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호진 기자] 북한이 최근 오물풍선 살포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등 도발 행위를 자행하면서 정부가 4일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문재인 정부시절 맺은 남북 합의가 6년 만에 폐기되는 셈인데,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응해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을 경고하며 대북 심리전 수단인 최전방 확성기 방송을 비롯해 군사분계선 주변 포사격 훈련, 서해와 동해에서 군 함포 사격과 해상기동 훈련 등을 조만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남북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 접경지역 주민들은 불안에 떨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정부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상정해 심의 의결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김태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주재로 NSC 실무조정회의를 열어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겠다'는 안건을 국무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한 '평양 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남북한 간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남북한 접경지에 비행금지구역, 포병 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금지 구역, 해상완충구역 등을 설정하고,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철수 및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듬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불발되면서 남북도 교류가 중단되는 등 서서히 멀어졌다. 이후 비핵화 협상이 결렬되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사이는 더욱 냉각됐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일로를 걸었다. 지난해 11월 정부의 계속된 중단 요구에도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발사하면서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올해 초엔 해상 완충구역에 포사격을 감행하면서 군사합의를 사실상 파기하는 행보를 더해갔다. 북한은 지난달 말부터 대남용 풍선에 퇴비와 담배꽁초 등을 매달아 남쪽으로 보내고 서북도서를 향해 GPS 전파 교란 공격을 시도하면서 우리 정부는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로 맞대응했다.
이날 정부의 의결로 합의 전체 효력 정지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확성기 방송 등 대북 심리전,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 훈련, 북한의 도발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해진다. 철거됐던 고정형 대북확성기 10여대와 기동형 확성기 40여대도 다시 설치될 전망이다.
대북 확성기는 MDL 일대에서 북한을 향해 한국 노래, 한국의 발전된 생활 모습 등을 방송하는 설비다. 방송은 북측으로 약 30㎞ 거리의 지역까지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군사합의가 폐기되면서 접경지역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돼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진다.
특히 서해5도는 북한의 도발이 자주 발생한 지역으로 제1차 연평해전(1999년)과 제2차 연평해전(2002년), 대청해전(2009년), 천안함 피격사건(2010년 3월), 연평도 포격도발(2010년 11월)로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북한이 오물 풍선을 살포하고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예고하자, 접경 지역 주민들이 상호 간 적대행위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과 종교·시민사회 연석회의는 전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필요한 건 적대 행동을 중단해 군사 충돌 가능성을 없애고, 다시 대화와 평화의 문을 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적대가 적대를 부르고 강경 대응이 강경 대응을 낳아 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 위협받는 것에 깊이 우려된다"고 호소했다.
이에 이성준 합동참보본부 공보실장은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9·19 군사합의가 전체 효력정지되면 작전의 융통성이 많아지고 군이 할 수 있는 조치가 늘어난다"면서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있고, 그런 것들을 준비하는 모습을 공개할 수도 있고, 그런 많은 것들은 북한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군은 임무가 부여되면 즉각 반응하도록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접경지역 주민 불안에 대해서는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이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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