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유정 작가] 칠월 개인전 이후 두 달여 간의 쉼을 보냈다. 직장과 붓질 모두 놓고, 잠을 많이 자고 글을 많이 썼다. 그렇게 반년은 보낸 것 같은데, 아직 두 달이 채워지지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보니 충분히 쉰 것 같다.
다시 시작한 글씨클래스는 이전만큼 활발히 진행되지 않아 장기 프로젝트로 돌려 유튜브에 글씨팁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사실 글씨 쓰는 팁은 내겐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필요한 분들이라면 맘껏 알려드리고 싶었다. 잘 되었다 싶은 한편, 여전히 나는 돈을 버는 데 전투적이지 못하구나 싶어 고민이 많아진다. 부족한 전투력과는 달리 점점 더 여유로운 여건이라는 것이 필요함을 느끼니 말이다.
그건 그대로 두고 다시 면접을 보기 시작했다. 고용인이 아닌 피고용자로. 쉬는 동안 (조금은 폭력적일 정도로) 무차별적으로 떠오르는 스케치들을 구현하기 위해선 아무래도 고정적인 수입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또 내년을 위한 신작들을 준비하기 위한 규칙적인 생활도 필요했다. 일하다 지쳐 잠드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갑자기 주어진 쉬는 시간 24시간은 당혹스런 불규칙이었다.
계획에 없던 갑작스런 불규칙동안 가장 많이 생각한건 이 물음이었다.
“이 시간이 있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게 무엇일까?”
마치 누군가 내게 주입한 강제휴식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단순히 심신의 회복이 아닌, ‘생각할 시간’, ‘찾는 시간’, ‘결정할 시간’을 갖다 준 기분이었다. 한 상 차려줄 테니 제발 먹어- 라고.
번아웃은 회복중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분명한건 이전만큼 무언가를 처리할 의지가 아직 빠르지 않다는 것이다. 의지가 약하니 손이 느려지고, 질문을 먼저 하게 된다.
“이걸 빨리 해야 하는 이유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을 보며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다.
“왜 저렇게 빨리 살아야만 할까? 저 속도를 스스로 타당하다 여기며 결정한 이들은 소수일 텐데, 그렇다면 대다수는 왜 타인의 속도대로 살아가고 있는가?”
이 생각은 샐러드가게에서 알바하다 받은 충격의 연산물이었다. 숨도 안 쉬고 만들어내는 것 같은 한 그릇, 점원이 두 번 세 번 재차 확인하면 느리다는 듯이 찌푸리는 손님의 얼굴, 질문 한 번 더 했다고 죄송하다고 말하는 직원. 모든 게 이것저것 버무려진 샐러드비빔 한 그릇 같았다.
요는 소수의 이야기를 모으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스스로가 택한 속도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속도를 인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 구체적인 콘텐츠는 계획되지 않았다. 다만, 공유된 이야기가 담백하지만 싱겁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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