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지난달 30일 국민의 기대와 우려 속에 제22대 국회의원 임기가 개시됐다. 22대 국회는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여소야대로 시작한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22대 국회는 여당 108석, 야당 192석의 더 기울어진 구조라는 것이다. 범야권이 주도하는 법안들은 상대적으로 처리가 용이하겠지만,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의제는 여러모로 난관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이 국회에서 하는 게 무엇인가"라는 국민들의 비판에도 300명의 의원들은 기본적인 책무인 입법 활동에 임한다. 국회에서는 한 주에 적게는 수개, 많게는 수십 개의 법안이 발의된다. 모든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추진됐다 사라졌던 법부터 새로운 법 제정까지 저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입법에 공을 들인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 임기 개시 후 일주일간 총 183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개원일 하루에만 48건(26.2%)의 법안들이 등록됐다.
22대 국회 1호 법안 타이틀은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일명 '교통약자법 개정안'(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차지했다. 장애인들을 비롯한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을 주로 다룬 법안이다. 서 의원은 시각장애인으로, 인권운동가로,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 온 정책전문가라는 점을 살려 자신의 첫 법안을 택했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각 당에서는 어떤 법안을 1호로 발의했을까.
제1당인 민주당은 민생과 개혁을 앞세워 '2024년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이하 민생회복지원금법)'과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채상병 특검법)'을 각각 내세웠다.
먼저 민생회복지원금법은 이재명 대표의 핵심공약으로, 전국민 1인당 25만원씩(4인 기구 기준) 100만원까지 지역화폐로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13조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필요한데 정부·여당이 반발하고 있다. 채상병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후 국회로 돌아온 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부결돼 폐기처리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저출생 대응·민생 살리기·미래산업 육성·지역균형 발전·의료개혁 등 내용을 담은 '민생공감 531 법안'을 1호 법안으로 선정했다. 5개 분야의 31개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입장인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문제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늘봄학교 전면확대 시행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유예기간 연장 △단말기유통법 폐지 △원전사업 지원 특별법 등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정책으로 그 색채가 강하다.
여야가 낸 1호 법안의 공통적으로 서로가 이미 난색을 표한 법안들로 실제 본회의에 상정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각 당이 1호로 내세운 것은 서로의 선명성 내지는 정국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여야는 22대 국회 개원에 맞춰 '민생을 챙기겠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특검 공방전 속 민생을 위한 법안은 뒷전으로 밀릴 전망이다.
벌써 5개의 특검 법안이 국회 의안과로 접수됐다. 범야권은 채상병 특검법을 비롯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자녀 논문대필 의혹 등 관련 특검법 △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 특검법 △김성태 대북 송금 사건 관련 검찰의 허위진술 강요 특검법을 제출했고, 여권은 김정숙 여사 외유성 순방 특검법을 발의했다.
여기에 원 구성 협상도 난항에 빠져 민생법안 통과는 더 뒷전으로 밀릴 공산이 크다. 야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22대 국회 첫 본회의를 열고 우원식 의원을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한 가운데 여야 모두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 대한 '절대 사수' 입장을 밝히고 있는 만큼 민생법안 논의를 위한 상임위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다.
참여연대 한상희 공동대표는 "22대 국회는 민주주의 후퇴를 막고 국민의 생명과 민생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그동안 정부와 국회가 보여준 행보는 단편적인 위기 대응에 머물러 있거나 구조적, 근본적 문제는 외면했다"며 "이번 만큼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고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개혁 의지를 보여주는 국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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