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페어를 넘어, 서울 아트 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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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페어를 넘어, 서울 아트 위크

더 네이버 2024-09-25 14:38:36 신고

(위) 뉴욕, LA에 갤러리를 둔 카르마의 부스. 흑인의 초상을 묘사한 너새니얼 올리버의 회화와 우디 드 오셀로의 세라믹 조각 등을 소개했다. Photo by Lets Studio. Courtesy of Frieze and Lets Studio. (아래) 9월 22일까지 이어진 키아프 서울 인천공항 특별전. Courtesy of Kiaf SEOUL 2024. 

예년보다 무더운 날씨 탓에 가을이라 이르기에는 서먹했던 9월 초, 서울은 축제 열기로 달아올랐다. 양대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삼성동 코엑스에서 나란히 열린 덕분이다. 9월 4일부터 프리즈 서울은 4일간, 키아프 서울은 5일간의 여정이었다. 결과적으로 대중이 몰릴 법한 ‘와우 포인트’나 대작은 적었지만, 내실 있는 아트페어로 안정화되었다는 게 중론이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아트 시장이 주춤하는 상황임에도 외국인 컬렉터가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증가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효율적인 동선 배치와 개선된 운영 덕에 많은 인파에도 한결 쾌적했다. 

키아프 서울 전시장 전경. Courtesy of Kiaf SEOUL 2024. 

아시아 미술의 저력

프리즈 전시장 초입에서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자 최고은 작가의 작품 두 점을 가장 먼저 만났다. 공중에 매달린 ‘화이트 홈 월: 웰컴’은 2018년부터 이어온 ‘화이트 홈 월’ 시리즈의 연장선이다. 백색 에어컨 부품을 제조 연도순으로 배열한 조각으로, 작가는 “작품이 관객을 감싸는 것처럼 보이기를 바랐다”고 아티스트 토크 현장에서 설명했다. “4일간의 밀도 높은 이벤트에 짧게 선보이는 작품인 만큼 일식의 궤적을 상상했어요.” 구리 파이프가 벽을 뚫고 나온 듯한 ‘글로리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첨단기술에 물성을 부여해 궤적을 가시화한 작품이다. 날카롭게 절단된 파이프는 폭력적이고도 매력적인 기술의 양면적 속성을 드러낸다.
올해 프리즈 서울의 전체 부스 가운데 아시아 갤러리는 63%를 차지했다. 이는 아시아 거점 아트페어로서 영향력을 공고히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프리즈 서울만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포커스 아시아’ 섹션은 실험적인 시도로 흥미를 유발했다. 도쿄 파셀은 상하이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루양의 영상 작품을 전시했다. 루양은 지난 5월 아트부산에서 주목받은 데 이어 높은 관심을 끌어냈다. 지갤러리는 조각가 황수연의 종이 작품과 물에 잠긴 모래 조각을 각각 벽과 바닥에 배치함으로써 공간을 효과적으로 장악했다. 
비서구권 해외 갤러리 부스는 한국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작가를 발견하는 장이었다. 가나의 수도 아크라와 영국 런던에 소재한 ‘갤러리 1957’은 가나를 포함한 아프리카 작가를 소개했다.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아프리카계 디아스포라 작가들의 시선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 인상적이다. 대만 티나강 갤러리의 현대미술 플랫폼인 TKG+ 부스도 주목받았다. 대만의 조이스 호, 첸 칭유안, 인도의 아몰 파틸 등 세 작가의 작품을 출품했는데, 그중 조이스 호의 영상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 <접속하는 몸-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에서도 만날 수 있다. 부스 전체를 할애한 키네틱 설치 작품으로 발걸음을 멈춰 세운 호찌민의 갤러리 꾸인은 공간 연출력을 인정받아 ‘프리즈 서울 스탠드 프라이즈’를 수상했다. 투안 앤드루 응우옌의 모빌은 베트남 전쟁 당시 심각한 폭격 지역인 광찌성에서 발굴한 포탄으로 제작했다. 정해진 시간, 모빌을 두드려 연주하자 피해자를 애도하는 듯 맑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키아프 서울 전시장 전경. Courtesy of Kiaf SEOUL 2024. 


키아프, 그리고 전국 아트 여행

코엑스 1층 홀과 2층 더 플라츠까지 넓어진 공간에서 관객을 맞은 키아프는 지난해보다 참가 갤러리 수를 줄여 질적 향상을 꾀했다. 그중 3분의 1을 해외 갤러리로 채웠는데, 해외 갤러리들이 프리즈뿐 아니라 키아프의 가능성에 주목한 결과다. 특히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8월 말부터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키아프 특별전을 열어 막 한국에 도착한 컬렉터의 기대감을 높였으리라.  
본격적인 아트페어에 앞선 장외 행사는 개막 전날인 9월 3일에도 열렸다. 스페이스K 서울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카일리 매닝의 개인전 <황해>와 연계해 퍼포먼스 <남겨진>을 선보였다. 한국 현대무용단 리케이댄스가 공중에 매달린 실크 작품을 무대 삼아 밀물과 썰물의 흐름을 춤으로 표현했다. 카일리 매닝이 한국을 조사하며 영감을 얻었다는 조수간만의 차는 댄서들의 몸짓으로 번역되어 역동적으로 일렁였다.
올해 키아프는 거장 작가의 작품을 모은 그랜드볼룸 섹션을 신설했다. 백남준, 박서보, 이강소, 이우환 등 국내 대가의 작품이 두루 눈에 띄었고, 피카소의 스케치로 공간을 구성한 독일 디갤러리(DIE GALERIE)에 특히 많은 이가 모였다. 이 밖에 국제갤러리는 지난 3월 개인전을 연 조각가 김윤신의 작품으로 부스를 채웠으며, 뉴욕 순다람 타고르 갤러리는 히로시 센주의 추상적 폭포 연작과 정루의 역동적인 조각 등을 소개했다. 특히 히로시 센주의 ‘Waterfall on Color’는 5억원이 넘는 고가에 판매되며 기록을 남겼다. 미술계 관계자와 컬렉터들의 호평이 들려온 키아프는 프리즈 폐막 후 단독으로 열린 마지막 날 1만2000명의 관람객을 맞이하며 화제성을 증명했다. 
프리즈와 키아프가 막을 내렸지만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시선을 지역으로 돌릴 차례다. 여전히 굵직한 아트 행사가 남아 있어서다. 부산비엔날레가 8월 17일, 광주비엔날레가 9월 7일 개막했고, 대구간송미술관 개관 소식과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의 새 전시도 여행을 재촉한다. 광주비엔날레는 2023년에도 열렸으나, 팬데믹으로 일정이 얽혔을 뿐 본래 짝수 해에 개최되는 행사다. 올해를 기점으로, 본래 일정으로 되돌아갈 예정이니 서울 아트 위크의 열기를 이어가고픈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30주년을 맞아 본 전시 외에 31개 파빌리온이 마련되어 볼거리가 더욱 풍성하다.
아트페어를 중심으로 지자체와 갤러리, 각종 브랜드가 호응한 아트 위크는 한국 미술 신이 들썩이는 페스티벌로 무르익었다. 무엇보다 전 세계 관계자와 교류하며 한국을 아트 스테이지로 제안하고 새로운 컬렉터를 끌어들일 기회이기도 하다. 본래 축제가 그런 장소이리라. 현실을 잠시 뒤로한 채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충만해지는 곳 말이다. 한곳에 모인 이들이 발산한 에너지를 동력 삼아 전진해야 할 시간이다.   

더네이버, 피플,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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