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권선형 기자] 2038년까지 전력수급의 기본방향과 장기전망, 발전설비 계획 등을 담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이 지난달 31일 발표되자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신규 원전 최대 3기 건설,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를 첫 도입하는 등 원전 비중은 확대한 반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제10차 전기본 목표치를 그대로 유지하는데 머물러 야당과, 시민 환경단체, 재생에너지 업계에서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3일 11차 전기본 실무안에 따르면 2038년까지 국내 최대 전력수요는 129.3GW(기가와트)로 전망된다. 적정예비율(22%) 고려 시 이 기간 필요한 설비는 157.8GW로, 재생에너지 보급전망 등을 고려하면 확정설비는 147.2GW로 예측된다. 위원회는 이에 따른 추가 발전설비는 10.6GW로 대형원전, SMR, LNG 열병합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첨단산업 신규 투자 등에 따른 전력수요 급증에 대비하기 위해 2038년까지 신규 원전 최대 3기의 건설, SMR 1기 건설을 제안했다. 현재 국내 가동 중인 원전은 26기로 신한울 3·4호기와 새울 3·4호기 준공을 앞둔 상태다. 실무안대로 진행되면 2038년에는 국내에서 가동 되는 원전은 최대 33기까지 늘어난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제자리걸음이다. 실무안에 따르면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제10차 전기본(134.1TWh)보다 늘어났지만 비중은 10차 전기본과 같은 21.6%에 그쳤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2021년 발표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비교하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8.6%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실무안이 발표되자 더불어민주당은 “화마를 앞에 두고 하품하고 있는 한가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제자리걸음인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소형모듈원전(SMR) 고집, 온실가스 감축 효과 없는 수소·암모니아 혼소 비중 증가, 2030년에도 여전한 화석연료 의존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시민, 환경단체들도 실무안에 비판적인 논평을 이어가며, 특히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지 않은 점을 우려했다.
기후·환경 싱크탱크 기후솔루션은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1.6%로 2030년에도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최하위일 가능성이 높다”며 “작년 한국 GDP와 가장 유사한 멕시코의 경우에도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는 33%로 11차 전기본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으로는 1.5도 상승 저지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은 “실무안의 재생에너지 목표는 기존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뿐 아니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가 제시한 NDC 상향 추세에도 한참 못 미치는 소극적인 목표”라며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책임을 회피하는 계획임을 주요 주체인 환경부와 국회는 인식하고 최종 전기본 확정까지 에너지 전환을 위한 의견에 경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약속한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대’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기후환경운동단체 플랜 1.5 권경락 활동가는 “정부는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에는 수력, 바이오매스 등이 모두 포함돼야 하기 때문에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2022년 기준 수력을 포함한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32.5GW로, 이를 3배 확대하면 97.5GW로 제11차 전기본 상의 보급 목표 72GW와 약 25.5GW 의 차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태양광 예산 축소, 지자체 베란다 태양광 사업 취소, 소규모 FIT 제도 폐지 등은 거꾸로 가는 재생에너지 정책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로 이러한 반(反) 재생에너지 정책이 취소되지 않는다면 2030년 기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달성은 요원하다”고 덧붙였다.
화석연료 발전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도마에 올랐다. 실무안에 따르면 2030년 석탄과 LNG를 합한 화석연료의 비중은 42.5%에 달한다. 석탄발전 비중도 2030년 17.4%, 2038년 10.3%에 이르러 국제에너지기구가 언급하는 선진국의 2030년 탈석탄 목표에 크게 못 미친다는 설명이다.
플랜 1.5는 “LNG 발전량은 142.4GWh 에서 160.8GWh 로 13%가 증가했다”며 “전주기배출(life cycle emission) 기준으로 LNG 배출량은 석탄의 약 75%에 달해 실제 석탄을 LNG로 전환 시 감축 기여도는 2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 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온실가스를 감축해 1.5도로 온도를 제한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기술검증이 끝난 재생에너지 보급”이라며 “원전과 SMR은 기술적인 불확실성, 환경 위험 등의 문제점이 생길 수 있고 무엇보다 건설기간이 10년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재생에너지를 더 공격적으로 도입하는 게 보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권고한 이번 실무안은 향후 환경영향평가, 정부 부처 간 협의, 국회 보고 등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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