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부결되면서 여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무기명 투표여서 실제 누가 어떻게 투표 했는지 알 수 없지만 겉으로 드러난 수치만 놓고 보면 국민의힘은 이탈표 단속에 성공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범야권 결집에 구멍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표결 전 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최소 5명에서 10명 정도는 찬성에 표를 던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뚜껑을 열어 본 결과 오히려 범야권에서 이탈표가 나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권은 이재명 대표 체제에 대한 반발로 이탈표가 나왔다는 입장이다. 또, 윤석열 정권의 명운이 걸린 사안인 만큼 이탈표 단속에 총력을 기울인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리더십에 힘이 실리게 됐다.
범야권 179명 범여권 115명 본회의서 무기명 투표.. 찬성 179 반대 111 무효 4
'공개 찬성' 입장 국힘 5인방 찬성표 가정시 범야권에서 최소 5명 이탈
전날 국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채상병 특검법은 재석 의원 294명 가운데 찬성 179명, 반대 111명, 무효 4명으로 부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기에 가결되려면 294명 중 196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졌어야 했는데 이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날 본회의에는 민주당(155명) 등 범야권 의원이 179명, 국민의힘(113명) 등 범여권 의원이 115명 참석했다.
겉으로만 보면 범야권 의원은 전원 찬성표를 던지고, 범여권 의원 중 4명의 표가 무효 처리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날 본회의 전까지 안철수·유의동·김웅·최재형·김근태 등 국민의힘 의원 5명이 공개적으로 특검법에 찬성 의사를 밝힌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범야권에서 이탈표가 나온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즉, 공개적으로 특검법 찬성 의사를 밝힌 국민의힘 의원 5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을 경우 범야권에서 반대·무효로 최소 8명이 빠져나간 셈이다.
만일 범야권 의원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면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4명의 표가 무효 처리됐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에도 1명은 재표결 과정에서 마음을 바꿨고, 나머지 4명도 적극적인 찬성 입장이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무효표 4표 가운데 2표에는 '가'가 적혀 있었는데, 그 옆에 점을 찍거나 동그라미를 그려 무효 처리됐다. 1표는 '찬(찬성)'이 적혀 있었고 1표는 '「부」'로 적혀 있어 무효 처리됐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무효표까지 하면 상당히 야당 쪽에서 이탈표가 있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2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여당 내 채상병 특검법 찬성파 5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것이라면 그만큼 야권에서 이탈표가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 "충분히 타당한 말씀"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전부 찬성표를 던졌다면 무소속 포함 (전체) 115표 중 110표가 나와야 하는데 부결(반대)이 111표가 나왔다"며 야권에서 이탈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 국힘 '5+α' 이탈 기대.. 범야권 이탈 가능성에 당혹
'명심' 추미애 탈락 후 표단속도 실패? 이재명 리더십 흡집 불가피
재표결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국민의힘 공개 찬성 5명 외에 추가로 찬성 표를 던질 의원들이 10명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모습을 보이자 민주당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나아가 실제로 범야권에서 이탈표가 나왔다면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16일 우원식 후보가 '명심'을 업은 추미애 후보를 꺾고 국회의장 후보에 당선된 이후 정국의 핵심 이슈 중 하나로 꼽히는 사안에서도 이탈표가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의힘에서는 야권의 이탈 이유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제에 대한 반발이 작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6선의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야권에서 많게는 한 5표 정도가 이탈했다고 보고 있다"며 "야권 내에도 양심적인 분들이 계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공수처가 수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법 추진에) 정치적인 목적,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을 야당 내에서도 일부 인지한 것 같다"며 "오로지 머리 숫자와 힘으로만 밀어붙이고자 하는 행태들이 여당이 뭉치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채널A에 출연해 특검법 부결 결과와 관련해 "이 특검의 목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것"이라며 "특검법에 대한 기본적 이해만 있으면 야권에서도 (여당의 입장에) 찬성을 할 것이라고 제가 이미 몇 번 얘기해 왔다. 아주 당연한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야권 이탈표에 대해 "의미 없다"거나 "우리당에서 나왔을 가능성은 제로"라며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이다.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은 29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권도 민주당만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면서 "다른 당도 있기는 한데 일부 이탈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게 큰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민수 대변인도 이날 YTN 라디오에서 "(야권 이탈표는)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면서 "무기명 비밀투표이기 때문에 본인이 확실하게 밝히지 않으면 누가 알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여당에서) 공개적으로 찬성하겠다고 하신 분 중에도 나중에 마음을 바꿔서 무효표로 갈 수도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검법 표결 전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최대 9표까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던 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야권 이탈표에 대해 "다 추정인 것"이라며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내부 반란표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는 발언도 나왔다. 박홍근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 안에서 이탈표가 있을 가능성은 제로"라고 말했다.
추경호 리더십 재조명.. 공개 찬성 5인방 중 최대 3명 설득
반면, 국민의힘은 안도의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추경호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이탈표가 두 자릿수가 될 경우 추경호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타격이 생길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여권 분열 가능성도 거론됐다.
신지호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28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탈표가 10표 정도 나오면 심리적 저지선이 붕괴되는 상당한 정치적 타격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2대 국회에선 8석이 무너지면 거부권 무용론이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며 "물론 (21대 국회와) 사람이 바뀌지만 10표 이탈이라는 것은 타격"이라고 덧붙였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10표가 넘은 이탈표가 나온다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동시에 당정관계 재정립이라든지 그동안 (야당에서) 지적해왔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동의하거나 고민하는 의원들이 꽤 있다는 걸 방증하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재표결은 무기명으로 치러지는 데다 지난 총선에서 낙천·낙선한 의원(55명)의 표심의 향배를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탈표 관리에 자신감을 보였다.
추 원내대표는 "우리 당의 방침에서 이탈하는 다른 목소리를 (5명 외에) 추가로 내는 분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했다. 그는 또 "일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의원님들과도 대화하고 있다"고 했다.
채상병 특검법 이탈 움직임에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해 표관리에 나섰다. 전현직 원내지도부가 일일이 의원들을 개별 접촉하며 표를 단속했다. 해외출장도 취소시키고, 지역 연고별로 의원들을 전담 마크하기도 했다.
본회의에 앞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추 원내대표는 "특검법이 가결되면 야당은 곧바로 (대통령) 탄핵 열차에 시동을 걸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으로서 법치주의에 입각해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반대표만 계산할 경우 국민의힘에서는 2명만 이탈한 셈이다. 즉,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 5명 가운데 최대 3명은 설득했다고 볼 수 있다. 취임 이후 첫 리더십 평가에서 합격 점수를 줄 만하다는 분석이다.
추 원내대표는 채상병 특검법 부결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의원들께서 당론으로 정했던 사안에 대해 어긋남 없이 단일대오로 함께해줬다고 생각한다"며 "고(故) 채수근 상병 사건에 대해 공수처와 경찰수사기관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 결과를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부결로 국민의힘 지도부와 친윤계 등 기존 주류의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레임덕 위기에서 잠시나마 벗어났다고 분석도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재의의 건이 부결된 것에 대해 "거부권이 거부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왔다면 윤 정권은 바로 레임덕 사태가 초래 되었을 것이고 정국은 대혼란이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22대 재추진 예고.. 저지선 17표 → 8표
尹-이종섭, 경찰 이첩 당일 3차례 통화 사실 공개 '변수'
반면 당장 한숨은 돌렸지만 앞날은 녹록치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민주당 등 야권은 22대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2대 국회에서는 이탈 저지선이 8표로 크게 줄어든다. 22대 국회에서 활동할 안 의원과 김재섭, 한지아 당선인 등 3명이 특검법 찬성 입장이어서 5명이 추가로 이탈하면 통과가 가능하다.
여기에 '윗선'이 포함된 새로운 증거들까지 속속 더해지면서 여권을 향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채상병 순직 사건 기록이 경찰로 이첩된 당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세 차례에 걸쳐 개인 휴대전화로 18분 넘게 통화했다는 사실이 본회의 부결 직후 알려진 것이 변수다.
이를 두고 야권에선 윗선 책임론과 특검 필요성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반면 여당에선 공수처가 제대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맞서고 있다. 특검법 부결과 추가 증거 공개가 맞물리면서, 대통령실의 외압 의혹 수사에 대한 공수처의 부담이 더욱 커진 것만은 분명하다.
여당이 특검법 반대 단일대오를 반복하기엔 여론의 부담도 크다. 민심은 특검법 찬성으로 꾸준히 기울어져 있었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재표결 직전인 지난 25~26일 실시한 조사(100% 무선 ARS 방식)에서도 응답자 63.7%가 '국회가 채상병 특검법 통과에 찬성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도 찬성이 47.1%, 부산·울산·경남(PK)에서도 찬성이 59.6%로 반대보다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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