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스라엘이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인질 4명을 구출하기 위해 가자 주민 274명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나며 국제사회는 전쟁범죄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0일 미국이 주도한 가자지구 3단계 휴전안을 지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며 휴전을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하마스는 휴전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변수는 이스라엘의 국내 정치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전시내각에 균열 조짐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최대 정적인 야당 대표가 전시내각 탈퇴를 선언하면서 전쟁을 지속하기 원하는 네타냐후가 극우 정치세력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바이든, 3단계 휴전안 공개.. 6주간 휴전 후 영구적 적대행위 중단 및 가자지구 재건
하마스 "환영" 이스라엘 "인질 구출 작전 계속"
유엔 안보리는 10일 긴급회의를 열고 가자지구 3단계 휴전안을 지지하는 내용의 결의를 채택했다.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14개국이 찬성했고, 러시아가 기권해 가결 처리됐다.
미국이 초안을 작성한 이번 결의는 3단계 휴전안을 받아들일 것을 하마스에 촉구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모두가 협상 내용을 지체하지 않고 조건 없이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긴급 회견을 열고 가자지구의 3단계 휴전안을 공개한 바 있다.
휴전안은 ▲6주간의 완전한 휴전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내 인구 밀집 지역 철수 및 일부 인질 교환 ▲모든 생존 인질 교환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 등 영구적 적대행위 중단 ▲가자지구 재건 시작과 사망한 인질 시신 송환 등 3단계로 구성됐다.
만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이 휴전안에 합의할 경우 즉각적인 휴전과 인질 석방, 인구 밀집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1단계 철수, 인도주의적 지원의 즉각적인 확대 및 기본 서비스 복구, 팔레스타인 주민의 가자지구 북부 귀환, 위기 종식을 위한 로드맵, 다년간의 국제적 지원 재건 계획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결의 채택 후 발언에서 "안보리는 하마스에 휴전 협상안을 받아들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이미 협상안에 찬성했고, 하마스도 찬성한다면 싸움은 오늘이라도 멈출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랍권의 유일한 이사국인 알제리의 아마르 벤자마 주유엔 대사는 "이번 결의안 문안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향한 살인과 고통 지속되는 가운데 그들에게 대안으로서 희미한 희망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제는 살인을 멈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안보리 결의 후 하마스도 환영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와 AP통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유엔 안보리가 승인한 휴전 결의안을 환영하며 그 원칙을 이행하기 위해 중재자들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하마스는 결의안 이행을 위해 이스라엘과 간접적인 협상을 통해 중재자들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 요소를 환영할 뿐, 전체 계획은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휴전안을 수락하지 않았다며 딴죽을 걸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로이트 샤피르 벤-나프탈리 유엔 주재 이스라엘 조정관은 전쟁에서 자국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며, 지난 8일과 같은 인질 구출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린 모든 인질이 돌아오고 하마스의 군사 능력이 해체될 때까지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며 "하마스 지도부가 모든 인질을 석방하고 자수하면 총 한 발도 쏘지 않겠다"고 했다.
이스라엘, 개전 8개월 만에 전시내각 분열 조짐... 네타냐후 입지 '흔들'
전쟁 이후 지속 되어 오던 이스라엘의 전시내각이 분열 조짐을 보이는 것도 휴전을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최대 경쟁자인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가 전쟁 지휘부에서 이탈을 선언한 것이다.
연합뉴스와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간츠 대표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시내각 장관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간츠는 "우리가 진정한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네타냐후가 막고 있다"며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비상 정부를 무거운 마음으로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전시내각에는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 간츠 3명이 투표를 통해 전쟁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 이외에 투표권이 없는 3명의 참관인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날 간츠 뿐만 아니라 참관인으로 참여했던 같은 당 가디 아이젠코트 국회의원도 전시내각을 탈퇴했다.
간츠는 네타냐후에게 "나라가 분열되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며 전쟁 발발 1년이 되는 올가을쯤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조기 총선 실시에 합의하라고 촉구했다.
네타냐후는 간츠의 사직 발표 직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이스라엘은 여러 전선에 걸쳐 실존이 걸린 전쟁을 벌이는 중"이라며 "베니, 지금은 포기할 때가 아니고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썼다. 그는 "우리는 승리하고 전쟁의 모든 목표, 특히 모든 인질의 석방과 하마스 제거를 완수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지 매체들은 네타냐후가 전시내각 해체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리쿠르당과 연정을 이루고 있는 극우 계열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 소속인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네타냐후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나는 정부의 장관이자 당 대표, 연정의 고위급 파트너로서 (전시) 내각에 합류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네타냐후가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 극우 정치 세력과 손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질 4명 구하려 가자 주민 274명 살해" 국제사회 비난 봇물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이 인질 구출 과정에서 가자 주민 수백명을 살해한 사실이 전해지며 국제 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8일 오전 11시께 이 난민촌에 진입해 하마스가 숨긴 남성 3명, 여성 1명 등 자국인 인질 4명을 구출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은 대규모 포격과 공습을 가했다.
이로 인해 숨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은 274명에 이른다.
9일 로이터와 AP 통신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성명에서 전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촌을 공격한 데 따른 사망자가 최소 274명, 부상자가 59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이번 작전에 대해 "문명과 인류의 가치가 결여된 잔혹한 범죄"라며 "무고한 민간인에 대해 끔찍한 학살을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구출작전에 투입된 특수부대를 엄호하기 위해 공격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민간인 사상자에 대해서는 "이 중 테러범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는 민간인이 대량 희생된 이번 작전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피비린내는 학살"로 규정했다. 아바스 수반은 이번 참사의 책임을 묻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가자지구에서 또다시 민간인 학살이 발생했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보렐 대표는 "우리는 이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유혈사태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휴전 협상을 중재해 온 주변국 이집트도 이스라엘의 누세이라트 난민촌 공격을 규탄했다.
이집트 외무부는 "이 공격으로 15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쳤다"며 "이는 국제법과 국제인도법의 모든 조항과 인도주의의 모든 가치를 노골적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 전쟁을 멈추기 위해 영향력 있는 국제 당사국과 안보리가 긴급히 개입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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