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삶을 살아가는 개인은 저마다 가슴 속 이야기를 간직하고 그 이야기로 자신을 이해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이에게 인생은 살아가는 동력이자 견뎌야 하는 고비가 되기도 한다. 동력과 고비는 양날의 검으로 존재하여 가슴속에 잊히지 않을 흔적으로 터를 잡는다.
우리는 매 순간 행복과 불행의 기로에 놓여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듯 탄력적인 삶을 유지하고 순간의 끝이 좌절로 맺힐 때 그 불행은 깊은 골로 남아 한동안 쓰리고 아픈,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함께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의 정의는 어디까지나 스스로 설정하기 나름이다. 평균치보다 더 즐겁고 행복한 순간은 무엇인지, 또 그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는 일 또한 사고방식의 차이에서 결정된다. 설령 이미 일어난 일이 불행하다고 확정 짓는다 한들 그것은 외면하려 해도 피해지지 않고 삶에서 어렵지 않게 발생할 수 있는 무언가로 계속해서 우리의 곁에 머물 것이다.
즉 이해하는 감정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행복과 불행은 모두 부인할 수 없는 형태의 당위적 상황이며 각각 동등한 지위를 갖는 존재가치를 지닌다. SUN KIM 작가는 행과 불행은 결국 모든 개인의 삶에 한 켠씩 자리한다는 사실에 집중하고 동일한 자세로 두 감정을 흡수하여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개별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둔다.
SNS의 대표적인 플랫폼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은 온갖 태그와 호화스러운 사진을 공유하며 마치 인생의 전성기를 전시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SNS야말로 삶의 감추고 싶은 음지와 드러내고 싶은 양지의 부분을 교묘하게 어필할 수 있는 시스템일 것이다.
개별적인 불행은 각각의 과거에 따라 형태와 깊이에 차이가 있어 당사자의 심리를 구전의 방식으로 온전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타인의 그늘을 제대로 살피기 위해 완연히 노력을 다한다 해도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못한 측면은 일일이 내다볼 수 없다.
주체는 본인의 불행을 자신이 수용한 정도에서 최대치로 풀어내어 타인과 소통하려 하고 객체는 객체의 관점에서 바라본 주체의 서사를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한다. 이 과정에서 주체와 객체는 같은 내용을 공유하나 그 사이에서 서로가 살아온 방식과 인생관으로부터 다른 해석을 낳게 된다.
그만큼 자신이 아닌 다른 이의 이야기를 오롯이 납득함에 있어서 불가피한 왜곡과 오해가 도출되고 쉽게 소멸하지 않는 진입장벽이 발생한다. 작가는 평행선상에 존재하는 화자와 청자 간의 채울 수 없는 틈을 그대로 용인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번 전시에서 ‘읽어 내기’를 권장한다. 관객이 온전한 작품을 볼 수 있는 구역을 한정하고 그 외의 모든 작품은 작가가 의도한 장치로 일부가 가려진 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전체의 모습을 담을 수 없도록 설치된다.
바리케이드로 감추어진 작품의 부분은 관객이 간접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조성되었으나 노력을 기울인다면 마침내 전면부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바라볼 수 있도록 제작된다. 탁 트인 공간을 지향하는 대신 작품을 관람하는 방법에 제한을 둠으로써 작가는 노력하여 공을 들임에도 불구하고 끝내 주체와의 간극을 좁히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기쁨과 즐거움은 스쳐 지나가는 감정이 대부분인 반면 쓸쓸함과 고통은 보잘것없는 순간조차 흩어지지 않고 기억 저편에서 오래도록 가시처럼 박혀있다. 이것이 타인을 그이가 기억하는 행복만으로 판단하기에 다소 불충분한 이유이기도 하다. 홀로 감수하기에도 벅찬 생각들은 점처럼 모여 몸과 마음에 끝내 불행이라는 비극적인 회상으로 자리한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을 용기 있게 마주하여 직면하는 감정에 가감 없이 대응해야만 상황의 기복에 휩쓸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작가는 불행을 ‘행’의 관점이 아닌 수평의 위치에 두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사회에 통념적으로 인식된 불행의 고정관념을 탈피하려 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품 자체가 의미하는 불행의 본질과 차이를 폭넓게 이해하고 전시를 관람하는 보편적인 방식과 차별화된 접근으로 작가의 작품을 관찰해 보기 바란다. 더불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초연한 자세를 품어보기를 소망한다.
SUN KIM 작가의 개인전 ‘읽어내기_stories @squares’은 오는 15일부터 21일까지 갤러리 도스에서 열린다.
글=최서원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사진=갤러리 도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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