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미정 기자] "강약약강에 허세 가득한 피라미드 게임 박지영은 저와 완전히 상반되는 인물이예요. MBTI를 살펴봐도 박지영은 ENTJ, 저는 INFP죠. 제가 가장 힘들어하는 인물의 타입을 상상하며 연기했는데 시청자들이 진심으로 싫어해 주셔서 성공적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종영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에서 악역 '박지영'을 완벽히 소화한 이규선. 학생들이 투표를 통해 서열을 매긴 뒤 하위 등급에게 왕따(집단따돌림) 등의 학교폭력을 가하는 이 드라마에서, 박지영은 높은 동급에 오르기 위해 주인공 성수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이용한 뒤 철저히 배신하는 역할이다. 성수지는 박지영을 '손해 보기 싫어하고 이기적이며 욕심 많은 기회주의자'라고 표현한다.
아직 스물여섯 어린 나이지만 경력 10년의 베테랑인 그는 박지영을 보다 완벽히 표현하기 위해 촬영 전 모교에 방문해 여고 아이들의 생활을 살펴보기도 하고, 반 친구들 사이의 관계표에 미묘한 심리전 등을 정리해 문서화했다.
특히 극 중 절친이지만 만만한 오성아 역의 배우 송시안과의 관계성을 생각하며 몰입했다는 이규선은 "촬영 전부터 시안이와 자주 만나 정말 오랜 친구라 생각하며 연습하고 연기했어요. 정말 친해져야 장난치는 장면도 자연스럽고 우리만의 앙상블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똑똑하고 야무진 시안이에게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덕분에 더욱 편하게 성아를 막대할 수 있었죠“라고 말했다.
피라미드 게임은 오디션 때부터 10~20대 여배우들이 모두 모였다 할 정도로 경쟁률이 어마어마했던 작품이다. 이규선은 오디션장에서 연출을 맡은 박소연 감독에게 원작 웹툰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이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어필했다. 그런 그의 노력을 인정한 박소연 감독은 박지영 역할로 낙점한 이규선을 한 삼겹살집에 불러 살을 찌워달라 부탁했고, 박지영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10kg 이상을 증량했다.
실제 고등학생들이 쓸법한 말투와 자연스러운 애드리브는 극 중 박지영의 비중을 원작보다, 첫 화보다 후반으로 갈수록 커지게 했다. 그는 "원작부터 정말 좋아한 작품에 출연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으로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요구하신 것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6개월 간의 촬영 기간 박지영과 완전히 하나가 되기 위해 올인한 점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규선은 때론 학교폭력에 방관 혹은 동참하는 박지영을 연기하며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동급생을 가해하는 장면을 촬영할 땐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날 때도 있지만 티를 내면 안 되기에 꾹 참았다고. 그는 이번 촬영을 계기로 학교폭력의 위험성을 더욱 크게 인지했다고 한다. 학교폭력은 물론 사회에서 일어나는 구조적인 폭력도 방관하지 않고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개인적인 고뇌도 했다.
피라미드 게임은 '어디나 계급과 피라미드가 있다'는 미숙한 생각을 가장 혈기왕성한 학급에서 가시화함으로써 그 부작용과 위험성을 인지시켰다. 이규선은 "피라미드 게임이 단순한 드라마로, 모방할 수 있는 게임으로 남지 않았으면 한다. 드라마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잘 전달돼 서열이나 구조, 틀이 부서져 학교폭력이 사라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10년여 동안 단편영화부터 드라마, 뮤지컬 등 장르 불문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다양한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이규선. 그는 앞으로도 매체나 무대의 경계 없이 활약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피라미드 동료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이규선은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을 촬영하며 많이 성장하고 배웠어요. 실제 고등학교를 다시 다닌 것처럼 친구들과 동고동락하며 재밌게 연기했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에서 연기한 건 정말 행운이라 생각해요. 이 작품을 오래 기억할 것 같아요. 이들과 앞으로 다양한 작품에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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