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신동빈 기자]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위험한 발언을 내놨다. 지난 16일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판사가 대법관 자리를 두고 정부 측에 회유당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6일 의대생과 전공의, 의대교수 등이 법원에 제기한 의대 정원 2천명 증원·배분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기각했다. 재판부는 의대교수와 전공의, 수험생의 신청은 1심과 같이 제3자에 불과하다며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해당 재판부는 구회근, 배상원, 최다은 등 3명의 부장판사로 구성됐는데 의협에서는 구회근 판사의 판결 배경을 문제삼고 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1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구회근 판사가 대법관 자리를 두고 회유됐다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있다"며 법원 판결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임 회장은 대법관 후보에 오른 적이 있는 구 판사가 자신의 승진을 위해 정부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고 보고있다.
그는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도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건 합리적인 의심"이라며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의대 교수 다수에게서 나온 의견이다"라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재판부가 정부에 근거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복지부가 재판부가 흡족해할 근거를 내놓았느냐 하면 전혀 아니었다"며 "(그런데도 기각 결정을 한 것은) 자기 말을 뒤집고 오히려 공공복리를 망치는 일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심지어 보건복지부는 처음에는 자료가 없다고 했다가 자료 작성에 의무가 없다고 했다가 요약본은 있는 것 같다고 했다가 최종적으로는 있다고 했다가 지금 작성해서 내겠다고 했다가 그리고 마지막에 결국에는 그 수많은 자료를 냈는데 회의 1시간 전에 이미 2000명으로 확정됐다는 보도가 나갔던 그 요식행위만 있었던 그 회의 자료만 2000명을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이 말하는 '요식행위만 있었던 그 회의'는 보건정책심의위원회 자료로 유일하게 2000명이라는 숫자가 나와 있다. 해당 회의에서는 2000명 증원을 못박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줬음에도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에 따르면 상당수 전공의들은 일반의로서 개업을 고려하고 있고 의대생들은 유급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대 교수들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급격한 증원에 따른 의료교육의 질 저하다. 의대교육 특성상 1대1 도제식 교육을 해야 하는데 교수진과 실습 자원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전과 같은 우수한 인력을 길러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 회장은 "예전에 폐지된 서남대 정원이 49명이었다. 49명을 제대로 못 가르쳐가지고 아주 실습 병원조차 없었고. 관동대의 경우 지금은 가톨릭 재단에 인수돼서 제대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예전에는 2차 종병의 옥상을 빌려가지고 컨테이너를 지어서 거기서 의대생들을 가르쳤다. 그 정도 학생 수인 상황에서도 그런 부실한 교육이 이루어지는데 이번에 충북대 같은 경우 200명까지 늘린다"며 크게 우려했다.
또 그는 의대교수진 부족에 대해서도 "교수가 그렇게 금방 이렇게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심지어 기초 교수님들은 전국적으로 정말 구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기초의학에 대한 정부 투자가 전혀 없어서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을 가르칠 분이 없다. 해외에서도 국내에 들어올 사람이 없다"며 의료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그간 다소 입장 차이를 보여왔던 의사 단체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결집하는 모양새다. 임 회장에 따르면 살짝 입장의 결이 달랐던 의대교수단체와 의사협회는 공동으로 이번 사안에 대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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