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운 나날] 최민식과 다나카의 차이, '명량'의 이순신을 웃음으로 대한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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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운 나날] 최민식과 다나카의 차이, '명량'의 이순신을 웃음으로 대한 죄

한류타임스 2023-08-21 17:04: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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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군과 '명량대첩축제' 측이 결국 다나카 섭외를 포기했다.

해남군이 2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축제 본연의 취지와 의미를 살리기 위해 다나카의 출연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명량대첩축제 다나카 섭외 논란에 대해 밝혔다.

앞서 '2023 명량대첩축제' 측은 스페셜 게스트로 방송인 다나카(본명 김경욱)의 섭외 소식을 밝혔다. 이에 일본 호스트를 표방한 캐릭터가 역사문화축제, 그것도 명량대첩과 연관되는 것에 대해 맹렬한 비난이 쏟아졌다.

나아가 공식 SNS를 통해 "명량 축하쇼에서 함께 즐길 준비 되어있으므니까"라고 다나카의 일본어 발음을 흉내낸 문구로 홍보에 나섰다. '모에모에꿍'이라는 해시태그까지 더해 공분을 샀다.

이에 해남군은 21일 섭외 취소 공지와 함께 "전라남도·해남군·진도군은 당초 다나카라는 일본인 캐릭터가 이순신 장군을 두려워하고 존경하는 이미지를 축제 속에서 보여주기 위해 명량대첩축제 인플루언서로 섭외했다"고 논란을 발생시킨 계기를 해명했다.

다나카는 자신의 일본 호스트 캐릭터를 통해 뮤지컬 '영웅'과 '한산: 용의 출현'을 "공포 영화"라고 표현하고,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의사를 무서워하며,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표현해 웃음을 남겨왔다.

주최측이 도모했던 취지가 무엇인지는 나름 해명이 됐다. 행사란 무릇 손님들이 많이 들어차야 의미가 배가되는 법이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멀어지는 10~20대에게 이순신 장군과 명량대첩의 의의를 알리기 위한 타깃형 섭외였을 터다.

하지만 아쉬운 접근이다. 이순신 장군과 명량대첩은 대한민국 불세출의 영웅이자 세계적인 승전이지만, 결국 우리 민족의 고통과 수없이 많은 피가 담긴 아픔의 역사다. 세월이 흘렀기에 친숙하게 다가서려 했던 것은 십분 이해하나 아픔을 남긴 일본 캐릭터가 웃음으로 희화할 역사가 절대 아니다. 

"신에겐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

감히 영화 속의 명대사라고 말하기도 힘든 충무공 이순신의 어록이다. 이순신 장군은 명량해전에 앞서 올린 장계에 "今臣戰船尙有十二"(지금 신에게 아직 12척 전선이 있사옵니다)라고 적었다. 

영화나 드라마 등 미디어를 통해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그리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부담감을 토로한다. 역사적으로 너무나도 위대한,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영웅이기에 그와 마주하는 마음 역시 진중해지기 마련이다. 이야기를 잘못 쓰면 왜곡이 되고, 인간미를 더하다 희화 혹은 비하 논란에 빠지기도 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순신 장군이 차지하는 위상이여 당장 광화문 앞을 지키는 동상의 위용만 바라봐도 느낄 수 있다. 조선의 옛 궁궐인 경복궁 앞을 단호히 지키고 있는 모습은 언제고 나라를 지켜준 고마움과 존경을 가슴속에 아로이 새긴다. 하여 이순신 장군의 언행과 글귀, 업적 등을 미디어로 다룰 땐 공을 들이며 경건한 마음으로 다가간다.

"이순신 장군은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분의 삶과 업적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감명을 님긴다. 이순신 장군을 연기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꼈다. 하지만 그분의 정신을 되새기고, 그분의 삶을 영화로 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민 배우인 최민식이 '명량' 인터뷰 때 털어놨던 심경이다. 그 어떤 어려운 역할을 능히 해내고, 연기에서 둘째라면 서러워할 베테랑이 자신의 배역에 부담을 토로하는 게 낯설었다. 배턴을 이어받은 '한산'의 박해일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이순신 장군은 우리 민족의 영웅이다. 그분의 삶을 연기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영광이지만, 동시에 큰 책임감도 느꼈다. 이순신은 훌륭한 장군이었지만, 동시에 인간이었다. 그분의 인간적인 면모를 잘 표현하고 싶었다. 그분의 정신을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뮤지컬 '영웅'을 초연부터 이끌어왔고, 영화 '영웅'에서도 안중근으로 열연을 펼쳤던 정성화는 공식 행사는 물론 언론과 인터뷰에서 안중근 의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존경심을 드러내며, 그의 진심을 전달한 바 있다. 또한 평소 농담을 즐기는 유쾌한 성격이지만 관객을 만나는 무대인사에서도 늘 말과 웃음을 아끼려는 노력을 기했다.  진심이 통해야 대중도 공감하는 법, '명량'과 '한산', '영웅'이 호평과 흥행을 이뤄냈던 비결이다.

이순신 장군, 그리고 항일의 역사는 우리 민족에게 있어 불가침의 영역과 같다. 재미를 위해서 마냥 웃으며 다가갈 수 없는 특별한 존재다. 만약 유대인 앞에서 독일인 캐릭터가 코미디로 홀로코스트를 웃어 이야기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해한 국가도 피해 받은 국가도 그 역사를 뼈에 새기고 후세에게 남기고 있는 그들이다. 하지만 역사를 되새기려던 '2023 명량대첩축제' 역사를 망각했음을 입증하려던 행사가 됐다. 

다만 행사가 열리기 전 옳은 결정을 한 것이 다행일 따름이다. 해남군 측은 "정유재란 시기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나라를 지켜낸 이순신 장군과 민초들의 뜻깊은 승전을 기념하는 축제가 본연의 취지와 의미를 살릴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철저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무쪼록 '2023 명량대전축제'가 그 취지에 맞는 행사로 개최되길 두손 모아 바라 본다.

사진=2023 명량대전축제 공식 SNS, CJ ENM

 

권구현 기자 kkh9@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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