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호의 예술의 구석] 어색한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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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호의 예술의 구석] 어색한 관찰

문화매거진 2024-04-29 17:09:00 신고

▲ 어색한 관찰 / 그림: 윤건호
▲ 어색한 관찰 / 그림: 윤건호


[문화매거진=윤건호 작가] 대상을 빤히 쳐다보며 하나씩 한 부위씩 그려나간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리다 보니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든다. 눈, 코, 입… 아니 모든 게 이상하다, 분명 잘 그렸는데 뭔가 말이야… 어색해.

그림 그리기의 가장 첫단계는 관찰이다. 대상의 형태와 특성을 관찰하는 것이 기본이 된다. 그만큼 대상을 얼마나 심도있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그림의 퀄리티는 좌우가 된다. 

기틀이 되는 형태의 스케치가 탄탄하면 이미 훌륭한 그림이다. 그런데, 관찰을 위해 빤-히 응시 하다보면 왜인지 모르게 괴리감이 드는 요상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손을 그리다가도 어라? 코를 그리다가도 어라? 싶은… 기분

내 손과 발이, 나무의 열매와 잎이, 강아지의 코와 귀가… 이렇게 생겼었나? 하는 생각. 익숙한 대상들에서 느껴지는 이 낯선 감각은 관찰이 익숙하지 않아서 나오는 감각이다. 그림을 그리기 이전에는 그만큼의 관심과 집중력으로 대상을 바라본 적이 없어서 어색해져버린다. 

익숙함은 사랑만 속이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 또한 속인다. 우리 강아지, 우리 고양이, 간만에 화창한 날씨의 동네 풍경들, 나의 얼굴과 내 손과 발. 익숙하기 그지없어서 잘 안다고 뇌리에 박혀 있다고, 그렇게 속인다. 익숙함에 속아 연필을 잡고 그림을 그려보면 어색할 만큼 다르게 느껴진다. 

어색함을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신체부위는 ‘발’이다. 흔히 우리가 ‘안하던 짓’을 하려다 보면 어버이날 부모님 발을 씻겨드리곤 하는데 그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게 굉장히 어색하다.

생각보다 긴 발가락과 도형으로는 정리가 쉽게 안 되는 형태, 사람발이 이렇게 생겼었나 싶기도 하고 더 빤히 쳐다보면 그냥 발이란 부위 자체가 너무 이상하게 생겼다.

익숙하게 발가락 5개가 있고 사다리꼴 같이 생겼고, 납작하고...라고 생각하면 더 어색해진다. 실제 관찰과 익숙한 정보가 부딪치며 눈앞에 보이는 대상과 지식 사이에서 착각이 일어난다. 때문에 그 특성을 관찰하기가 어려워진다.

발은 각도에 따라 그 형태가 완전히 다르게 보이고 발가락의 가동범위와 축이 굉장히 짧아 자세에 따라 보이는 개수가 다르다. 각도에 따라 발가락은 하나만 보일수도 있고 전부 안보일 수도 있다. 발바닥에 움푹 들어간 아치형의 굴곡은 발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준다. 발이 땅에 닿았을 때와 떨어졌을 때 또한 형태가 전혀 다르다.

내 몸에, 바로 지금 밑으로 쳐다만 봐도 있는 ‘발’, 이렇게나 많은 특성과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그만큼 관찰하지 않아서 그림으로 그리려 하면 어색해진다.

관찰하지 않고 바라보지 않으면 우리는 어색해진다. 빤-히 쳐다보고 1분, 2분 집중해보면 특성을 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고 그릴 수 있다.

오늘 나의 세상은 관찰하고 바라보는 것으로 담을 수 있고 가까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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