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전시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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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전시를 할 수 있을까?

문화매거진 2024-09-27 09:56:06 신고

▲ 집선봉 C2봉을 등반하는 이즈미 세이치 / 사진: 월간산 제공
▲ 집선봉 C2봉을 등반하는 이즈미 세이치 / 사진: 월간산 제공


[문화매거진=구씨 작가] 전시 소식은 매달 들려온다. 팔로우하는 전시 공간에 멋진 포스팅이 올라왔지만 계정 뒤에서 버거워하고 있을 ‘사람’을 종종 상상한다. 아마도 다들 힘겹게 예술계에서 버티고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몇 년 전만 해도 동료 작가들과 ‘여기서 전시하고 싶다’, ‘이 공간은 어떻다’ 등의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대화를 하고 뒤를 돌면 뭔가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그 순간들에 내가 뭘 알고 있고 뭘 몰랐는지 이제는 정말 모르겠다. 용감한 바보라는 말에서 멀어지고 있다. 멀어지면서 ‘용기’는 사라지고 ‘바보’만 남는 듯하다. 

어떤 공간에서 전시를 해야 하는지를 정말 모르겠다. 전시 공간이 공간의 의미나 물리적인 구조에서 오는 흥미로움보다 이전 전시의 작가와 기획 그리고 디자인이 가미된 브랜딩으로 보이고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점이 인식되면서 스스로 솔직해지기가 한층 어려워졌다. 좋은 공간에서 전시를 하고 싶은 마음과 그 마음에 껴 있는 욕심은 당연하면서도 기분 나쁜 구석이 있다. 현실을 자각할 때마다 드는 기분 나쁨은 나를 계속 이상한 곳을 떠돌게 만든다. (전시) 공간들은 분명 ‘결’이 있다. 하지만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결보다도 더 표피적인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는 있다. 

공간이 가진 힘에 기대지 않고 내 전시를 보여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는 것, 그리고 실천하는 것, 그것이 내가 이 미술계를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것이 지속 가능한 방법인지는 모르겠다. 결국 아무도 모르는 작가가 되어 추운 겨울날 손을 호호 불며 길거리 쭈그려 앉아 성냥을 켜야 할 것만 같다. 그런 가련한 미래를 상상하면 공간에 기대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 된다. 그리고 그런 당연한 일에서 멀어지는 시도는 분명 의미 있을 거라는 무식한 자신감도 더불어 올라온다. 다시 균형이 맞아진다.

전시와 보여주는 방식은 항상 고민된다. 여러 고민들을 지나 최근에서야 조금씩 정리되고 있는 것은 작업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나의 삶의 경험이 전시라는 과정에 다양한 방법으로 끼어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조금은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기도 하다. 감정과 즉흥적인 결정에 의해 정해진 배치나 설치가 아닌, 경험과 개인의 미적인 취향, 예술계를 지나가는 나는 작업을 넘어 전시라는 순간에 다르게 표출될 수 있을 것이다.

전시라는 결과물을 작업과는 또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생각해 본다. 그러나 그 의도가 누군가에게 얼마나 닿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의도가 닿지 않았을 때 아마도 슬프겠지만 실패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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