난 했다고 하니, 그러한 우려는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나는 이 영화를 이보다 몇 년 앞서 만들어졌던 미국의 원자력 다큐멘터리 '판도라의 약속'과 비교하게 된다. 제목은 비슷하지만 내용은 정반대이다. 반핵을 부르짖는 환경운동가들이 어떻게 친원전으로 돌아섰는지를 인터뷰 형식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핵무기 역사부터 소형 모듈 원자로까지 폭넓은 주제를 객관적으로 다루면서, 원자력이 비교적 친환경이고 안전한 에너지원임을 자연스레 납득시킨다. 두 ‘판도라’는 내게 PR에 있어서도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과 소신이 커뮤니케이션 전략 못지않게 중요함을 알게 해주었다.

회사 전산망 해킹을 시도하며  크리스마스에 원자력 발전소를 폭파시키겠다는 반원전 해커의 협박을 받은 것도 이때쯤이다. 탈원전 단체들의 공격이 거셌고, 언론은 대서특필했다. 급기야 정부에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이에 국정감사를 며칠 앞두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원전 제어망은 사이버 공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임을 설명해야 했다. 물론, 크리스마스에도 발전소는 아무 이상 없이 잘 돌아갔고, 돈을 요구하던 해커는 꼬리를 감추었다. 당시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얼마나 극심했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원자력 발전은 원자폭탄의 가공할 만한 위력을 목격한 과학자들이 그 에너지를 군사적 목적이 아닌, 인류를 위해 평화적으로 사용하자는 각성과 함께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원자력 발전이 없었으면  반도체 강국의 성공 신화를 써 내려 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기술 이전에 인색한 선진국으로부터 원자력 발전 기술을 하나라도 더 배우려 애썼던 원자력 1세대들의 희생과 열정이 있었다.

‘판도라의 약속’에 등장하는 한 환경 운동가는 이런 말을 했다. “어느 날 하나님이 우리에게 이렇게 말할지도 몰라. 나는 너희들에게 원자와 원자핵을 이해시키기 위해 인류 역사상 가장 총명한 사람을 보냈다. 그리고 너희들이 수천 년 사용하기에 충분한 우라늄과 토륨을 주었다. -중략- 너희들은 어떤 다른 것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너희는 환경에 해를 주지 않으며 너희와 후손들에게 필요한 충분한 에너지를 제공받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가졌다. 너희는 그 외에 또 어떤 것을 원하느냐?”

100% 안전한  에너지원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원자력 역시 발전 과정에서 다량의 방사능을 배출하고, 핵연료 폐기물 처리 해결책도 어서 나와야 한다. 그러나 전기가 없는 원시 시대로 돌아가지 않는 한 원자력은 현재 인류가 소중히 다루어 미래세대로 물려주어야 할 판도라의 상자 속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른다.

많은 나라들이 탈원전에서 원전으로 속속 회귀 중이다. 전력수요가 폭증하고 있는데, 탄소규제까지 확산하고 있어 원전이 최적의 에너지 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한동안 핍박받던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이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더없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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