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미국이 자국 바이오산업 안보를 위해 중국 바이오 기업을 배제하는 ‘생물보안법’ 제정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 등 5개 국가가 공급망 강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현지시간 5일 한국과 미국, 일본, 인도, 유럽연합(EU)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5개국 민·관 합동 ‘바이오제약 연합’(Biopharma Coalition) 출범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서 정부 및 기업 관계자들은 △바이오제약 공급망의 취약점 현황 및 선진 제조 기술과 연구개발(R&D)을 활용한 개선 △공급망 다변화 촉진을 위한 제도·기술적 장벽 해소 △바이오제약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위한 협력 등을 논의했다.
참여국과 기업들은 의약품 생산에 필수적인 원료 물질과 중간 단계인 원료의약품의 생산이 소수 국가에 집중돼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구체적인 의약품 공급망 지도를 구축해 취약점 진단을 비롯한 개선 방안을 함께 모색키로 했다.
공급망 다변화 촉진과 관련해서는 각국의 의약품 허가 제도를 균형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의약품 공급망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는 한편, 의약품의 안전성을 보장하면서도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바이오제약 연합은 지난해 12월 제1차 한·미 핵심신흥기술 대화의 후속이다. 당시 양국은 의약품원료 등과 관련한 바이오 트랙1.5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발생한 의약품 공급 부족 사태를 계기로 공급망 안정을 위해 주요국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데에 공감대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의를 통해 5개국은 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상호 신뢰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바이오제약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데 깊이 공감했다”며 “이를 위해 5개국 정부와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면서 각국의 바이오 정책과 규제 및 R&D 지원 정책 등 공급망 리스크를 예방하는 수단들을 긴밀히 조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대통령실,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미국에서는 백악관, 국무부, 복지부, 상무부, 식품의약처(FDA) △일본에서는 내각부, 경제산업부, 노동보건복지부가 △인도에서는 바이오기술부, 의약품부, 의료연구위원회 △EU에서는 집행위의 보건혁신 생태계국 및 보건위기 대비 대응국(HERA)이 각국의 정부 대표로 참여했다. 국내 기업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GC녹십자, 종근당바이오, YS생명과학이 참여했다.
한편 이번 5개 국가 연합 출범은 공급망 다변화 차원의 목적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 중국 견제 기조와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전기차 산업에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이 바이오산업 분야까지 견제 범위를 넓히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월 미국 하원에는 중국 바이오 기업의 자국 내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의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이 제출됐다. 적대국 바이오기업에 미국인의 유전자 데이터가 이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나온 법안이다. 규제 대상이되는 우려 바이오 기업은 중국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와 CRO(임상시험수탁) 기업 우시앱텍 등이다. 중국 기업이 반발하는 상황이지만 미국 의회는 해당 법안의 연내 통과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 2일 미국 샌디에이고 18개국의 세계바이오협회위원회(ICBA) 미팅에서 미국바이오협회 존 크롤리 신임 회장은 “현재 바이오산업은 반도체 및 타 산업과 별반 다른 상황이 아니다”라며 “미국은 자국 기술과 정보안보가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연내 생물보안법이 법안을 통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정윤택 원장은 “미국의 생물보안법이 미국 국민의 유전자 정보에 관한 안보적 측면도 존재하지만, 현재 정책의 밑바탕에는 중국의 의존도를 분산시키기 위한 미국 행정부의 의도가 깔려있고, 이는 우방국과의 협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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