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일 대기자의 자서전 특강-6] 자서전, 내 손으로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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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일 대기자의 자서전 특강-6] 자서전, 내 손으로 쓸 수 있을까

CEONEWS 2024-05-22 10:17:36 신고

[CEONEWS=조성일 기자] 내가 앞 연재 글에서 굳이 글쓰기에 관해 얘기했던 건 사실 이번 호 글을 위한 빌드업 차원이었다. 자서전, 내 손으로 직접 쓸 수 있을까.

자서전의 사전적 의미를 보더라도 자서전은 자신이 직접 자기에 대해 쓰는 걸 말한다. 그럼에도 이 형용모순 같은 질문은 뭐지?

우리가 서점에서 만나는 수많은 자서전에서 저자가 직접 쓴 경우는 크게 많지 않다는 게 출판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럼 그 자서전들은 어떻게 쓰였을까. 아마도 짐작하건대, 대필일 가능성이 크다. 대필. 고급지게 영어로 표현하면 고스트라이팅(ghost writing). 유령처럼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대신 써주는 걸로 이해하면 된다.

물론 대필을 무조건 죄악시할 건 아니다. 이왕 쓰는 거 전문 작가의 도움을 받으면 완성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자서전인 만큼 직접 자기 손으로 쓰는 게 가장 좋지만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나 시간 때문에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점은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전제이기에 여기서 더 자세하게 언급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것 말고도 사람들에게 자서전 쓰기에 선뜻 나서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에 대해 말하련다.

자서전 하면 무엇이 떠오르느냐고 물으면 대개 이라고 말한다. 그런 대답이 결코 무리가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접해왔던 자서전들이 모두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자서전은 책이다.

서점에 가보면 자기 홍보를 위해 내놓는 정치인들의 함량 미달의 자서전에서부터 아주 평범한 사람이 진솔하게 쓴 자서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서전들이 독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같은 곳에서는 자서전을 비롯한 회고록 등 전기물에 대한 인기가 상당히 높아 별도의 판매 코너를 두는 것과 달리 아직 우리나라 서점에서는 따로 자서전 코너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여기엔 인기가 없다는 점도 작용하겠지만 자서전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다. 자화자찬, 미화, 과장이런 부정적인 낱말들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일생을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의 진솔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자서전이 주는 의미가 남다를 뿐만 아니라 어느 책에 견주어도 결코 그 의미가 가볍지 않다. 나아가 자서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는 물론이거니와 역사 자료적 가치 또한 적지 않다.

아마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단순한 비유로는 적합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밀리언셀러가 되었던 정주영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나 김우중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등과 같은 책들이 다 자전 에세이였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자서전은 책이 아닐 수도 있다. 다시 한번 자서전의 사전적 의미를 보자. “자신의 삶을 자기 스스로 쓴 ’”이다. 글에 홑따옴표가 있음을 주목해 보자.

은 염연히 다르다. 글은 아직 책으로 출간하지 않은 상태의 원고를 말한다. 그런데 내가 여기서 이 점을 굳이 장황하게 설명하려고 하는 이유는 왜일까?

책으로 여기는 것과 같은 자서전에 대한 편견을 없애버리고 부담 없이 자서전 쓰기에 나서자는 권유를 하고 싶어서다.

나는 6월 중순부터 서울의 한 도서관의 길 위의 인문학프로그램에서 자서전 쓰기에 대해 여러 차례 강의한다. 아마 이 강의에서도 가장 먼저 깨야 할 편견이 바로 자서전을 이 아니라 이라는 점을 인식시켜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자서전을 책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자서전을 쓰자고 권유하면 으레 아휴! 내가 어떻게 책을 써!” 한다.

이 주는 부담감에는 크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감히 책을 써?” 하는 것이고, 또 하나 책으로 내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서전 쓰기에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연재 글 카톡 잘하는 당신은 이미 글쓰기 달인에서 글은 카톡하듯 쓰면 되고, 책도 결국 카톡 메시지 같은 문장 하나에서 출발한다면서 별거 아니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비용 문제인데, 열심히 쓴 자서전 원고를 굳이 책으로 내지 않으면 그만이다. 자서전을 쓴다고 해서 꼭 책으로 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책으로 내지 않고 원고 상태로 간직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다만 공개하지 않은 원고라는 점에서 자손들과 공유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책의 꼴이 아니더라도 프린트나 원고 파일로 공유할 수도 있다. 간단한 편집을 하여 피디에프 같은 파일로 만들어 지인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 이럴 때 약간의 수고로움이 들 뿐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자서전 쓰기에 그 어떤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맘만 먹으면 언제든 어디서든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 당장 실행해 보면 어떨까?

, 이제 자신감을 갖자. 자서전은 누구든 자기 손으로 직접 쓸 수 있다. 책으로 낼 것인가 말 것인가는 원고를 다 만들어 놓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 이제 컴퓨터든 노트든 펼치자. 그리고 한 자 한 자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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