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라인 강탈 시도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네이버의 고심이 깊다. /사진=로이터
네이버는 이번 사태로 라인의 기업가치가 흔들리는 상황이 부담이지만 섣불리 협상을 타결할 수도 없다. 어떻게든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매각을 단행할 때 지분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어서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일본 총무성은 최근 라인야후와 네이버 간 지분 관계 재검토하라는 취지의 행정 지도를 내리며 네이버의 라인야후 경영권을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에 넘기라고 물밑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총무상은 지난 10일 앞서 내린 행정 지도에 대해 '경영권 관점'에서 한 게 아니라고 밝혔지만 이미 소프트뱅크, 라인야후까지 동원한 네이버 밀어내기는 진행 중이다.
라인은 2011년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기획하고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가 개발을 이끈 한국산 메신저다. 동일본 대지진 등 여러 재난 상황에서 비상 연락망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며 국민 메신저로 거듭났다.
입지를 다지던 라인은 2019년부터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와 손잡기 시작했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계열사 Z홀딩스(야후재팬 운영사)가 합작법인을 세우면서 공동 경영이 닻을 올렸다. 지난해 10월 합병, '라인야후'로 다시 태어났다. 라인야후의 최대 주주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출자해 설립한 A홀딩스로 라인야후 지분 64.5%를 갖고 있다.
라인야후는 메신저 서비스 라인을 토대로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와 블록체인, 이커머스 등 ICT 사업까지 영위하며 일본 내 영향력이 막강하다. 특히 라인은 약 960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하며 기간 통신사로 여겨질 정도다.
한국 기업인 네이버가 이러한 라인을 비롯한 여러 사업에 관여하는 상황이 일본으로선 불편했다는 분석이다. 기회를 엿보던 일본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을 고리로 네이버 경영권을 무력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일본 통신사 소프트뱅크가 적극적으로 네이버 지분 매입을 추진하는 것도 현지 정부의 물밑 지원 없이 어렵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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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협상 시작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깊어지는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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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뉴스1
지분을 전부 사들이려면 현금 10조원 이상이 필요한데 소프트뱅크가 최근 잇따라 투자에 실패한 만큼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소프트뱅크는 앞서 지난 9일 연결 기준 올 1분기 매출이 1조3620억엔으로 전년과 비교해 0.4%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과 견줘 13% 감소한 2471억엔을 기록했다.
단독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일부 지분 매입이 거론되지만 네이버 역시 라인을 포기한 대가로 적절한 수준을 받아내야 해서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내 기업의 불합리한 대우는 막겠다고 밝혔으나 일본 정부를 등에 업은 소프트뱅크의 협상력이 만만치 않아 네이버의 고심이 깊다.
이러한 사태가 지속되면 라인야후 기업가치는 흔들릴 수밖에 없고 지분을 가진 네이버가 매각을 하더라도 불리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일을 진행하면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기 어렵다. 빨리 대처하면 지분협상서 밀리고 시간을 오래 끌면 라인 가치가 하락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라인야후가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이번 이슈를 마냥 끌고 갈 순 없다"며 "지분을 매각한다면 최대한 많이 받아야 하지만 일본 정부의 압박이 지속돼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라인야후 주가는 2021년 11월 820엔 수준에서 지난달 17일 339.2엔으로 거래를 마쳤고 지난 9일 362.6엔, 10일엔 375엔선까지 내려가 반토막 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네이버를 포함한 우리 기업이 해외 사업, 해외 투자와 관련해 어떤 불합리한 처분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지만 범국가적 대책위원회 구성 등 좀 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례적인 2차례 행정제재를 통해 일본정부가 라인야후를 한국기업으로부터 탈취했다"며 "라인야후 탈취 사례는 동남아 등지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여지를 줘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그 어떤 적극적이고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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