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채상병 특검법이 재의결에서 끝내 부결됐다. 21대 국회에서는 끝내 통과되지 못해 법안이 폐기됐지만 범야권은 22대 국회에서 재상정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재의결 결과만 놓고 보면 22대에서 통과된다는 보장도 없다.
28일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에서 294명이 참여해 찬성 179, 반대 111, 무효 4를 기록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다시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과번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17표가 모자랐다. 더불어민주다에선 구속 수감 중인 윤관석 의원과 무소속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은 불참했다.
공교롭게도 재표결 통과가 되려면 국민의힘에서 17명 이상의 이탈이 필요했는데 딱 17표가 모자란 형국이 됐다. 안철수 의원을 비롯해 김웅, 유의동, 최재형, 김근태 의원이 공개적으로 특검법에 찬성 입장을 밝혔는데 결과는 제자리였던 셈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서 특검법에 찬성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던 의원들이 '원대복귀'했는지 아니면 오히려 야권에서 5표의 이탈이 발생한 것인지 추측이 분분하다. 무기명 비공개이기 때문에 확인이 어려운 이탈표 실체에 여러가지 '이탈표 시나리오'가 정치권에서 흘러나온다.
시나리오 #1. 국민의힘 이탈은 전혀 없었다, 안철수 의원과 무효 4표의 진실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이탈이 없었다는 것이 첫번째 시나리오다. 이번 재의결에 참여한 294명의 재석의원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113명, 자유통일당 1명, 여권 성향 무소속 하영제 의원 1명 등 모두 115명이다. 범야권은 더불어민주당 155명을 비롯해 정의당 6명, 새로운미래 5명, 개혁신당 4명, 조국혁신당 1명, 진보당 1명, 기본서소득당 1명, 무소속 6명 등 모두 179명이다.
범야권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했을 때 이번 결과는 여권 성향 의원들은 모두 반대했거나 무효 처리됐다는 의미가 된다. 범야권에서 모두 찬성했다고 가정할 경우 반대와 무효 숫자를 합친 115표는 딱 반대와 무효를 합친 표와 같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내부에서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없었다는 의미가 된다. 결국 안철수 의원도 막판에 반대로 돌아섰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아도 김태흠 충남도지사로부터 "그렇게 당론에 반대할 것이라면 차라리 당을 떠나라"는 직설을 들었기 때문에 막판에 부담을 느껴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섰을 수 있다.
여기에 무효표가 4표인데 공교롭게도 낙선 또는 불출마 때문에 22대 국회에서 활동하지 않은 의원들도 김웅, 유의동, 최재형, 김근태 등 4명이다. 그동안 특검법에 찬성의사를 보내왔지만 도저히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설 수 없어 무효표를 던졌을 수도 있다.
물론 22대 국회에서 활동하지 않은 4명 가운데 1명이 반대표를 던지고 안철수 의원이 찬성, 반대가 아닌 무효표를 던졌다는 가정도 가능하다. 무기명 비공개로 실제로 본인이 스스로 공개하기 전에는 진실을 알기는 어렵다.
시나리오 #2. 범야권에서 5표 이탈, 개혁신당이 수상하다?
범야권에서 균열이 생겼다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이 가운데 그래도 가장 여권 성향에 가까운 개혁신당에서 이탈했을 수도 있다.
이같은 추측이 가능한 것은 지난 주말 서울역 앞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법 관련 집회에 개혁신당이 불참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개혁신당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찬성 당론을 보이며 범야권과 동조해왔지만 정작 서울역 앞 집회는 거리정치에 반대한다며 참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개혁신당의 이러한 행보를 놓고 마음이 바뀐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개혁신당의 이탈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적다. 재의결 당일 오전에 열린 긴급 의원총회 때만 하더라도 채상병 특검법 찬성 당론을 재확인하면서 오히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을 향해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천하람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의원총회에서 "현역의원과 당선자가 모여 논의한 결과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당론으로 찬성하고 부결할 경우 22대 국회에서도 계속 당론으로 추진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개인적으로 많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완전히 거둘 수 없는 것은 공교롭게도 개혁신당 의원 숫자도 4명이기 때문이다. 만약 22대 국회에서 활동하지 않은 4명의 의원이 찬성표를 찍었다면 오히려 개혁신당 의원 4명이 반란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 또 국민의힘에서 단 1명의 이탈없이 반대표를 던졌다면 개혁신당 의원 4명의 표가 무효가 됐을 수도 있다. 물론 첫번째 시나리오보다 훨씬 가능성이 적은 경우다.
시나리오 #3. 22대에서 활동하지 않는 비명계의 반란 있었을까
세번쨰 시나리오는 비명계의 반란이다. 22대 국회에서 활동하지 않는 일부 비명계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을 수도 있다.
물론 범야권에서 균열이 생겼다는 2개의 시나리오 모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달 초 법안 표결에서 단 1명의 이탈도 없이 찬성표를 던졌는데 이제 와서 재의결 때 반대표를 던질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첫번째 시나리오가 맞다면 22대 국회에서도 채상병 특검법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국민의힘이 그만큼 의원 단속을 잘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22대 국회에서 국민의힘은 108석을 차지했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범야권은 8표를 국민의힘 쪽에서 끌어와야 한다. 21대때보다는 거부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이탈표가 더 적긴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 똘똘 뭉치는 기류가 형성됐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은 여전히 힘을 발휘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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