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정현 기자] 미중 갈등으로 전세계의 공급망 다각화가 진척되며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뛰어난 장점을 갖춘 동남아시아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동남아시아는 기술 부족을 이유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디지털 경제 전환기를 맞으며 높은 청년 인구 비중으로 노동력과 구매력에서 매력적인 투자지로 부상했다. 현재 글로벌 탑3 클라우드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웹서비스(AWS)·구글은 각각 동남아 투자를 발표하며 치열한 선점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동남아 각국 또한 시기를 기회삼아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는 동남아시아 3개국을 순방하며 연이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인도네시아에 클라우드 서비스 및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향후 4년간 17억달러(2조3500억원), 말레이시아에는 22억달러(3조400억원)를 투자할 것을 밝혔고 태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립을 약속했다. 정확한 투자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현지 매체는 10억달러(1조3800억원) 규모로 추정한다.
클라우드 업계 1위 AWS는 태국에 50억달러(6조9200억원), 말레이시아에 60억달러(8조3100억원)를 투자한데 이어 지난달 7일 싱가포르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 확장에 향후 4년간 120억싱가포르달러(12조30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구글은 지난달 30일 말레이시아에 첫 번째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시설 건설에 20억달러(2조8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구글 투자 중 가장 큰 규모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의 강력한 데이터 공급망 지위가 최근 동남아 시장으로 중심을 옮겨가는 현상을 '알타시아(Altasia)'라고 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대안적 아시아 공급망(Alternative Asian supply chain)'이라는 의미로 처음 쓴 말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동남아 주요 국가들을 찾아 데이터 인프라 투자를 속속 발표하는 것은 동남아가 미래 정보보안(IT) 클러스터로써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닌 시장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동남아는 인터넷 사용자와 모바일 기기 보급률이 빠르게 상승한 지역이다. 특히 동남아 젊은 인구가 온라인 쇼핑, 핀테크, 생성형 AI 등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함에 따라 데이터 소비량이 크게 늘었다. 영국 조사회사 위아소시알에 따르면, 필리핀의 인터넷 이용시간은 하루 약 11시간으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 이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각각 9시간, 7시간에 이른다. 구글, 싱가포르 투자 회사 테마섹 홀딩스, 미국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인터넷·디지털 경제 규모가 2021년 1740억달러(241조원)에서 2030년 1조달러(1300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동남아의 높은 인구밀집도와 전세계 평균보다 25.6% 높은 젊은 인구층은 기업에 글로벌 인재풀 확보라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동남아는 영어 사용 국가가 많고,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편이다. 또 빠른 경제 성장으로 인해 청년층이 중산층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향후 구매력도 투자 흡인력을 가진 요소가 됐다.
미중간 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되며 중국 내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아시아, 유럽, 중동 등 주요 시장과 가까워 지정학적 잇점을 갖춘 동남아에 주목하고 있다.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는 미국·중국, 러시아·우크라이나와의 지정학적 긴장에 중립적이기도 하다.
동남아 또한 이 기회를 발판삼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 하고 있다. 동남아는 빠르게 IT 기반을 구축하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 아직 부족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자각하고 각국 특성에 맞는 다양한 투자 우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1월 1일부터 글로벌 기업들에 법인세 최저한세를 부과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빅테크 기업들이 특별 경제구역(SEZ)에서 사업을 운영할 경우 다양한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또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은 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쉽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이처럼 동남아와 미국 기업 간의 협력은 서로에게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 다만 동남아 일부 국가들이 정치적·경제적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국제 기업들은 각각의 국가에서 다른 접근 방안을 취해야 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MS의 동남아 투자 계획으로 향후 이곳 IT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빅테크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오는 2027년까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미국 외 데이터센터 공급업체가 될 것"이라며 동남아의 성장 가능성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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