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권선미 작가] 동생은 뭐만 하면 GPT 타령이다. 동생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나보다 수학적 머리가 좋게 태어난 탓에 확실히 나보다 기계를 다루는 능력이나 프로그래밍에 능하다. 과학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고, 온라인게임을 좋아하며, 신식 문물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반면 나는 수학의 원리가 신기해서 호기심이 생기긴 하지만 연산에는 굉장히 약한 편이고, 신식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과거에 머물러 있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 편이랄까. 그런 이유로 나는 디지털 작업보다 아날로그 작업을 선호한다.
아무튼, 그런 동생은 내가 칼럼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고민을 하고 있는 걸 발견하면 언제나 나에게 생성형AI 기술이나 GPT 기술을 제안하곤 했다. 몇 번이나 거절을 하다가 그 섭섭해 하는 표정에 못 이겨 몇 번 사용은 해봤지만 글쎄…? 나에게 필요한 정보는 그곳에서 얻을 수 없었다. (물론 동생에게는 ‘꽤 괜찮네?^^’라고 말했지만)
- 최근에 그리고 싶은 게 생겼는데 그건 해골이 엄청 많이 들어간 그림이다. 하지만 생성형 AI로는 해골을 생성하는 게 불가했다. 짜리몽땅한 귀여운 해골들은 만들어주지만 실제 인체모형 같은 해골은 안 만들어준다.
- 뭔가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낯간지러운 모습의 연인들 또한 만들어주지 않는다.
칼럼을 수정 받아 본 적은 없는데... 아무래도 글이 너무 ‘정석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어서, 재미없을 것 같아 시도도 안 했다. 이런 날 것 같은 말투도 흉내 낼 수 있으려나? 하지만 글은 내가 쓰는 게 더 ‘재미’있는 걸. 글을 쓰는 재미를 뺏기고 싶진 않다.
사람들이 스스로 배워 학습하는 재미, 창작의 재미, 노력 후의 성취감들을 인공지능을 사용함으로 인해 잊어버리게 되는 건 아닌가? 뚝딱하면 몇 초 만에 뭐든지 만들어 내는 것이 뭐든지 빨리빨리 해내려고 하는 요즘 세태와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그렇게 시간을 쪼개고 모아서 도대체 어디다가 쓰려는 건지... 미래에는 그림도 그릴 필요 없고 노래도 부를 필요 없고 공부도 할 필요 없고, 노동도 안 해도 된단다. 그러면 미래의 인간은 대체 뭘 하는 걸까?
아마 동생은 내가 뭘 기고하는지 관심이 없으니, 이 글을 볼 일이 없을 테니 말이다, 누나로서는 이 녀석이 생각하는 모든 것이 챗GPT나 AI생성 기술의 둘레 안에서만 그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동생은 콧방귀를 끼며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네네~ 그러셔요~’라며 방문을 닫고 들어가 버릴 테지. 그러면 나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뒷방 늙은이 같은 표정으로 닫힌 문을 바라보게 되는 거다.
세상의 모든 걸 알고 있다고 하는 인공지능기술들. 근데 꼭 우리가 GPT나 AI보다 아는 게 없을까?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GPT에게 물어보고 궁금증을 해결하는 건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망각해나가는 길이 아닐까? 그 틀 안에서만 생각하고 그 틀 안에서만 해결법을 찾다 보면 우리는 그 밖에 무엇이 있는지 더 이상 상상할 힘을 잃어갈 것만 같다. 언젠가는 그게 틀 안이라는 것도 잊게 될 테고, 결국 챗GPT는 정말 우리의 신이 되어버리진 않을까... 그런 멍청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제발 적당히 이런 것에 의지했으면 좋겠다.
물론 코딩을 하거나 맞춤법을 검사하거나 화학식이라든지 등등 연산이나 기록과 관련된 것들에 대해서는 확실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면이 있는 게 맞다. 하지만 창작의 면에서는 분명히 나보다 모르는 게 맞다.(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어리석은 걸까?) 쳇, 잘나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GPT가 없는 시절이 더 그립다. 모르는 것이 많았던 시절도 꽤나 재미있었다. 서투르고 알 수 없어서 흥미진진한 것이 많았다.
결론은 세상의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GPT이지만 내 머릿속은 나만 알고 있다는 거다. 결국 창작의 영역만큼은 아직 GPT에게 내어주지 않았고, 그것만큼은 늦게까지 내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인공지능과 대적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석적으로 틀 안에서 노는 창작자가 아닌, 틀 밖에서도 자유롭게 노니는 창작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내 머릿속의 해골들은 나만의 것이다. 내 머릿속의 나체로 나뒹구는 연인들도 나만의 것이다. 챗GPT도 모르는 게 있는 것이다. 인생은 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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