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12일 오전 전남 부안에서 발생한 규모 4.5의 강진으로 전국이 흔들렸다. 올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강력했으며, 육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는 6년 만의 강진이다.
다행히 인명 피해나 대규모 시설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나 지진이 드문 곳에 갑작스러운 강진이 발생하자 더 이상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지진 발생 지역에 단층이 조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대대적인 단층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육지에서 6년여만에 규모 4.5 이상…현재까지 여진 8차례
12일 오전 8시 26분 49초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 지점에서 규모 4.8 지진이 발생했다고 기상청이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진 발생 위치는 북위 35.70도, 동경 126.72도로 행정구역으론 전북 부안군 행안면 진동리다. 지진 발생 깊이는 8㎞고, 여진은 이날 오전 9시50분까지 11차례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올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기상청이 지진 계기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후로 범위를 넓혀도 16번째로 강한 지진이다.
지진 발생 직후 기상청은 "현재로선 해당 지역에 정보가 파악된 단층이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진앙 인근 단층 운동을 1차 분석한 결과, 이번 지진은 북동쪽에서 남서쪽 또는 남동쪽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이동하는 주향이동 단층 운동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밝혔다. 주향이동 단층은 단층면을 따라 수평으로 이동하는 단층이다.
충남 부여에서 전북 부안 변산반도까지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함열 단층이나 유사하게 발달한 다른 단층에서 이번 지진이 비롯됐을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 등은 여진 분포를 조사해 어떤 단층에서 지진이 일어났는지 파악할 방침이다.
국내에서 규모 4.5 이상 지진이 발생한 것은 작년 5월 15일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에서 4.5 지진이 발생하고 약 1년여만이다.
육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범위를 좁히면 2018년 2월 11일 경북 포항시 북구 북서쪽 4㎞ 지역에서 규모 4.6 지진이 발생하고 6년여만이다.
한편, 국내에서 발생한 가장 강한 지진은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7㎞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이다.
서울·경기·강원 등 전국에서 지진 감지… 인명 피해는 없어
이날 지진은 수도권, 강원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흔들림이 감지됐다.
12일 소방청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전국에서 198건(오전 8시 40분 기준)의 지진 감지 신고가 접수됐다. 전북에서 62건이 접수됐고 충남 27건, 충북 24건, 대전 14건, 광주 14건, 전남 14건 등 인근 지역은 물론 경기 23건, 경북 2건, 부산 2건 등에서도 신고가 접수됐다.
이번 지진으로 부안군 보안면의 한 창고 벽체가 갈라졌고, 하서면의 한 주택 창문이 깨졌다. 또 백산면의 한 주택 화장실 타일도 파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안에 거주하는 이모 씨는 "건물이 흔들리는 게 눈에 보이는 정도였다"며 "사무실에 일찍 출근해있던 직원들이 모두 주차장으로 뛰쳐나갔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읍시청 한 공무원도 "1층 사무실이 급격히 흔들려 폭탄이 터진 줄 알았다"며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로 (규모가) 크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세종과 강원 원주에서도 사무실·가정의 의자나 TV도 흔들렸다는 신고도 나왔다.
한국수력원자력도 기상청의 지지 발생 긴급재난문자 발송 이후 한빛원전의 이상 유무를 확인했다. 한수원 측은 "전국의 가동 원전은 지진으로 인한 영향 없이 모두 안전운전 중"이라고 밝혔다. 한빛원전은 진앙지와 최소 거리는 42㎞ 떨어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지역내 학교에서는 건물의 균열이 확인됐다. 부안 3곳, 김제 1곳, 대전 1곳 등이다. 지진 여파로 휴업을 한 학교가 총 4곳, 등하교시간을 조정한 학교가 1곳(충남) 등을 했다. 단축수업을 한 학교도 2곳,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학교도 1곳이 나왔다.
윤 대통령, 지진 보고받고 "제반 조치 하라"
정부, 중대본 1단계 가동.. 한 총리 "상황관리 철저·국민에 신속정확 안내" 지시
행정안전부는 지진이 발생하자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필요한 조처를 하기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비상 1단계를 가동했다. 또 지진 위기 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지진 위기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순으로 발령된다.
중앙아시아를 순방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지진이 발생하자 정부에 피해 상황 점검과 비상대응 태세 점검을 지시했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이 지진 발생 상황을 보고받고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에 "국가기반시설 등에 대해 피해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등 제반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고 서면으로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행안부와 기상청 등에는 "추가적인 여진 발생에 대해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신속·정확하게 전파하고, 비상대응 태세를 점검하라"고 당부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2일 철저한 상황관리 및 국민 안전 보호에 만전을 기하라고 정부에 긴급지시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전북 부안군 인근 지진 발생이 관측된 직후 행정안전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기상청과 각 지방자치단체에 긴급지시를 전했다.
한 총리는 먼저 행안부 장관에게 철저한 상황관리와 함께 추가 여진에 대비하면서 위험징후 감지시 국민이 신속 대피할 수 있도록 행동 요령을 안내할 것을 지시했다. 예·경보 시설 작동도 점검하라고 했다.
산업부·과기부·국토부 장관에게는 "원전, 전기, 통신, 교통 등 국가기반 서비스의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유사시 비상대비 조치에도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문체부 장관과 기상청장에게는 "국민들이 지진으로 인해 과도하게 동요하지 않도록 지진 관련 정보를 투명하고 신속·정확히 실시간으로 제공할 것"을 지시했다.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 '7.0 지진'도 가능
이날 지진으로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경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본보다 지진 위험이 훨씬 작은 것은 사실이지만, 학계에서는 한반도에 규모 7.0의 강진도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지진 연구의 기반인 한반도 단층 조사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이에 향후 발생할 강진 대응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라도 관련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978년부터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5 이상 지진은 이번까지 포함해 28번에 그친다.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발생한 경우는 13번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태까지 없었다는 이유로 앞으로도 강진이 없을 것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한반도 동쪽이 일본 쪽으로 끌려가면서 한반도가 과거보다 3㎝ 정도 넓어지고 지반이 약해져, 과거보다 지진이 빈발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동일본대지진으로 한반도 일대 응력 불균형이 생겨 지진이 급증했다가 현재는 다소 줄었지만, 응력이 (지반) 깊은 곳으로 전이되면서 진원이 깊은 지진이 늘어나고 있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학계에선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 최대규모를 '6.5~7.0'으로 본다.
규모 7.0 지진이면 기상청이 지진 계기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강했던 지진인 2016년 9월 경주 지진(규모 5.8)보다 위력이 63배 강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박은진 선임연구원이 최근 기고한 글을 보면 연구원이 국내 대표 단층대인 양산단층대를 조사한 결과 이 단층대 여러 단층 구간이 과거 동시에 움직였을 가능성이 확인됐다.
문제는 한반도에 어떤 단층이 있는지 제대로 모른다는 점이다.
이날 지진은 단층의 상반과 하반이 단층면을 따라 수평으로 이동하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진이 발생한 곳에 어떤 단층이 있는지 정확한 정보가 없다.
홍 교수는 "주변 지표면 쪽에 단층은 알려져 있는데, 이 단층이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곳(지하 8㎞)까지 연결됐는지 등은 불확실하다"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단층 조사는 이제 '걸음마'를 뗀 상황이다. 지난 2016년 9월 규모 5.8 경주 지진을 계기로 '한반도 단층구조선의 조사 및 평가기술 개발' 사업이 시작됐고, 현재 영남권(한반도 동남부)을 대상으로 한 1단계 조사가 겨우 끝난 상황이다.
1단계 조사에서는 지질학적으론 최근인 '현재부터 258만년 전 사이(신생대 제4기)'에 한 번이라도 지진으로 지표 파열이나 변형을 유발한 단층인 활성단층이 14개 확인됐다.
현재 2026년까지 한반도 중서부(수도권)와 중남부(충청권) 단층을 조사하는 2단계 조사가 진행 중이다.
3단계(호남권)와 4단계(강원권)를 거쳐 4단계 조사가 완료되는 시점은 2036년으로 예정돼 있다. 그때까지 한반도의 정확한 단층 정보 파악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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