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칼럼] 집 나간 영감(靈感) 어디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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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 칼럼] 집 나간 영감(靈感) 어디 있소.

문화매거진 2024-10-16 16:15:37 신고

▲ 강산 작품, Acrylic on canvas, 90.9x72.7cm
▲ 강산 작품, Acrylic on canvas, 90.9x72.7cm


[문화매거진=강산 작가] 작가들이 작품을 탄생시키기까지는 매우 많은 인내와 고통,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어떤 작품을 어떻게 만들까.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일까. 어떻게 하면 내 생각이나 감정을 잘 드러낼 수 있을까. 

이런 고민 속에서 탄생한 작품들은 저마다 생명을 가지고 있고, 작가들에게 작품은 ‘내 새끼’ 마냥 소중하다.

작가들이 영감을 받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자연 속에서 걸으며 얻기도 하고 복잡한 도심 속에서 얻기도 한다. 조용한 도서관에서 얻기도 하고 책이나 영화에서 얻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에는 바다를 볼 수 있는 조용한 마을에서 며칠 머물면서 영감을 얻는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너무 많은 말을 하게 되면 정작 머릿속은 텅텅 비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올 한 해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났다. 반면 덕분에 올해는 아무것도 그릴 수도 쓸 수도 없었다. 뭐라도 떠올리려 아무리 애를 써도 막막함뿐이었다. 그림만이 전부인 필자에게 이런 생활은 사막에서 물 없이 사는 것과 같다.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할 것인지 고민하다 큰마음을 먹고 제주의 작고 조용한 마을로 떠났다.

비행기를 기다리고 비행기 안에서 밖을 바라볼 때까지도 별다른 감흥이나 설렘이 느껴지지 않았다. 영감을 되찾아오기 위한 이 떠남이 맞는 것인지 조금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역시나 기우였다. 마을에 도착한 순간 나는 곧 현실의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아. 이래서 다들 떠나는구나!

도착 첫날은 바닷가에 주야장천 앉아 아름다운 노을을 기다렸다. 바닷가 ‘냥이’들도 만났다. 둘째 날은 하루 종일 비가 와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바짓단이 흠뻑 젖도록 우산 쓰고 마을을 쏘다녔다. 가까운 카페에 갔다가 허탕을 치기도 했지만, 그것 또한 추억거리가 될 수 있었다.

마지막 날은 자전거를 타고 해안도로를 질주하기도 했고 끝없이 걷기도 했다. 자전거를 탄 2시간을 제외하고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계속 걷고 또 걸었다.

이런 시간들을 뒤로, 다시 현실에 돌아오니 집 나간 영감이 돌아왔더라. 영감! 어디 있다가 이제 왔어! 이제 다시는 아무 데도 안 보낼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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