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조성준 기자 = 하이브 방시혁 의장은 지난해 봄 미국의 보도 전문 채널 CNN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티스트에 대한 압박과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아이돌 육성 시스템 등 K-팝 시스템의 어두운 면을 언급한 질문에 "과거에는 그랬지만 요즘은 자율성을 최대한 침범하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며 "(압박을 받는 정도로 치면) 서양 아티스트들은 더 심하지 않느냐. 알코올 남용이나 약물 중독으로 끝나곤 한다"고 답해 인터뷰어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그러나 불과 일년여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방 의장 본인이 K-팝 산업의 균열을 부추기는 장본인으로 지적받을 처지에 놓였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자 뉴진스 소속사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경영권 탈취 의혹을 둘러싸고 하이브와 민 대표가 과도한 수위의 폭로를 주고받으면서 K팝 산업의 위기가 아티스트가 아닌 오너와 최고 경영자 등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종가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하이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95%(1만500원) 내려간 20만1500원을 기록했다. 분쟁이 불거지기 전인 19일 종가 23만500원과 비교하면 주가가 12.58% 하락해, 시가총액은 9조6008억원에서 8조3929억원으로 일주일여만에 1조2079억원이나 증발했다.
시총의 이 같은 하락폭은 이번 사태가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의 정도를 보여준다. 특히 아티스트가 관련됐을 때와 비교하면 차이는 비교적 명확해진다. 일례로 지난해 말 블랙핑크와 YG엔터테인먼트의 멤버별 재계약이 불발됐을 당시, 주가는 사흘간 9.22%가 하락했었다.
따라서 두 회사 최고 수뇌부의 대립이 좁게는 하이브란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부터 넓게는 K-팝 산업 전체의 국내외 신인도를 떨어뜨려 위기를 몰고올 수 있다는 견해가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조성일 상지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등과 같은 사례로 알 수 있듯이 특히 미국 등 해외에서는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일수록 오너와 최고 경영자의 언행을 주목한다"면서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조직내 최고 의사 결정권자들끼리의 원색적인 비방전으로까지 번진 지금의 상황은 하이브·어도어는 물론 K-팝 산업에 대한 해외 시장의 불신을 키워 성장을 저해할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일반인은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거액이 걸린 하이브와 민 대표의 '주주간 계약'의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가요계와 음악팬들의 시선아 곱지 않아진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한 매니저 출신 음반 제작자는 "우리같은 관계자들의 시각에서 이 싸움의 실체는 결국 '돈 문제'다. 민 대표가 풋백옵션(시가와 상관없이 지정된 가격에 지분을 되팔 권리)을 행사하면 적게는 1000억원, 많게는 2400억원 이상을 챙길 수 있다는 언론 보도를 봐도 알 수 있다"며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뒤에서는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있는 양쪽 모습에 커진 실망감이 하이브 소속을 비롯한 K-팝 아티스트들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하이브 산하 레이블로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뮤직은 하이브와 어도어의 장외 여론전 양상으로 지난 주말부터 온라인 상에서 퍼지고 있는 하이브와 모 사이비 종교의 관련성 주장 및 방탄소년단의 편법 마케팅 논란 등에 대해 지난 28일 "해당 이야기들은 전혀 사실 무근이다. 아티스트의 권익 침해 사항에 대해선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Copyright ⓒ 아시아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