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차기 지도부 구성 논의에 들어간 국민의힘 내에서 '집단지도체제' 부활 목소리가 나온다. 총선 참패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선 '중량급' 여러 명이 당을 끌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리더십 분산으로 당이 '봉숭아학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소리도 있다.
지도체제 전환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달 30일이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하이브리드형(절충형) 지도체제'를 언급하며 "(최고위에서) 한두명 이상 묵직하고 국민이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얘기하면 재밌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이브리드형' 지도체제는 대표 선거와 최고위원 선거를 따로 치르되, 대표 선거에서 2·3위를 기록한 후보도 최고위원으로 선출되는 방식을 취한다.
당권주자들도 대체로 '논의해볼 만 하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20일 워크숍 중 기자들과 만나 "지금이야말로 집단지도체제를 한 번 검토해 볼 만한 시기가 아닌가 본다"고 했다. 나경원 의원과 윤상현 의원도 "집단지도체제와 단일지도체제가 각자 장단점이 있다"며 좀 더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여지를 보였다.
집단체제 대표는 당내 다양한 의견을 당론에 반영할 수 있게 된다. 당대표의 독선을 견제하고, 수직적 당정관계를 탈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국민의힘은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집단지도체제'를 운영해왔다. 전당대회를 치뤄 1위가 '대표최고위원'을 맡고, 2~5위가 '최고위원'이 되어 당을 공동으로 이끌었다. 특히 투표순 선출로 최고위원은 대표최고위원에 버금가는 중진급 인사로 구성됐다. 결국 이 시기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성과를 일궜다.
다만 구성원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각자 목소리를 내다 보니 부작용도 컸다. 최고위원간 입장 충돌이 거세지면서 당이 혼란에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2016년 총선 당시 비박(비박근혜)계 김무성 대표는 2위 득표자였던 친박(친박근혜) 서청원 최고위원과 심각한 갈등을 보였다. 친박-비박계 충돌은 결국 '옥새 파동'과 총선 참패라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국민의힘은 권력 다원화 부작용을 막고, 계파 갈등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단일지도체제로 전환했다.
당내에서 다시 집단지도체제가 언급되는 것은 총선 참패 이후 소위 '고출력 스피커'의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앞선 2016년의 부작용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내 결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진급 인사들이 지도부로 한 자리에 모여 이슈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당 한 초선 의원은 기자에게 "지금 우리 당은 정책 이슈 등 야당에 휘둘리는 경향이 있다"며 "핵심적인 정책 이슈를 선정해, 보다 무게감 있게 끌고 가면 거대 야당을 압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집단체제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집단지도체제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친윤(친윤석열)계 의원 중심으로 현재 가장 유력한 당권주자로 꼽히는 한 전 비대위원장 유일 체제를 우려해 집단지도체제를 거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당은 여러 방안을 열어놓고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워크숍에서 "아직 지도체제에 관해 당 내에서 공식적으로 심도있게 논의한 적은 없다"고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황 비대위원장이 (지도체제에 대한) 말을 꺼냈으니, 내주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논의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에 따르면, 당은 이번 주 당헌·당규 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특위)를 꾸릴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에서는 지도체제 변경을 비롯해 전당대회 룰 개정 등 당내 다영한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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