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새만금 전구체 사업, 언제 꽃 피우나

전라북도 군산시에 있는 새만금국가산업단지(사진제공=LG화학)

 

한국과 중국기업이 손잡고 새만금에서 꽃피우기로 한 이차전지 전구체 사업 진행 여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구체화된 투자 계획 발표가 지연되면서 일각에서는 투자 철회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차전지업계는 협의 중이라며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기업과 손잡고 전구체 합작사 추진을 결정한 국내 기업은 LG화학과 SK온,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이다. 전구체는 니켈·코발트·망간 등을 섞은 화합물로 배터리의 ‘심장’인 양극재를 만드는 데 쓰이는 핵심 소재다. 국내기업들이 중국업체들과 손을 잡은 세계 전구체 시장을 중국이 틀어쥐고 있는 영향이다.

우선, SK온은 작년 3월 에코프로, 중국 GEM(거린메이)과 합작법인을 설립 및 전구체 생산시설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3사가 최대 1조2100억원을 투자해 새만금에 연간 5만톤 안팎의 전구체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작년 4월 중국 화유코발트와 손잡고 전구체 공장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 합작사 설립을 추진해 오는 2028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을 들여 전구체 공장을 건설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1차 목표는 2026년까지 5만톤의 전구체 양산체제 구축, 향후 2차로 5만톤을 추가 증설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의 우려를 낳고 있는 부분은 한중 합작사들이 작년 말 미국 외국우려기업(FEOC) 세부 규정 발표에 따라 협의가 길어지고 있다는 대목이다. 양국 기업의 지분율 조정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FEOC는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 제외 대상을 정한 것으로, 사실상 중국기업은 물론 중국과의 합작법인도 여기에 포함됐다. 중대 변수가 생긴 것이다. 미국의 보조금을 받으려면 합작사에서 중국기업의 지분율을 25% 이하로 낮춰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목이 잡혀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상태다. 게다가 최근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대내외적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투자 철회설 또는 합작사 추진 지연설의 배경이다.

다만, 새만금개발청에 따르면 SK온은 이미 작년 3월 입주계약을 맺은 후 5월 부지 매매계약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지분율에 대한 협의가 끝나면 합작사 추진 및 투자가 진행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LG화학은 MOU 유효기간인 내년 4월까지 입주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 후 부지 매매계약을 거치게 된다. LG화학이 투자를 예정대로 진행할지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분율 협의와 11월 미국 대선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하는 수순이 유력하다.

각 계약 당사자들은 “전구체 합작사업은 아직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투자 계획 발표 시기는 미정”이란 게 현재 공식 입장이다.

업계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분율 조정 과정을 비롯해 올해 말 미국 대선, 미중 관세 갈등도 있다 보니 가시화된 투자 계획이 금방 나오지는 않을 듯하다”면서도 “(아직) 투자 철회 논의가 나올 단계는 아니다”고 봤다.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각 기업들의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입주기업들의 애로사항이 있다면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도수화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