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정수정 기자] 세상에 밥을 벌어주고, 돈을 벌어주는 폰트가 있다. 배달의민족 폰트 얘기다. 게다가 모든 폰트를 무료 배포한다. 이렇게 해서 얻은 것은 많은 돈을 주고도 사기 어려운 엄청난 브랜드 가치다. 강렬한 개성과 페르소나를 가진 한나체가 브랜딩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이제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물론 전용 폰트를 만든다고 저절로 브랜딩이 되지는 않는다.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 전용 폰트 붐이 일어나 수많은 기업과 단체가 전용 폰트를 제작했지만 브랜딩에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그 가치를 따질 만큼 성공을 거둔 사례는 드물다. 대체 무엇이 다르길래? 배달의민족은 2012년부터 지금까지 총 13종의 폰트를 제작하고 무료 배포했다. 폰트를 상업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도 모두 허용한다. 폰트 자체의 완성도는 차치하고 브랜딩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이건 도대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폰트가 하나도 아니고 13개씩이나 되고, 무료 배포해서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이건 재앙이 아닌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모두 한 셈이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은 결코 안티 브랜딩을 시도한 게 아니다.
경영하는 디자이너,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의 대표작은 한나체와 주아체다. 배달의민족이 폰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토록 브랜딩에 집착한 이유는 그가 디자이너였기 때문이다. 폰트 만드는 일을 경영자의 딴짓이 아니라 브랜드 아이덴티티 구축을 위한 페르소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여겼기에 가능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무료로 쓸 수 있는 양질의 한글 폰트가 많지 않았던 점도 한몫했다. 창업자의 생각은 어쩔 수 없이 회사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는 디자인을 기업 경영의 수단이 아니라 핵심이자 본질 그 자체라고 여긴다. 김봉진 창업자는 2000년대 이후 등장한 디자이너 중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인물로 디자인계를 넘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이 매우 크다. 그는 잘 키운 폰트 덕분에 우아한형제들 임직원,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장님들과 무료 배포 폰트를 사용하는 소상공인들의 밥까지 벌어주고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 선언으로 남을 돕는 일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 좋은 폰트, 좋은 디자인은 밥을 벌어줄 수 있다. 배달의민족 한나체가 그걸 증명한다.
《밥 벌어주는 폰트》는 한나체(2012년)부터 글림체(2022년)에 이르기까지 폰트를 바탕으로 한 브랜딩과 마케팅으로의 확장 등 배달의민족 폰트 프로젝트에 대한 것을 총망라한다. 한 기업의 전용 폰트가 브랜딩·마케팅을 넘어 한국의 현대 시각 문화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 기록이기도 하다. 단순한 전용 폰트를 넘어 브랜드 특유의 감수성을 만들어내고 이를 동시대인에게 주목받는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제1장 ‘배달의민족 폰트 개발 스토리’에서는 한나체를 시작으로 배달의민족이 발표한 폰트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자세하게 소개한다. 제2장 ‘배달의민족 폰트 사용법(내부편, 외부편)’에서는 실제 배달의민족 폰트를 사용한 사례들을 통해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고 고객에게 브랜드를 경험하게 한 방식을 소개한다. 제3장 ‘주요 인물 인터뷰’에서는 김봉진 창업자와 한명수 CCO, 석금호 산돌 의장 등의 인터뷰를 통해 전용 폰트와 브랜딩의 상관관계, 폰트 디자인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본다. 제4장 ‘앤솔로지’는 경제·사회·인문·디자인 분야의 전문가들이 배달의민족 폰트와 이와 관련한 현상을 자신의 연구 주제 삼아 다양한 관점으로 자유롭게 풀어냈다. 또한 인터뷰에 응해준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 전달 및 해설을 위해 각주를 달아 읽는 재미를 더했다. (안그라픽스/2만 1000원)
Copyright ⓒ 한국대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