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윤건호 작가] 얼굴을 후끈 달구는 화려한 불쇼와 리드미컬한 칼질 그리고 even하게 익혀진 재료들까지, 셰프들의 황홀경 같은 기술들은 음식을 먹기 전에 눈부터 매료시킨다. 하지만 아무리 화려한 집약된 한 접시라도 간이 맞지 않으면 맛이 없는 법.
훈련으로 숙련된 기술과 연구로 완성된 기발한 레시피도 “꼴랑 염화나트륨” 그것 하나가 어긋나면 허무하게 무너진다. 훌륭히 잘 만들었음에도 그렇게 된다.
그림에서도 종종 비슷한 경험을 한다. 높은 밀도를 가졌고 기술적으로 완벽하지만, 이상하게 맛이 없는 그런 그림들 말이다.
“분명 잘 그렸는데 이 맹맹하거나, 짜거나, 달거나 하는 이 맛은 뭘까… 간이 안 맞아…”
이 어중간한 맛들의 대부분은 조색을 통한 ‘간’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간을 본다는 것은 꽤나 감각적인 부분이다. 재료를 잘 다룰 줄 몰라도 간을 기가 막혀버리게 맞춘다면 그것만으로도 능력이라 볼 수 있다. 그만큼 경험과 연구도 중요하지만 감각도 중요하다.
그림에서 간보기는 조색으로 빗대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빨간색+파란색=보라색의 상식적인 조색 공식은 공식에 불과하다. “문자로 색을 가두기엔 색의 가능성은 너무나 방대하다”는 게리힐의 작업관처럼 색은 방대한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고 ‘공식’은 기본적인 틀, 가이드에 지나지 않는다. 원하는 색의 지점을 설정하고 공식으로 방향성을 잡은 후에는 ‘한 꼬집, 두 꼬집’으로 크고 작은 도전을 초단위로 하며 손수 간을 맞춰줘야 맛있게 조색할 수 있다.
단순한 조색 공식에 의존하기보다 스펙트럼을 탐구하고 감각적으로 섞어야 맛이 난다.
빈센트 반 고흐를 떠올려 보면 색이 다채로움에도 은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특유의 차분한 간이 있는데 노랑과 파랑의 대비적인 조화에서 잘 느껴진다. 특히 파란색의 활용이 뛰어나다. 고흐는 블랙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짙은 파랑으로 어둠을 표현했다. 이 파랑은 어두운 느낌을 주면서도 묘하게 따뜻한 기운을 남긴다. 블랙과 같이 느껴질 정도의 어두운 파란색에서부터 노란빛이 섞인 환한 파란색, 색의 스펙트럼을 자유롭게 활용한 조색은 단순한 색 배합이 아닌 감각적인 맛을 완성한다. 어둠에서도 다채로움을 찾는 그의 조색은 지극히 미술적인 맛을 보여준다.
요리는 못 했을지언정 그림의 간은 기가 막히다…
기왕 간 보는 김에 클로드 모네도 떠올려 본다. 벌써 맛있다.
모네의 ‘해돋이’를 보면 확실한 킥이 느껴진다. 달달한 푸른색이 상냥하게 퍼지면서 톡 쏘는 붉은 색으로 달큰하게 맛을 마무리한다.
빛의 원천과 피사체의 배치로 시작하는 구조적인 플레이팅 부터 두가지의 색이 서서히 겹치며 자줏빛과 남색으로 어우러지는 섬세한 간 까지, 빈틈없는 맛을 느끼게 한다.
결국, 간이 잘 맞는 것이 가장 맛있는 것이다. 간을 맞추는 것은 훈련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감각을 신뢰하고 정의된 색을 섞어버리는 크고 작은 도전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맛있는 음식을 자주 먹어본 사람이 간도 잘 맞추듯, 감각적인 조색을 위해서는 색과 더 친밀해져야 한다. 색과 더 친해지고 감각에 충실할 때 나만의 ‘맛’을 완성하는 간을 맞출 수가 있다.
Copyright ⓒ 문화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