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주성 사장 ‘예술적 리스크 관리’ 허구였나...키움증권 ‘미국발 미수금’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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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주성 사장 ‘예술적 리스크 관리’ 허구였나...키움증권 ‘미국발 미수금’ 사태

투데이신문 2024-06-07 18:28:36 신고

키움증권이 미국 주식 관련 미수금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해 영풍제지 사태 이후 위험 관리 강화 교훈을 얻지 못한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사고 있다. 사진은 키움증권 사옥과 엄주성 사장 [사진제공=키움증권]
키움증권이 미국 주식 관련 미수금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해 영풍제지 사태 이후 위험 관리 강화 교훈을 얻지 못한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사고 있다. 사진은 키움증권 사옥과 엄주성 사장 [사진제공=키움증권]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키움사태’ 1년을 막 넘긴 상황에서 키움증권이 다시 위험 관리 실패 논란에 말려드는 모습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시스템 오류가 ‘서학개미(미국 증시 종목 거래에 나선 한국 투자자)’ 피해로 번지고 있는 와중에, 키움증권이 타사 대비 서학개미 보호에서 무방비였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키움증권 엄주성 사장의 ‘예술적 리스크 관리 시도’ 구상이 신선한 경영 성과처럼 거론되고 있지만, 막상 세부적으로는 갈피를 못 잡고 영풍제지 사태의 구태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전산오류로 일부 종목이 대폭락한 가격으로 공지됐다. 일부 종목에서 90% 이상 비정상적으로 하락한 가격에 표시가 된 것. 문제는 이 같은 비정상 가격에 기반해 ‘시장가’ 매수 주문을 한 경우 주문 가격 대비 속수무책으로 커지는 미수금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에 따라서는 현재가 기준 가격의 일정 범주 내에서만 거래가 체결되도록 한다든지 방어벽이 있지만, 키움증권은 이것이 없어,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예측하고 방지하려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험성 폭주 막을 ‘캡’ 여부에 국내 증권사별로 해프닝 vs 미수금 폭탄 희비

취재 결과, 삼성증권은 고객이 ‘시장가’로 주문시, 현재가 기준 위아래로 7% 수준에서만 거래가 체결되도록 일종의 보호캡을 조건으로 부과했다 하나증권의 경우도 현재가의 위아래 5% 범위 내에서만 주문이 체결되도록 해 뒀다. KB증권은 아예 시장가 주문 자체가 없다.

키움증권 측은 “회사별로 체결이 가능한 범위를 현재가 기준 위아래 몇 %로 정해두거나 하지도 하지만, 체결 범위를 낮춰놓으면 주문을 못하는 불편이 생긴다. 뭐가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결국 ‘위험관리 측면’에서 보면 문제 아니냐는 지적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증권회사별 정책 문제”라는 설명 외에 뾰족한 항변이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키움증권을 통해 미국 증시에 투자했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미수금 사건이 수십건 나올 것으로 추정한다. 

투기세력에 길 열어줬던 영풍제지 사태와 사실상 판박이

이와 관련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위험한) 시스템을 열어둔 것에 대한 결과는 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키움증권 측도 “변제 책임을 전혀 안 지겠다는 것은 아니다. 논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서로 소통하는 상황”이라고 말하면서 무책임하게 소비자 책임으로만 손실 100%를 넘기려 든다는 일각의 우려에는 선을 그었다.

문제는 이 같은 책임 분담으로 완전 진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장가 주문을 아예 안 만든 KB증권이 꼭 좋은 모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런 문제가 불거졌을 때 결국 소비자 손실이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는 점이 각 증권사별 시스템 차이에서 드러났는데, 이에 대한 대책 검토가 없었던 점이 부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종대 경영학부 김대종 교수는 이번 사건과 관련, 영풍제지 미수금 등 지난해 키움사태와 일련선상에서 짚을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이상거래 주문에 대한 보호 대책 문제’라고 이번 상황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통상 (이상거래 기준으로 기존 가격 대비 ±30~40%) 범위를 보는데, 이번 키움증권 미국발 미수금 논란 경우 (종목에 따라) 95%까지 급격히 떨어진 상황에서 전혀 그에 대한 거래에 보호대책이 존재하지 않아 그대로 주문이 들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객 보호 차원에서의 고심이 미비하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봄 차액결제거래(CFD) 논란에 이어 10월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를 겪었다. 이번 미국발 미수금 논란은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의 사실상 재연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키움증권은 위험종목으로 시장의 우려를 사던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사실상 홀로 높게 방치했다. 그 여파로 시세조종 논란을 키웠고, 키움증권 스스스로도 4000억원대 미수금 타격을 짊어지게 됐다. 리스크 관리에 눈감는 대신 미수금 거래 수요를 유치해 이익을 보려던 태도에 오히려 자승자박당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지난해 키움사태 수습 과정에서 새 사령탑이 된 키움증권 엄주성 사장은 위험관리 및 내부통제에 상당한 공을 들여 왔다. 그는 관련 조직의 대대적 개편과 함께, 위험 관리에 대한 종합적 추진 목표를 부각하기도 했다. 

올해 초 한 인터뷰에서 엄 사장은 “위험 관리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증권사의 위험 관리는 기본적으로 신용·미수거래 리스크를 적절하게 제어하면서도 그로부터 발생하는 이자 수익을 취해야 하는 복합적 문제라는 점에서 “기계적이 아닌 ‘예술적’ 위험 관리”여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그 맥락에서 거론, 추진된 것이 바로 대대적인 관련 조직 개편과 알고리즘 등 개발 추진이다. 

새롭게 등장한 엄주성 위험관리론에도 흠집...초대형IB 브레이크 우려도

엄 사장은 “리스크 관리를 도식적·기계적으로 접근하면 위험과 수익은 모순되지만 그걸 예술적으로 하면 둘 다 포용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엄 사장의 야심이 윤곽을 드러낸지 얼마 안 돼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그간 키움증권이 타사 대비 위험한 거래 가능성을 방치해 온 시스템이 개혁되려면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엄 사장식 개혁이 초대형IB 등에 본격화를 추진하려는 점과 맞닿아 있었는데 거기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점이다. 초대형IB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위험 관리, 내부 통제를 위한 시스템 구비 ▲회사 건전성 및 대주주 적격성 등의 평가와 함께 ▲평판 리스크평판도 고려되는 것으로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최근 다우키움그룹 김익래 전 회장이 지난해 봄 터진 CFD 논란에서 검찰의 무혐의 판정을 받아 겨우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진화됐는데, 키움증권이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의 재연에 가까운 이번 미국발 미수금 상황을 겪으며 평판과 위험 관리 능력에서 또다시 도마에 올라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본다. 한 투자자문업계 관계자는 “이번 상황은 고객 관련 시스템 문제라서 당연히 위험 관리 측면의 심사 대상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인식을 내비치면서, 초대형IB와 발행어음 인가 문제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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