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살이 많고, 해학적이면서 진지함도 있다. 끝까지 잘 보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도 있고, 가족애, 인류애 있어.”
‘닭강정’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장점인 작품이다. 원작 웹툰 속 설정도 독특했지만, 특유의 ‘말맛’ 살린 개그로 개성을 배가한 이병헌 감독의 인장이 특히나 뚜렷하다. 배우 류승룡 또한 처음엔 ‘농담’으로 ‘닭강정’을 치부했다. 그러나 ‘이런 시도도 있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작품에 임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닭강정’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김유정 분)를 되돌리기 위해 아빠 선만(류승룡 분)과 그를 짝사랑하는 백중(안재홍 분)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딸이 닭강정으로 변했다’라는 황당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외계인’의 존재까지 끌어들여 본 적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 ‘극한직업’을 함께한 이병헌 감독으로부터 이 작품을 제안받은 류승룡도 처음엔 고민을 할 만큼 신박한 작품이었다.
“처음엔 콘셉트를 듣고 농담인 줄 알았다. 그래서 한 귀로 흘렸었다. 그런데 이후 제대로 제안을 받고 웹툰을 봤는데, 제겐 너무 신선했다. 너무 설렜다. 도전의식도 생기더라.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데, 맨 앞에 설정을 배치하고 쭉 풀어가지 않나. 제일 큰 사건이 앞에 있었기에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퍼즐을 맞추듯이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소재도 독특하지만,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심상치 않다. 알 수 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헛웃음을 유발하는가 하면, ‘의문의 기계’를 둘러싼 비밀이 과거와 우주 공간을 넘나들며 무한 확장되기 시작한다. 마치 잘 짜인 연극 무대처럼 이어지는 ‘닭강정’의 독특한 전개지만, 류승룡은 오히려 ‘과거 연극 활동 시절’을 떠올리며 이것이 신선함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내게 연극 톤 같아서 익숙했지만, 그럼에도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기대가 됐다. 연극배우들은 매체로 넘어올 때 그 톤을 빼는 게 힘들다. 지나친 발성이나 과도한 몸짓 같은 걸 지워야 하는데, 그게 힘들다. 그런데 이번엔 오히려 그걸 해야 했고,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게 했다. 시청자들도 신선하게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태어났을 때 음원을 통해 음악을 듣던 친구들은 LP판을 신기하게 보지 않나.”
대신 ‘부성애’라는 선만의 중심 감정은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닭강정’은 언뜻 황당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선만의 애틋한 부성애로 감동을 유발하고, 백중의 순애보로 뭉클함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끈다. 류승룡 또한 이 장점에 초점을 맞췄다.
“이준익 감독님이 그런 이야기를 하셨다. 축구를 할 때 스타 플레이어를 보는 것 같지만, 공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안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따라갈 것 같지만, 전체 이야기를 놓치면 안 된다는 말씀이었다. 최선만은 딸을 구하기 위한 마음을 가진 인물이다. ‘테이큰’의 리암 니슨처럼 생각했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진짜였다. 그런 중심이 있었기에 (이 이야기가) 과하지 않게 다가간 것 같다.”
국내 드라마 시장에 ‘다양성’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취향이 ‘독특’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런 작품도 있어야지’라는 믿음이 류승룡을 이끌었다.
“취향을 타는 작품이라고 생각은 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무서운 건 잘 못 본다. 제 취향이 그렇다. 저는 고수도 못 먹었다. 그런데 고수를 꼭 넣어서 먹는 사람이 있어서 나도 용기를 내서 먹어보니 맛있더라. 이 드라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처음엔 이상하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런데 진입장벽만 넘으면 중독성이 있다. 생각 없이 웃는 게 많은 스트레스를 제거할 수도 있다. 일상, 고정관념에 대한 디톡스 같은 것을 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이 ‘K-드라마’의 힘이라고 믿었다. 사극부터 좀비물, 또는 크리처물까지. 다양한 장르물들이 사랑을 받지만, 이렇듯 ‘신선한’ 전개로 색다른 웃음을 선사하는 작품도 ‘K-드라마’의 장점이라는 것. “이번엔 ‘K-푸드”라고 너스레를 떨기는 했지만,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전개를 이어나가는 ‘닭강정’의 창의적인 면모 역시 해외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
“결과를 예상하는 건 너무 어렵다. 그런데 넷플릭스를 통해 K-좀비나 사극을 해외에 알린 적이 있지 않나. 그런데 이번엔 K-푸드였다. 레시피가 너무 자세히 나온다. 자꾸 ‘K’가 붙는 게 좀 그렇지만, 이번엔 이야기꾼들의 내공을 보여준 것 같다. 익살이 많고, 해학적이면서 진지함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봤을 때 엉뚱한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끝까지 잘 보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도 있고, 가족애, 인류애가 있다. 그런 걸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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