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시위에서 '전례 없는' 역할을 해낸 여성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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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시위에서 '전례 없는' 역할을 해낸 여성들의 이야기

BBC News 코리아 2024-08-21 11:38: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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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수도 다카에서 열린 시위 참여한 여성들의 모습
Getty Images
공무원 할당제에 반대하며 일어난 시위는 이내 더 광범위한 반정부 운동으로 진화했다

15년간 이어진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의 집권을 끝내고자 방글라데시에서 수천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수많은 여성이 행진하며 시위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었다.

수도 다카 소재 노스사우스대학에서 정치학 및 사회학을 연구하는 불불 시디치 박사는 이번 시위에서 여성들의 시위 참여가 “전례 없는”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43세의 싱글맘이자 전문 보디빌더로, 이번에 시위 조직에 몇 차례 참여한 파자나 레오는 대규모 여성 참여가 없었다면 하시나 총리 축출까지 이어지진 못했을 것이라고 본다.

과거 한 번도 정치 활동을 펼쳐본 바 없는 레오는 보안군이 청년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는 장면에 큰 충격을 받았다.

다카 소재 체육관에서의 파자나 레오
BBC
파자나 레오는 ‘어머니의 지지가 있을 때 아이들은 용감해진다’고 말했다

시위의 진원지 중 하나인 다카 미르푸르에 자리한 한 체육관에서 만난 레오는 “거리로 나가 이들을 보호하는 게 내 도덕적 책임이라고 생각했다”며 말을 꺼냈다.

거리에 모인 청년들의 규모에 자극을 받았다는 레오는 여성들이 시위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여성은 물론 남성들에게도 참여할 용기를 북돋아 줬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지지가 있을 때 아이들은 용감해진다”는 것이다.

레오는 “아이들은 ‘네가 시위에 나서지 않으면 그 누가 나라를 구하겠냐’는 어머니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면서 “이렇게 행동할 용기는 반드시 가정에서 비롯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방글라데시 바리샬에서 시위대 머리 위로 깃발을 들어 올리는 여성의 모습
Getty Images
몇몇 방글라데시 여성들은 자신들의 시위 참여가 다른 이들에게 거리로 나올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고 말한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초 공무원 할당제 폐지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평화 시위로 시작됐으나, 이후 광범위한 반정부 운동으로 진화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예비 보고서를 통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7월 16일~8월 11일 사이 시위 중 사망자 수는 거의 650명에 달한다. 사망자 중에는 시위대, 행인, 언론인 및 다수의 보안군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16세 소녀인 리디마 아흐메드는 자신과 친구들은 하시나 총리가 속한 ‘아와미 연맹’당에 충성하는 무장 단체로부터 공격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계속 거리로 나가 시위를 이어 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막아서는 대신, 아흐메드의 어머니 사이마도 함께 나섰다.

사이마는 “모든 아이들이 우리의 자식이며, 그게 어머니의 본능”이라고 했다.

야외 테이블에 둘러 앉은 네 사람의 모습
BBC
사이마 아흐메드(오른쪽에서 2번째)는 16세 딸 리디마와 함께 시위에 나섰다

OHCHR의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과 준군사조직은 평화롭게 시위를 이어가거나 혹은 벽돌이나 막대기처럼 임시로 들고나온 무기를 휘두르는 이들을 향해 실탄 발사 등 “무차별적으로 자주 무력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정당한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살인, 자의적 체포 및 구금, 강제 실종, 고문 등의 혐의도 제기하고 있다.

BBC는 자녀가 구금 중 부상당했다고 말하는 부모들을 인터뷰한 바 있다.

그러나 하시나 전 총리 내각은 시위 진압대는 오직 정당방위 혹은 국가 재산 보호를 위해 발포했을 뿐이라며 고문 등의 혐의를 계속 부인한다.

UN의 아동 권리 증진 기구인 ‘유니세프’에 따르면 시위 도중 사망한 어린이는 32명(대부분 십 대 청소년)이라고 한다. 방글라데시의 한 현지 언론은 66명으로 추정했다.

사이마는 “아이들이 고문당하고 살해당하는데 엄마로서 어떻게 내가 집에 있겠냐”고 물었다.

지난 12일, 손바닥으로 그린 방글라데시 국기 그림을 완성하는 여성의 모습
Getty Images
셰이크 하시나 총리 퇴진 운동을 지지하는 벽화가 이곳저곳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편 시디치 박사는 “수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자녀와 형제들을 보호하고자 시위의 최전선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위 중 여성들은 공개적으로 공격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 전략은 “잘 통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7월 중순 경 시위가 격화되면서 여성들도 공격당했으며, 일부는 심각한 부상을 입기도 했기 때문이다.

시디치 박사는 방글라데시에는 여성들의 정치적 운동 유산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과거 방글라데시가 영국 통치 하에 인도의 일부였던 시절 벌어진 식민지 반대 운동, 1952면 벵골어 인정을 요구하는 행진 등에도 여성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워낙 많은 수의 여성들이 참여했기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시디치 박사는 가정에서 딸들을 더욱 지지해주고, 고등 교육을 받은 젊은 여성들의 수가 늘어났으며, SNS를 통한 정보 접근성 개선 등으로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자신감 있는” 세대가 나타났다고 봤다.

지난 5일 다카의 길거리를 가득 메운 시위대의 모습
Getty Images
하시나 총리가 사임을 발표하자 수많은 이들이 환호하며 거리로 나왔다

하시나 총리가 쫓겨나 인도로 도피한 지 2주가 넘은 현재,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경제학자인 무하마드 유누스 교수가 이끄는 임시 정부가 들어섰다.

시민들의 삶은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여전히 학생들은 거리에 나와 있다. 민주주의, 종교적 화합, 정의를 요구하는 그라피티와 벽화를 그리는 이들도 있다.

대학생인 살와 사라(24)도 그중 하나다. 사라는 “우리는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를 원한다. 우리의 의견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대학생인 탄지나 아프린(23)은 투표를 통해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아프린은 “의사 결정 과정에서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정부는 청년 세대의 희망과 바람을 이뤄줘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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