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바이에른뮌헨의 감독 선임이 3퇴짜와 내부 논의를 거쳐 뜻밖의 뱅상 콩파니로 굳어져가고 있다. 팀 수뇌부가 너무 많고, 그들끼리도 의견이 좀처럼 일치하지 않았다. 독일식 구단 운영이 영 좋지 않은 방향으로 드러난 경우다.
바이에른은 2023-2024시즌이 한창이던 지난 2월 토마스 투헬 감독이 이번 시즌까지만 지휘한다고 ‘해임 예고’를 했다. 비슷한 시기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이 9년 가까운 재임기간을 아름답게 마칠 거라고 예고한 것과는 달랐다. 부진에 따른 조기 해임 결정이었다. 시간을 번 바이에른은 시즌이 끝나기 전 미리 차기감독을 정해야 했다.
그러나 퇴짜가 이어졌다. 사비 알론소 바이엘04레버쿠젠 감독이 바이에른행을 고사하고 1년 더 자신이 육성한 제자들과 유럽 정상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번째 퇴짜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바이에른 감독이었던 율리안 나겔스만 독일 감독이었다. 이어 랄프 랑닉 오스트리아 감독에게도 거절 당했다.
두 번째 퇴짜부터 바이에른의 내부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독일 축구팀은 과거부터 팀내 권력이 분리돼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잉글랜드는 감독을 매니저라 부르며 전권을 줬고, 이탈리아는 회장 개인의 권한이 막강했고, 스페인의 경우 모든 팀은 아니지만 명문 구단들은 투표로 회장을 정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들과 구분되는 독일식의 특징은 감독, 단장, 회장 중 누구도 절대권력을 갖지 못하고 힘이 분산돼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바이에른만의 한가지 특징이 추가된다. 워낙 명문구단이다 보니 명예회장 중 실질저인 권력을 휘두르는 인물들이 있다. 상왕이 많은 셈이다. 카를하인츠 루메니게, 울리 회네스가 대표적이다. 단장 등 실무자들은 어느 레전드를 ‘뒷배’로 뒀는지에 따라 라인이 갈리기도 한다.
나겔스만 영입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영입이 실패한 것도 사내 권력구조와 아울러 파악할 수 있다. 나겔스만의 경우 2023년 그의 경질을 주도했던 하산 살리하미지치 단장과 올리버 칸 CEO가 모두 떠났기 때문에 복귀를 권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지 보도에 따르면 나겔스만에게 신임을 보낼지 여부를 놓고 바이에른 수뇌부 사이에서 입장이 갈렸다. 한 번 잘려 본 나겔스만이 보기에는 전폭적인 신임을 받지 않는 한 바이에른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결국 나겔스만은 오히려 독일 대표팀과 계약을 연장했다.
랑닉의 경우 바이에른 내부 문제 때문에 놓친 건 아니지만, 나겔스만까지 놓친 뒤 이미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플랜 C’ 랑닉은 바이에른 급이 아닌 감독이므로 러브콜을 보내면 당연히 올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오스트리아 축구협회의 완강한 저항이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못했다. 랑닉 본인도 한때 클럽축구계의 업무량과 스케줄에 번아웃 증후군을 겪은 바 있어 국가대표가 더 맞는 환경이었기에 바이에른의 제안이 솔깃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잔류를 택했다.
최근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뱅상 콩파니의 경우에도 사내에서 합이 맞지 않았다. 원래 바이에른 출신인 한지 플릭 전 독일 감독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회네스 명예회장을 비롯한 수뇌부들이 플릭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독일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수뇌부 중 ‘뉴페이스’인 막스 에베를 디렉터가 콩파니 선임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날 믿어라. 콩파니에게서 특별한 점을 봤다”고 에베를이 고집을 부리며 결국 다른 수뇌부를 설득했다.
에베를 디렉터는 굳이 분류한다면 ‘회네스계’로 볼 수 있지만, 이번 감독 선임 과정부터 의견이 갈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점도 사내권력이 분산된 조직이 잘 작동하지 않을 때의 흔한 모습이다. 전체의 흐름에 마냥 따라가다보면 중간에 낀 자신의 존재감이 사라지기 때문에, ‘내가 고른 인물’을 앉히고 싶은 욕구가 들기 마련이다. ‘상황’들의 재가를 받아야만 움직일 수 있는게 아니라, 때로는 크리스토프 프로인트 단장과 에베를 디렉터 선에서 일을 결정하고 싶어진다. 지난해 나겔스만을 내보내고 투헬을 앉혔을 때도 구도가 비슷했다.
게다가 바이에른은 감독 선임 과정이 생중계되면서 부담이 더 커졌고, 퇴짜를 한 명 맞을 때마다 위신이 팍팍 깎여 나갔다. 안 그래도 독일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팀인데 조기 해임 발표를 하면서 스스로 더 많은 보도를 불러일으킨 꼴이 됐다. 보안 유지는 꿈도 꾸지 못했다.
바이에른은 이처럼 사내정치가 일상화된 팀이다. 21세기에만 트레블을 두 번 달성한 것을 비롯해 수많은 성공사례에서 보듯 이 정치가 늘 틀린 건 아니다. 한 명의 폭주와 전횡을 막고, 좀 더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도기를 거치느라 마치 사공이 너무 많은 배 같은 꼴이다.
사내정치는 수뇌부 사이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 선수들이 특정 감독을 지지한다는 둥 선수들까지도 결부된다. 김민재는 유럽 진출 이후 튀르키예의 페네르바체, 이탈리아의 나폴리 등 유독 회장의 권력이 절대적인 팀을 주로 거쳤다. 바이에른은 새로운 환경이다. 김민재 영입 발표는 얀크리스티안 드레센 CEO가 하더니, 첫 전지훈련에서는 회네스 명예회장을 만나 대화를 나눴고, 이후 경기마다 프로인트 단장과 에베를 디렉터가 번갈아 등장하며 김민재에 대해 발언하는 등 알고 지내야 하는 '높으신 분'이 너무 많은 팀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바이에른뮌헨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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