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책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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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책 나오네:)

유머톡톡 2024-06-04 14:40: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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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면에서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유독 토론만큼은 못해도 너무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배우지 못해서 그렇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부터 모든 학습을 토론으로 하는 서양과 달리 우리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제대로 된 토론 수업을 받아본 사람이 거의 없다. 배워본 적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학교에서 가르치면 능히 잘할 수 있다. 정규교육에 토론이 반영되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사회 곳곳에서 토론의 꽃이 활짝 피어날 것이다. 토론의 꽃이 만개할 날을 대비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토론을 이끌 진행자를 양성해야 한다. 토론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책은 차고 넘친다. 나는 좀 다른 각도의 책을 쓰기로 했다. _22쪽

나는 미국 어느 인디언 보호 구역의 학교에 새로 부임한 백인 교사의 일화를 늘 가슴에 품고 산다. 시험을 시작하겠다고 하니 아이들이 홀연 둥그렇게 둘러앉더란다. 시험을 봐야 하니 서로 떨어져 앉으라고 했더니 아이들은 어리둥절해하며 이렇게 말하더란다. “저희들은 어른들에게서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함께 상의하라고 배웠는데요.”우리 중에는 철저하게 혼자 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늘 여럿이 함께 일한다. 대학의 문을 나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거의 모두 협업 현장에 던져지건만 학교 체제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철저하게 홀로서기만 배운다. _85쪽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대담을 담당하는 우리나라 진행자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해서 후보자를 궁지에 빠뜨려야 훌륭한 진행자로 평가받는다. 이럴 때마다 나는 도대체 우리가 뽑으려는 대통령이 과연 어떤 대통령인지 묻고 싶다.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을 때 얼마나 잘 대처하는가를 평가하는 게 목적인 듯 보이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혹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얼마나 공정하게 국정을 운영할지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임기응변에 능한 미꾸라지 혹은 기름장어를 뽑으려는 것인가? 대담이나 인터뷰가 너무나 긴장감 없이 흘러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는 모습이나 보는 게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그건 예능 프로그램에서나 하는 짓이다. _99~100쪽

몽플뢰르 콘퍼런스는 우리에게 아무리 이질적이고 심지어는 적대적인 상대들이라도 고민과 상상력을 공유하고 동행하면 민주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값진 교훈을 던져주었다. 구체적이고 결정적인 해결 방안을 도출하려 서두르거나 동의를 강요하지 않고 자기 입장과 시각을 뛰어넘어 함께 대화하며 공동의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는 중립적인 제3의 조정자 역할이 중요하다. 모든 참여자의 의견을 고루 경청하고 특정 집단의 편향된 시각에 휘둘리지 않을 애덤 카헤인 같은 탁월한 진행중재자를 초빙해 진행 과정의 전권을 맡긴 것이 성공의 결정적 관건이었다. 그의 중립적이면서도 노련한 리더십은 다분히 편향적이었던 참가자들의 이해의 폭을 넓히며, 더 나아가서는 그들이 속한 조직의 집단적 사고에도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는 집권 정치 세력의 긍정적 사고도 이끌어냈다. _158~159쪽

소통은 원래 안 되는 게 정상이다. 잘되면 신기한 일이다. 소통이 당연히 잘되리라 착각하기 때문에 불통에 불평을 쏟아내는 것이다. 소통은 안 되는 게 정상이라 해도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소통이 필요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가 우리를 가리켜 사회적 동물이라고 규정했다. 소통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힘들어도 끝까지, 될 때까지 열심히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가 숙론을 통한 소통을 배워야 할 때다. _160쪽

숙론 반응의 기저를 떠받치는 것은 무엇보다 진행중재자의 열정이다. 하품만 전염성이 있는 게 아니다. 열정도 전염된다. 진행자가 하품하면 모둠 전체가 졸음에 빠진다. 그러나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숙론이 진행되는 내내 열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탁월한 숙론 진행을 원한다면 바람직한 마음가짐을 훈련해야 한다. 열정도 가장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기꺼이 연기해야 한다. 서양에서는 “첫사랑을 대하듯” 숙론 모둠을 대하라고 가르친다. 나는 교수로 살아온 평생 수없이 자주 첫사랑을 경험한 셈이다. 일방적 강의보다 숙론 수업은 훨씬 더 어렵지만 그만큼 짜릿하다. _196~197쪽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상대의 발언이 아무리 난해해도 말하려는 의도를 파악하고 핵심을 짚어내는 능력은 일상적 인간관계에도 중요한 기술이지만 숙론을 이끄는 진행중재자가 갖춰야 할 덕목 중 단연 으뜸이다. 대담이나 숙론이나 자신이 말을 잘하는 게 대단한 게 아니라 상대의 말을 얼마나 잘 듣느냐가 중요하다. _199쪽

이 책이 나오면 제일 먼저 300명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에게 일일이 사인해서 선물하고 싶다. 부끄럽지만 서로 마주 앉아 얘기하는 법을 제일 먼저 배워야 할 사람들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 아니라 이 땅의 국회의원들이기 때문이다. (…)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국민은 반드시 정치도 다른 모든 분야처럼 세계가 칭송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말리라 나는 확신한다. 그 변화의 한복판에 우리 모두 새로이 습득할 숙론의 힘이 있을 것이다. 조만간 대한민국은 어린이집에서 국회까지 언쟁이나 논쟁을 멈추고 기껏해야 상대를 제압하려는 토론 수준을 넘어 깊이 생각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하는 숙론의 꽃이 만개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가 존경하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날 것이다. _208~2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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