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뜻하는 발레 <라 바야데르> 는 블록버스터급 대작이다. 발레 맞수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라 바야데르> 로 가을 무대를 뜨겁게 달군다. 지난 달 먼저 공연한 유니버설발레단의 작품은 ‘고전 발레의 아버지’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다. 이번 달 공연 예정인 국립발레단은 러시아 출신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이다. 두 작품의 구성은 거의 같으나 결말이 서로 달라, 엔딩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라> 라>
국립발레단의 무용수는 엄격하게 4단계 등급(수석·솔리스트·드미솔리스트·코르드발레)으로 나뉜다. 이번 무대에서는 등급이 가장 낮은 레벨의 무용수가 주역을 맡았다. 2021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현재 코르 드 발레인 안수연이 그 주인공! 계급이 존재하고 단원의 (휴대폰 등)사생활을 통제하는 수녀원의 분위기를 풍기는 이곳에서 전례가 드문 발탁이다. 6살에 취미로 시작했는데 이제 발레가 자신의 모든 것이라는 그를 예술의전당 연습동에서 15일에 만났다.
— 춤을 출 때 어떤 느낌이 드나?
“춤출 때 마치 다른 사람이 내게 빙의한 느낌으로 막 추는데, 그냥 행복하고 너무나 좋다. 길을 다닐 때도 동작이나 표정 등 온통 발레 생각뿐이어서 주위의 핀잔을 듣기도 한다.”
— 평소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다이어트는 필수다. 그래야 무대에서 더 예쁘게 보이고 몸도 가볍다. 평소에는 좋아하는 김치찌개 등 한식으로 한두 끼 가볍게 하고, 공연 전에는 아예 먹지 않는다. 무대에 서면 아드레날린이 나와서 절로 힘이 난다.”
— 올해 들어
<백조의 호수>
의 오데트,
<돈키호테>
의 키트리에 이어 주역만 세번째이다. 수없이 뛰고 돌며 연습하다 보면 다치기 쉬운데, 부상 예방을 위해 신경쓰는 부분은?
“얼마전에 발레를 한 뒤 처음으로 부상을 당해 6개월을 쉰 적이 있다. 그때 내가 얼마나 발레를 사랑하는가를 간절히 느꼈다. 그래서 처절하게 다이어트와 재활을 하면서 최상의 몸을 만들었다. 지금은 세라밴드를 이용해 발목과 발가락 운동을 꾸준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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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닉이 뛰어나고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어떤 동작이 제일 자신 있나?
“푸에테와 점프를 제일 잘하고 요즘은 그랑주테(뛰다가 두 다리를 크게 벌려 멀리 뛰어오르는 점프) 연습도 많이 한다”
— 춤을 통해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서 표현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따로 준비하는 것이 있나?
“내가 맡은 배역을 공연한 영상을 모두 찾아 따라하며 익힌다. 그리고 나의 리허설 장면을 촬영해 모니터링하면서 새로운 표현을 만들기도 한다. 연기학원을 다녀볼까 생각도 한다.”
—
<라 바야데르>
에서 사랑과 비극의 상징인 니키아를 표현하는데 제일 공을 많이 들이는 장면은?
“2막에 배신한 연인 앞에서 결혼축무를 추어야 하는 니키아 솔로가 있는데, 어떻게 하면 그녀의 슬픔이 관객에게 잘 전달될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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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 바야데르>
의 니키아와 감자티의 특징을 비교하면?
“1막 니키아와 감자티가 대치하는 장면에서, 무녀인 니키아는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내려 까는데 반해 공주인 감자티는 턱을 치켜들고 그녀를 내려본다. 이런 장면이 그들 캐릭터의 신분 차이를 보여주어 관객들도 재밌게 보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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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데트, 키트리에 이어 니키아까지 주역을 꿰찬 그에게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을 물었더니, 기회가 된다면 <로미오와 줄리엣> 을 하고 싶다며 줄리엣의 러블리 연기를 멋지게 표현하면 참 예쁠 것 같단다. 표현력을 더 쌓은 후에는 올해 최고의 안무가 노이마이어가 창작한 <인어공주> 도 해보고 싶다는 그는 발레에 관해서는 ‘예쁜 욕심쟁이’다. 인어공주> 로미오와>
요즘 핫한 화제인 노벨문학상을 소재로 그의 욕망을 두드렸다. 노벨위원회가 작가 한강을 선정한 이유 중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냈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자신은 발레를 통해 무엇을 드러내고 싶은가를 물었다. “아직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부모님을 걱정시키지 않으려는 효심때문에 매사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이 몸에 밴 안수연. 대화하는 내내 밝은 표정에, 손짓 하나도 춤 동작 같았던 그는 발레가 전부이고 춤 외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언젠가 그가 드러내는 몸짓으로 인해 관객들이 감동의 눈물을 쏟는 장면을 상상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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