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선 정부가 추진 중인 ‘공무원 할당제’를 두고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대와 경찰 간 유혈 충돌이 계속되는 가운데 인터넷 연결도 거의 차단됐다.
지난 18일 저녁, 시위대 수천 명이 국영 방송사인 BTV 건물을 습격해 가구와 창문, 조명 등을 파괴하고 불을 질렀다.
방글라데시 정보 방송부 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방송 송출은 중단된 상태였으며, 직원들 또한 대부분 건물을 나간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서 BTV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엔 “많은” 사람들이 안에 갇혀 있다고 경고하는 내용이 올라왔다.
익명을 원한 BTV 선임 기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상황이 너무 심각해 대피 말고는 답이 없었다. 일부 동료들은 안에 갇혀 있었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모든 상황의 원인은 무엇일까? 방글라데시 시위와 관련한 3가지 사항을 살펴봤다.
1. 사태 진정에 실패한 총리의 연설
지난 17일로 예정된 총리의 대국민 연설은 현재 이어지고 있는 폭력 사태를 진정시킬 것으로 예상됐으나, 학생들이 전국 모든 기관의 셧다운을 촉구하는 등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 모양새다.
도시 곳곳에서 보안군이 출동해 고무탄과 최루탄을 시위 진압에 나서면서 지금까지 최소 25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당했다.
사립대학 학생이라고 밝힌 알림 칸은 BBC 방글라데시의 아크바르 호세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총리의 연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칸은 “총리는 우리 학생들에게 진정하라고 말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경찰, BGB(방글라데시 국경수비대), ‘방글라데시 차트라 리그(BCL, 여당인 ‘아와미 연맹’의 학생 지부)’는 학생들에게 맞서 대치하고 있다. 이게 바로 정부의 이중 잣대”라고 지적했다.
전국적으로 인터넷 연결이 차단되고, 보안 경보가 발령된 이날 하루가 마무리될 무렵, 아니술 후크 법무부 장관은 정부는 대화할 준비가 됐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시위를 벌인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할당제를 개혁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 시위대는 이러한 정부가 너무 늦게 제안했다고 봤다. 지난 17일 총리의 연설에서도 그 어떠한 협상을 제안하는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총리는 시위 학생들을 향해 법원 결정을 기다려달라고 호소했다.
할당제 개혁 요구 시위를 조직한 이들 중 하나인 나히드 이슬람은 정부 측 대화 제안을 거부하며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평화로운 운동이었음에도 정부는 폭력에 의지하며 상황을 악화시켰습니다. 이제 이는 정부의 책임입니다. 저들은 협상의 여지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대학 건물, 캠퍼스, 교육 시설이 계속 폐쇄된다면, 진압대가 거리에 계속 남아 있는다면, 계속 발포한다면, 정부는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 캠퍼스에서 강제로 쫓겨난 학생들
이번 주 초, 방글라데시 전역에서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6명이 사망하면서 전국의 모든 학교와 교육 기관에 무기한 휴교령이 발표됐다.
대학 측은 학생들에게 기숙사 퇴거를 요청했는데, 이에 학생 시위대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경찰이 캠퍼스를 급습해 최루탄, 고무탄을 발사하며 강제로 학생들을 퇴거시키려 했는데, 몇 시간 동안 충돌하며 수백 명이 부상당했다.
다카대학교의 학생인 샤파트 라만은 학교 측이 급습 과정에서 벌어질 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이러한 위협으로 인해 모두가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어제 오후 6시 30분쯤, 대학 측이 이제 끝이라며 지금 퇴거하지 않으면 경찰이 급습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대학 측은 그 결과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방글라데시 정부는 이와 같은 공격적인 전술로 캠퍼스 내 학생 해산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엔 캠퍼스에서 시위대가 대규모로 모이지 못하면서 효과가 있는 듯했다. 그러나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사립 대학과 기타 교육 기관의 학생들의 시위가 이어지면서 지금껏 최소 25명이 사망한 가운데 지난 18일엔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시위를 주도한 이들 중 하나인 아시프 마흐무드는 BBC 방글라데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시위는 사립 대학 학생들이 주도하고 있다. 공립대 학생들은 대학 캠퍼스가 그들(경찰)의 통제 하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 이제 더 이상 ‘공무원 할당제’에 관한 시위가 아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폭력 사태는 더 이상 ‘공무원 할당제’에 관한 것이 아니라, 지난 수십 년간 청년층이 쌓아온 분노의 표출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아시아 개발 은행’에 따르면 2022년 방글라데시 국민의 18.7%가 빈곤선 이하로 생활하고 있으며, 직장이 있는 이들 중에서도 약 6%가 하루 구매력이 2.15달러(약 2900원) 미만이다.
이번 할당제에 대한 개혁을 외치는 시위는 약 2주 전, 평화로운 방식으로 시작됐다.
당시에는 여당인 ‘아와미 연맹’의 학생 지부인 BCL이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총리가 시위대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면서 시위는 갑작스럽게 폭력 사태로 악화했다.
지난 17일 총리의 대국민 연설은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정치 전문가 모히우딘 아흐마드는 “한편에선 학생 시위대가 공격받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선 총리가 그저 연설을 통해 상황을 통제하려고 한다. 이는 모순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치 분석가이자 다카 소재 공립 대학교인 자그가나트 대학교의 사데카 할람 부총장은 해당 안건이 최고 법원에 달려 있는데 총리가 연설에서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고 봤다.
“정부의 수장으로서 총리는 법정 소송이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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