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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라미란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시민덕희’ 언론시사회에서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보이스피싱으로 내 전재산을 뺏은 조직원이 다시 연락을 해왔다. 사실 자신도 범죄소굴에 잡혀(?)있고, 이용당하고 있으니 구해달라는 것이다. 꼬리 자르기로 늘 증거없이 도망가는 보이스 피싱 집단은 사실 국제적인 골치거리. 총잭의 얼굴을 본 사람도 적고 그나마 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모르는게 이들의 수법이다.
알고보니 고소득 해외아르바이트를 위해 타지로 건너온 젊은이들이 범죄자들에 의해 핸드폰과 여권을 뺏긴 채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었다. 덕희(라미란)는 그런 송대리(공명)에게 사채까지 써가며 급전을 빌려 한줄기 빛 같은 대출을 희망했고 결국 희생양이 됐다. 그의 사건을 접한 형사(박병은)은 혀부터 찬다.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8번이나 돈을 요구하는데 덕희는 그걸 충실하게(?)보낸 호구였다.
“아니, 의심도 안했어요?”라는 말에 덕희는 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다. 영화 ‘시민덕희’는 경기도 화성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거래은행의 담당 대리라고 속인 가해자는 얼마 뒤 “살려달라”고 구조요청을 보내왔고 피해자였던 한 시민이 적극적으로 이를 도왔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포상금 지급도 미루고, 구체적인 정보를 의심했으며 사건 해결이 된 것도 알리지 않았다. 결국 언론의 보도가 시작된 후에야 “포상금 지급에 기한은 없다”며 총 1억 원의 상금중 100만원을 보내는 것으로 끝냈다고 전해진다.
‘시민덕희’는 실화에 기초하나 개인의 정의로움을 배우 라미란에게 오롯이 맡긴다. 지방의 한 세탁공장에서 일하는 싱글맘이자 동료들에게 늘 신임을 얻는 그는 화재로 인해 모든걸 잃은 사람이다. 은행 대출이라도 받아 급한 불이라고 끄려고 했지만 그나마 조건이 안된단다. 자신의 처지를 알고 연락해 온 손대리는 자신의 은행 신분증으로 안심을 시키고 누가봐도 합법적으로 보이는 서류 작성을 요구한다. 등본도 수수료도 좀더 나은 조건의 통장발급까지 대한민국 은행이 이렇게 친절할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쨌거나 전재산인 3200만원이 중국 어딘가로 사라진걸 알고 덕희는 좌절하지만 이제는 “살려달라”고 온 전화를 간과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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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화루’.영타를 한글화 하면 손대리가 제보한 식당이 나온다. 실제 국내에서 잡힌 총책은 거액의 합의금을 제시하며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는 후문. (사진제공=쇼박스) |
‘시민덕희’의 무서운 점은 다큐멘터리로 비춰질 법한 진지감을 가볍게 건들인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총책의 얼굴을 본 손대리의 동료(이주승)는 흡사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급 몽타주로 웃음폭탄을 날리고, 깜짝 등장하는 이무생의 살기는 화면을 뚫을듯이 날카롭다. 무엇보다 해외 취업의 미끼, 간단한 해킹으로 털리는 개인 정보, 그로 인한 여러 범죄 모의등을 빠르게 훑고 지나가지만 묵직함은 남는다.
박영주 감독은 11일 영회 시사회 직후 “보이스피싱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를 하기로 결정하고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 피해자들의 자책감”이라면서 “때문에 피해자가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과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잘 그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라미란 역시 “너무 평범하지만 용감하고 강단있는 인물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망설임 없이 선택했던 작품이었다. 어떤 용기로 벼랑 끝 상황에서 헤쳐 나갔는지 응원하는 마음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24일 개봉.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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