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주요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자동차들의 평균 가격 추이를 살펴봐도 전기차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케이카가 주요 중고차 플랫폼에 공개된 매물들을 분석한 결과 이달 국산 전기 중고차들의 평균 가격은 2311만 원으로 1년 전보다 18.3% 급락했다. 같은 기간 △가솔린 중고차의 평균 가격은 11.4% △하이브리드는 10.0% △디젤은 7.7% 하락했다. 자동차 내수 시장이 얼어붙어 중고차 가격이 전체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전기차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중고 전기차 가격 하락이 두드러진 결정적 원인은 ‘전기차 캐즘’이다. 지난해부터 경기 둔화,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을 원인으로 업계에 캐즘이 심화됐는데 그 여파가 중고차 시장까지 밀어닥친 것이다.
미국 테슬라를 중심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할인 경쟁이 벌어진 것도 중고차 값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 비야디(BYD)와의 경쟁이 심화되자 테슬라는 ‘차를 시가로 파느냐’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정도로 수시로 가격을 내렸다. 지난해 전기 승용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역성장했던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최근 몇 달 사이 각종 명목으로 전기차 할인 경쟁이 붙었다. 일시적 할인이라 하더라도 해당 가격으로 소비자 눈높이가 맞춰지면서 중고차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동차가 집을 제외하면 가장 큰 자산인데 내연기관보다 감가율이 크다면 전기차를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중고 전기차 가격이 불안정한 것도 전기차 보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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