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윤석열 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과 개인투자자의 반발에도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금투세 폐지가 '부자 감세'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막상 금투세가 도입되면 속칭 부유층의 세금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충남 스플라스리솜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워크숍에서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당선인들이 기념촬영을 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행 소득세법이 '배당소득'으로 분류하고 있는 '집합투자기구(펀드)와 파생결합증권(ELS, DLS 등) 또는 파생결합사채(ELB), 파생상품 등으로부터의 이익'은 내년부터 금투세가 시행되면 금융투자소득으로 변경된다.
즉, 현재 펀드나 ELS, DLS, 파생상품의 환매나 양도 등 거래로 발생한 이익에는 금투세가 적용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 등에 투자한 '초부자'들의 세율이 절반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 금투세 도입으로 인한 '부자 감세' 논란의 핵심이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공제그룹별 연간 5000만원 혹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초과수익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세율은 22%나 27.5%에 달한다. 당초 2023년 시행될 예정이다가 여야 합의로 시행 시기를 2025년으로 연기했다.
정부는 올해 초 금투세를 폐지하기로 하고 다시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다수인 21대 국회의 벽을 넘지 못 했다.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로 이득을 보는 사람은 연 5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개인투자자의 상위 1%에 불과하다면서 내년부터 강행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부자 감세'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금투세는 전 세계 선진국이 다 도입한 과세 체계로 30년 전 금투세와 유사한 자본이득세를 도입한 독일과 일본은 오히려 금융투자 시스템이 안정돼 주식시장이 상당한 호황을 누렸다"며 "2025년 1월 1일부로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사진=연합뉴스
그런데 막상 금투세가 적용되면 '부자 감세'가 현실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연간 이자와 배당 등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최대 누진세율이 49.5%(지방세 포함)에 달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내야 한다. 최소 투자금이 3억원에 달하고 투자자가 49인 이하로 제한되는 사모펀드에 투자한 부유층도 마찬가지다.
현재는 펀드의 환매나 양도를 통해 차익을 얻는 경우에도 이는 배당소득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차익이 10억원을 넘으면 절반가량을 세금을 내야하는 셈이다. 3억원과 5억원만 넘어도 세율이 각각 44.5%, 46.5%에 달한다.
이에 비해 금투세가 적용되면 일단 공모 국내주식형펀드의 경우 연간 5000만원을 공제받고 환매나 양도 차익이 3억원을 넘으면 27.5%, 3억원이 안 넘으면 22%의 세율이 각각 적용된다.
사모 주식형펀드 등은 연간 공제액만 250만원으로 내려가고 세율은 같다. 부유층 입장에서는 사모펀드 등을 활용하면 세금을 이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금투세 폐지가 '부자 감세'라는 민주당의 주장이 무색해진다.
이로 인해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 등은 금투세 폐지가 '부자 감세'가 아니라 오히려 금투세 도입이 '부자 감세'라고 주장하고 있고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이에 공감하고 있다.
박 작가는 이날 기자와 만나 "일각에서의 금투세 시행으로 사모펀드가 타격을 입는다는 주장은 국내주식형펀드를 하는 일부 사모운용사에 불과하다"며 "국내주식 외에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나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의 경우에는 세율이 절반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주식 거래로 발생한 차익금은 대주주가 아니면 과세하지 않는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 639조4116억원에 달하는 사모펀드 순자산 중 국내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는 21조4340억원에 그쳤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170조166억원에 달했고 채권도 99조9065억원에 이르렀다.
즉, 21조4340억원이 전부 국내주식형펀드라고 가정해도 금투세가 시행되면 최소 620조가량의 사모펀드 세율이 최대 49.5%에서 27.5%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박순혁 작가/사진=아시아타임즈
박 작가는 또 "국내주식형펀드는 지금 부담하지 않는 세금을 금투세가 시행되면 차익에 대해 22%, 27.5%의 세금을 내야한다"며 "그렇다면 결산이 끝나는 12월까지 펀드를 보유하지 않고 11월에 펀드 환매행진이 이어지면서 국내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증시 뿐 아니라 최근 고금리로 개인투자자들이 사들인 채권시장에서도 투매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내년에 금투세가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채권의 자본차익이 250만원을 초과할 경우 22∼27.5%의 세금 부담이 발생한다"며 "향후 신규 채권매수 여력이 감소할 수 있고 채권시장 수급이 우호적이지 않을 때 일정부분 수요기반을 형성해 주던 개인의 투자위축으로 시장금리의 상승 압력을 낮춰주던 효과가 약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일반 개인투자자와는 달리, 부유층은 법인을 활용해 투자할 수 있는 점도 변수다. 법인에는 금투세가 아닌 법인세가 적용되는데, 현재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과세표준 2억원 이하는 9%, 2억 원~200억원은 19%, 200억~3000억원은 21%, 3000억원 초과는 24% 세율이 각각 적용된다.
수익이 3억만 초과해도 27.5% 세율이 적용되는 금투세에 비해 매우 낮을 뿐 아니라 법인은 거래세 등에 비용처리도 가능해 실제로 적용되는 세율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유튜브 채널 '전인구 경제연구소'를 운영하는 전인구씨는 "금투세를 하게 되면 세금을 많이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부자들은 사모펀드를 활용하든가 법인을 직접 만들거나 하는 방식으로 피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왕현정 KB증권 TAX솔루션부장은 "금투세 도입으로 고액투자자들의 배당소득이 금융투자소득으로 전환 시 세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사모펀드에 투자해 고액의 차익을 남기는 투자자는 소수이기에 금투세 도입으로 세수가 정말 줄어드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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