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양현종(KIA 타이거즈)은 흥미로운 예상을 하나 했다. 양현종은 올 시즌 처음 도입되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을 전망하며 "커브가 중요할 거 같다"며 "곽빈(두산 베어스)처럼 커브를 제2의 구종으로 던지는 투수들에게 유리하지 않을까. 커브가 ABS 도입의 가장 큰 포인트"라고 말했다. 3월 말 시범경기를 마친 뒤에도 그는 "확실히 커브가 키 포인트"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시행 세칙에 따르면 ABS 체제에선 홈플레이트 중간과 끝, 두 곳에서 상하 높이 기준을 충족해야 스트라이크 판정된다. ABS 스트라이크 기준 센서점만 통과하면 스트라이크로 판정받기 때문에 움직임이 큰 변화구가 유리할 거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양현종이 주목한 건 커브였다.
양현종의 예상대로 곽빈은 순항 중이다. 10일 기준으로 평균자책점이 3.18로 리그 4위, 국내 투수 중에선 원태인(삼성 라이온즈·3.04)에 이은 2위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올 시즌 곽빈은 변화구 레퍼토리를 약간 수정했다. 슬라이더(23.7%→21.4%)와 체인지업(15.7%→14%) 비율을 전년 대비 소폭 낮추고, 커브 비율을 17.7%에서 21.8%까지 끌어올렸다. 효과는 만점. 커브 피안타율이 0.155로 낮다. 직구 피안타율이 0.309로 높은데 전체 피안타율(0.221)이 낮은 가장 큰 이유도 결국 커브의 위력 덕분이다. ABS 환경에서 어느 구종보다 까다롭게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다.
최근 KBO리그 트렌드 구종 중 하나는 스위퍼다. 지난해 에릭 페디(현 시카고 화이트삭스), 올 시즌에는 제임스 네일(KIA 타이거즈)이 횡 슬라이더의 일종인 스위퍼로 리그를 호령하고 있다. 곽빈도 스위퍼에 주목했다. 하지만 포기했다. 그는 "스위퍼에 대한 유혹은 있었다. 작년에도 조금씩 연습은 해봤다. 하지만 일단 내 거를 먼저 확실하게 만들고 추가해 보자고 생각했다"며 "내 커브가 괜찮으니 (손목 방향을) 조금 비틀면 스위퍼를 구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스위퍼를 연습할 때는 손목을 비틀어야 하고 커브는 세워야 하는데, 스위퍼를 연습하다 커브가 흔들릴까 싶었다"고 말했다. 강점을 더욱 강하게. 곽빈이 세운 '커브 올인 전략'이 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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