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 직장인 A씨는 휴가철을 맞아 친한 친구와 튀르키예로 해외여행을 떠났다. 올해 초부터 어쩌다 한 번씩 무릎에 통증이 생기곤 했는데, 특히 한 자세로 오래있거나 무릎을 많이 구부린 상태로 있다가 움직이면 불편했다. 장시간 비행으로 무릎이 신경 쓰였지만, 여행지의 이국적인 풍경과 쾌청한 날씨를 보니 설렘만 남고 통증은 씻은 듯이 잊혀졌다. 절경을 앞에 두고 요기도 할 겸 들판에 돗자리를 펴고 앉았다. 얼마간 담소를 나눈 후 일어나려는데 무릎이 순간 뒤틀리더니 욱신욱신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대로 주저앉아 잠시 쉰 후 이동하려는데 무릎이 잘 펴지지 않았다. 무리해서 펴려고 하면 통증이 더 심해졌다. 부축을 받으며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니 무릎은 다시 잘 움직였지만, 여행 내내 붓고 아팠다. 한국에 돌아와 병원에 방문하니 ‘반달연골’이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무릎을 지키는 히어로, 반달연골
반달연골은 대퇴골과 정강이뼈 사이에 있는 콜라겐 섬유의 연골조직이다. 관절내시경으로 반달연골을 보면 그야말로 ‘반달’ 모양과 흡사하면서도 ‘C’ 자 형태의 초승달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반월상 연골’이라는 다른 이름도 있다. 각 무릎에는 안쪽의 내측 반달연골과 바깥쪽의 외측 반달연골 등 반달연골판 두 개가 존재한다. 양쪽에 위치한 초승달 모양의 섬유 연골조직은 질기고 고무 같은 탄성이 있어, 충격을 흡수하고 무릎관절 전체에 체중을 분산한다. 무릎을 안정화하고 윤활 작용을하며 영양분을 분배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달연골
반달연골은 대퇴골과 무릎 사이에서 중요한 임무를 맡는다. 첫째, 우리 몸의 체중을 허벅지에서 아래 다리로 전달한다. 생역학적 연구에서 무릎이 펴진 상태에서 작용하는 하중의 약 40~60%가 반달연골에 전달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굴곡 시에는 이 수치가 90%까지 증가했다. 둘째, 대퇴골과 정강이뼈 사이의 충격을 완화해 무릎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줄인다. 반달연골이 없는 무릎에서는 보행 시 충격 흡수가 정상 무릎보다 20%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뼈들 사이에서 적합성을 향상해 무릎의 안정성을 높인다. 무릎관절을 보면 대퇴골은 볼록하게 둥그스름하지만, 이를 받치고 있는 정강이뼈 부분은 평평하다. 인간이 서서 이동하고 눕고 일어나는 동안관절은 구부러지고 펴지면서 앞뒤로 조금씩 미끄러진다. 이 과정에서 경골에 단단히 부착된 반달연골이 관절면의 불일치를 오목한 모양으로 덧대어 보완해주고 안정성에 기여한다. 이 외에도 무릎에 윤활유를 공급하고 연골에 영양을 공급하는 활액의 확산을 촉진한다. 다양한 역할을 하는 반달연골이 있어 무릎의 골연골과 뼈가 오래도록 보호되고 격하게 움직여도 무릎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전 연령층에서 발견되는 반달연골 손상
반달연골 손상은 정형외과 의사들이 자주 접하는 무릎 통증의 원인 중 하나다. 젊은 연령층에서는 부상 등 외상으로 주로 발생하며 중장년층 이후에는 퇴행성 변화로 인한 파열로 나타난다. 즉, 반달연골 손상은 영유아기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발생한다. 외상성 손상은 남성의 경우 21~30세, 여성의 경우 11~20세에 발생률이 가장 높다. 일반적으로 스포츠 활동이나 춤과 무용, 치어리딩 등 격한 동작 중에 발을 디디고 있는 동안 갑작스러운 비틀림이나 회전으로 인해 발생한다. 내측 반달연골 파열이 주로 나타나며, 외측 반달연골 파열은 급성 전방십자인대 파열과 관련이 많다. 퇴행성 손상은 노년층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반월판이 점진적으로 마모되고 찢어져 나타난다. 또 젊었을 때 외상성 파열을 겪으면 더 빨리 진행되는 경향이 있으며, 때로는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과 같은 단순한 움직임으로도 일어난다.
반달연골이 손상되면 나타나는 증상들
반달연골의 외상성과 퇴행성 손상 모두 공통된 증상은 통증이다. 그 밖의 다른 증상들은 상황에 따라서 양상이 다양하다. 외상 직후에 무릎의 안쪽이나 바깥 쪽에서 통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몇 시간에 걸쳐서 붓거나 뻣뻣해지고, 움직일 때 무릎이 걸리는 느낌, 불안정성 등이 나타난다. 통증이 심하면 무릎 힘이 빠지기도 한다. 반달연골이 심하게 파열된 경우에는 원래 위치에서 벗어나 좁은 무릎관절의 뼈와 뼈 사이에 끼이기도 한다. 이러한 파열 형태에서는 무릎이 완전히 움직이지 못하거나, 아주 제한된 범위에서만 움직이게 되는 ‘잠김 현상(Locking symptom)’이 나타난다. 파열된 반달연골이 운 좋게 제 위치에 들어가면 정상적인 관절운동 범위를 회복하지만, 불안정한 손상인 경우에는 자주 재발한다.
퇴행성 손상에서는 점진적으로 연골의 찢어짐이 진행되거나, 만성적인 파열로 나타난다. 이 경우 반달연골 자체가 소실된다. 찢어진 파열편으로 인해 염증반응이 일어나 무릎이 붓고 열감이 느껴지며, 무겁고 소리가 나거나 걸리는 느낌을 호소하게 된다. 반달연골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주변 조직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달연골이 담당하는 체중 부하와 하중 전달이 곧바로 관절뼈를 덮고 있는 관절연골에 전해지며, 지속적인 염증과 연골의 직접적인 충격으로 손상이 발생해 퇴행성관절염의 진행이 촉진된다.
반달연골 손상, 언제 의심해야 할까?
앞서 말한 증상과 병력 청취, 특이도가 높은 이학적 검사 등으로 반달연골 손상을 의심할 수 있다. 특히 부기를 동반한 외상, 잠김 현상 등에서는 골절이 없는 경우 반드시 반달연골 손상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반달연골은 MRI로 손상됐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MRI는 정확도 82~95%를 보이며 CT 검사보다 높다. 엑스레이에서는 뼈의 변형이나 뼈와 뼈 사이의 간격 등을 보고 간접적으로 반달연골 손상을 의심할 수 있으나 급성 손상이거나 젊은 나이에선 정확도가 떨어진다. 초음파로도 찾을 수 있으나 한정적인 부분에만 진단할 수 있어 MRI에 비해 진단적 가치가 낮다.
반달연골 손상은 보존적 치료가 우선
심각하지 않은 부상이나 퇴행성 변화 초기에는 보존적 치료로도 호전된다. 갑작스러운 통증과 부기에는 얼음찜질과 휴식이 효과적이다. 휴식할 때는 생활 습관을 교정해주면 더욱 좋다. 정기적으로 활동을 하거나 직업상 움직임이 많다면 통증이나 부종을 유발하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 염증이나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의사 진찰 후에 소염제나 진통제를 복용하고, 물리치료와 체외 충격파 치료 등을 받으면 회복에 도움이 된다. 심각한 손상인 경우에도 보존적 치료가 가능하면 목발과 깁스, 보조기 등을 이용해 비수술적 치료를 시행한다. 무엇보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먼저이며, 일정 기간 이후에는 재활운동과 치료를 실시해 빠른 일상 복귀를 도모할 수 있다.
반달연골 손상, 외과적 치료는 언제 하면 좋을까?
반달연골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많은 역할을 하고, 퇴행성관절염을 막아내는 수문장이다. 그렇기에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며, 때로는 외과적 수술을 해야 할 수 있다. 한번 손상된 반달연골은 재생되지 않으므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없다. MRI 검사에서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며, 파열이 크거나 불안정한 형태의 파열 혹은 인대 파열과 같은 손상이 함께 발생했다면 외과적 치료가 필요하다. 퇴행성 변화는 즉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 진행되는데, 이런 변화는 비가역적이라 되돌릴 수 없다. 이 때문에 반달연골 손상이 의심되면 반드시 경험이 많은 정형외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반달연골 손상을 치료하는 다양한 수술법
반달연골 손상치료에는 여러 수술법이 존재한다. 가장 흔한 수술법은 관절경을 이용한 것이다. 초소형 카메라를 통해 손상된 연골판을 다듬거나 봉합한다. 젊은 나이일 때는 혈액과 신경의 분포가 활발한 바깥쪽 손상일수록 봉합 성공률이 높다. 반달연골이 거의 소실된 경우에는 다른 반달연골로 교체하는 동종 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본인의 연골과 비슷한 크기와 위치의 동종 연골을 찾기가 힘들며, 이식을 위한 여러 조건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재활과 치료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최근 콜라겐과 신소재 합성 기술을 이용한 합성 임플란트와 더불어 조직공학·유전자치료를 통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새로운 치료법을 기대할 만하다.
반달연골 손상 후 재활 운동법은?
반달연골 회복에는 재활이 중요하다. 일반적인 재활운동 프로토콜에는 통증 완화, 관절운동 범위 회복, 근력 강화, 밸런스·기능 향상의 순으로 진행되며, 다음과 같은 단계가 포함된다.
1단계-부드러운 가동범위 운동과 대퇴사두근 강화 운동으로 부기와 통증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둔다.
2단계-체중 부하 활동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지속적으로 가동범위 운동과 함께 *닫힌 사슬 운동(CKC)을 시작한다.
3단계-근력과 안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레그 프레스, 스텝업, 고유감각 운동 등 기능적 운동의 비중을 늘린다.
4단계-밸런스 강화·기능 훈련과 함께 스포츠 관련 활동을 하며 점진적으로 복귀한다.
*닫힌 사슬 운동(Closed Kinetic Chain exercise): 손이나 발이 고정된 상태에서 진행되는 운동이며 스쿼트, 푸쉬업, 풀업 등이 있다.
반달연골은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반달연골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릎 주변 근육, 특히 대퇴사두근과 햄스트링을 강화하는 근력운동에 집중해야 한다. 규칙적인 스트레칭으로 무릎관절과 주변 근육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도 필수다. 본인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운동법과 운동 강도가 중요하며, 대표적인 운동으로는 스쿼트, 레그 프레스, 레그 익스텐션, 레그 컬, 스텝업 등이 존재한다. 또 스포츠 활동이나 과격한 신체 활동 중에 무릎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가해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부상이나 통증이 느껴지면 본인의 신체 능력을 과신하지 말고, 휴식과 함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적당한 지지력과 쿠션이 있는 신발을 상황에 맞춰 착용하고, 충격이 큰 활동을 할 때는 중간중간 적절한 휴식으로 회복하고 무리한 운동은 피하는 것을 추천한다.
노경한 원장이 추천하는 반달연골 부상 예방 운동
스트레이트 레그 레이즈
바닥에 누워 한쪽 무릎을 굽힌다. 반대쪽 다리를 곧게 편 뒤 최대 높이까지 천천히 들어 올렸다가 준비자세로 돌아온다.
사이드 레그 레이즈
옆으로 누워 아래쪽 팔로 머리를 받치며 나머지 손은 허리를 잡는다. 위쪽 다리를 최대 높이까지 천천히 들어 올렸다가 준비자세로 돌아온다.
브리지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무릎을 굽히고 발은 골반 너비로 벌린다. 복부에 힘을 줘 엉덩이를 천천히 들어 올려 몸이 어깨에서 무릎까지 일직선을 이루도록 한다. 2~3초간 자세를 유지하고 준비자세로 돌아온다.
스쿼트
양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선다. 엉덩이를 뒤로 빼며 무릎을 굽힌 뒤 천천히 준비자세로 돌아온다. 이때 무릎이 발끝보다 앞으로 나오지 않도록 주의한다.
글 노경한(강남본정형외과 대표원장) 정리 류효훈 사진 신시아 서비스 모델 최진성(2024 맥스큐 머슬마니아 피트니스 코리아 챔피언십 시니어모델 남자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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