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맞이하는 어떤 의식처럼 스웨터를 찾는다. 올해는 로에베의 노르딕 스웨터가 줄곧 눈에 밟혔다. 뻔한 디자인인가 싶다가도 크루넥 대신 폴로 칼라와 소뿔 단추를 단 덕분에 어딘가 달라 보인다. 노르딕 스웨터가 가진 고리타분하고 촌스러운 분위기를 벗어버린 모습이랄까? 까슬거리는 구석 없이 부드러운 감촉, 적당히 도톰한 두께, 북유럽의 수풀처럼 평온한 색감도 썩 마음에 들고. 덕분에 입지 않고 그저 펼쳐놓고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풍족해진다. 낡아 해져도 이 가을을 오래오래 기억하게 할 스웨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