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장은송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언급된 김정숙 여사의 '단독 외교'가 외유성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진화하려는 문 전 대통령의 행보가 오히려 여당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 제기돼 이목을 끌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가 지난 2018년 인도를 단독 방문한 것에 대해 "당시 인도 총리가 나에게 인도를 다시 방문해 달라는 초청을 했다. 하지만 나로서는 인도를 또다시 방문하는 것이 어려워 고사를 했다"며 "그랬더니 인도 측이 '영부인이라도 대신 보내달라'고 초청장을 보내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인도 정부가 먼저 김정숙 여사 명의의 초청장을 보낸 것이 아니라, 당초 강겨화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을 초청했으나 일정 문제로 불발됐고,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신 방문하는 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먼저 김정숙 여사의 동행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은 김정숙 여사가 공식 외교로써 인도를 방문한 것이 아닌, 사적인 관광 여행을 다녀온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처럼 문 전 대통령 부부의 행보가 화제로 떠오르자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묘한 시점에 윤석열 대통령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퇴임한 문 전 대통령이 민감할 수 있는 외교·안보 이슈를 다룬 책을 출간해 논란을 빚은 걸 직격한 발언이다.
이와 관련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문 전 대통령이 까마득하게 잊었던 아내의 국고 손실과 직권 남용에 대한 주범ㆍ공범 관계를 자백한 꼴"이라고 비웃었다. 다른 여권 관계자 또한 "움츠리던 정부ㆍ여당을 참호에서 뛰쳐나오게 한 1등 공신이 바로 문 전 대통령"라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을 바탕으로 여권은 '김건희 특검'을 강력히 요구하던 야권에 김정숙 여사도 조사해야 된다고 대항하고 나섰다.
이처럼 문 전 대통령의 행보가 야권이 아닌 여권이 도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10 총선 당시 문 전 대통령이 직접 PK에 등장해 민주당 후보들을 지원 유세한 것도 오히려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칠십 평생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 것 같다"며 윤석열 정부를 힐난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이런 공개적 행보는 외려 흩어졌던 보수층을 결집하도록 만들면서 국민의힘이 PK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도록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내부 분란이 생길까 대놓고 말은 못해도 문 전 대통령 등판이 반문(반 문재인) 정서를 자극해 역효과가 났다고 보는 민주당 인사가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문 전 대통령이 결과적으로 여권을 도와주는 모양새가 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과거 인연도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검사였던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진행해 좌천 인사를 당했다. 이후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맡은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잇따라 구속기소 하면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의 기반을 쌓았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고 난 뒤에는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파격 승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 교체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됐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으면서 보수 진영의 강력한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을 발탁한 것도, 핍박한 것도, 그 과정에서 대권 가도를 열어준 것도 모두 문 전 대통령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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