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이슈] 불공정 계약서로 시작된 ‘어른동화’의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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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이슈] 불공정 계약서로 시작된 ‘어른동화’의 충돌

한류타임스 2023-06-15 11:15: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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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한 계약을 맺은 건, 제 절박함이 빚은 실수입니다. 하지만 그 불공정한 계약조차도 이행하지 않고 제 영화를 훔쳐 가면 안 됩니다”

지난달 20일 크랭크인 한 영화 ‘어른동화’의 각본이 제작자의 갑질에 의해 뺏겼다는 주장이 나왔다. 윤모 감독은 2020년 10월 해당 영화의 ‘각본 및 감독’을 영화 제작사 수작과 체결하였지만, 현재 촬영장에 있는 감독은 다른 사람이다.

‘어른동화’ 각본을 쓴 윤 감독은 14일 한류타임스에 “영화 ‘어른동화’ 사건의 핵심은 불공정 계약이 아닌, 계약 불이행이다. 보수의 총액과 기간, 해지의 조항 등이 없는 불공정한 계약을 맺은 건 입봉에 대한 저의 절박함이 빚은 실수”라고 인정했지만, “영화사가 다른 사람을 감독으로 고용한 것은 명백히 계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류타임스가 입수한 영화사와 윤 감독이 체결한 ‘각본 및 감독’ 계약서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권장하는 표준계약서가 아닌 민간 계약서로, 정말로 보수의 총액과 용역의 기간이 특정되지 않았고, 해지의 조항도 없었다. 또한 ‘캐스팅과 스탭의 고용, 일정, 예산’ 등 거의 모든 조항에서 을과 협의하되 최종적으로는 갑이 결정한다고 쓰여 있다. 

윤 감독은 “‘어른동화’ 제작이 부진해지자, 윤 감독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영화진흥위원회 제작지원사업에 지원해서 당선을 이뤄내, 제작비 2억3,000만원을 영화사에 전달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혹시 제작을 못 하면 돈을 토해내야 한다면서 각색 작가도 구해주지 않는 등 독단적인 진행을 일삼았다. 이에 지쳐서 계약을 바꿀 수 있냐고 제안하는 과정에서 박 대표와 윤 감독의 불협화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윤 감독이 계약을 철회하겠다고 요구하자 수작 박 대표는 윤 감독이 집필한 또 다른 작품인 ‘이미테이션’ 저작권 등록을 제작사 단독으로 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신뢰 관계가 완전히 깨졌다. 박 대표는 윤 감독의 계약 해지를 방어하는 측면에서 ‘이미테이션’을 등록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윤 감독은 검증된 작가가 아니다. 그래서 표준계약서를 맺지 않았다. 검증된 작가라면 표준계약서를 썼겠지만, 윤 감독은 신인이라서 제작자로선 불안한 측면이 많았다”며 “만약 표준계약서를 써야 했다면 나는 계약을 안 했을 것이다. 저도 나름 선의였다. 표준계약서로 하면 오히려 신인 감독이 더 나올 수 없는 게 영화계 현실이다. 그런 점을 생각해야 한다. 불공정하든 어떻든 계약을 맺었으면 본인이 감수해야 한다. 뒤늦게 바꾼다는 건 오히려 감독이 사기 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저 역시 개발 단계에서 시간과 경제적인 면에서 에너지 소모가 있었다. 감독이 갑자기 계약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철회한다고 하면 저 역시 큰 손해를 보는 것이다. ‘이미테이션’은 다시 내놔도 상관없다. 저도 손해를 방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영화감독 A는 “요즘은 말단 스태프도 표준계약서를 작성한다. 선장이 되는 감독과 작가에게 표준계약서를 쓰지 않는 건 제값을 주지 않고 물건을 사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표준계약서가 아님에도 계약을 한 작가에게도 잘못이 있다. 아무리 절박해도 이런 계약은 맺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영화 제작자 B는 “표준계약서로 계약을 맺지 않은 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신인 작가라서 집필 기간이 늘어나거나, 각색 작가가 필요할 수도 있다면 충분한 협의를 미리 했다고 본다. 너무 돈이 없는 제작사도 있다. 표준계약서가 제작자보다는 작가나 감독에게 조금은 기울어진 측면이 있다. 그럴수록 더 조심히 충분히 접근해야 한다. 갑과 을의 횡포라기 보다는 영화라는 큰 작업을 헤쳐나가는 데 발생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해자와 피해자라기 보다는 창작자와 제작자 간의 정말 솔직한 이야기를 툭 터놓고 얘기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각자 고충이 다르고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대화가 정말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0년 10월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윤 감독은 박 대표에게 계약과 관련해 메시지를 전했고, 답이 없자 11월 재차 계약에 대한 대화를 나누자고 전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윤 감독은 “그리고 2022년 3월 박 대표가 섭외한 정모 PD로부터 연락이 왔다. 정 PD는 내게 캐스팅 진행 상황을 보여주며 ‘2021년 10월부터 캐스팅을 진행했다. 박 대표가 윤 감독과 감독 관련 대화를 나눠보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래서 저는 ‘기존의 불공정한 계약으로는 같이 일할 수 없다’고 밝혔고, ‘계약 문제는 물론, 상호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대안을 제시할 것인지 말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PD와 박 대표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저는 최종적으로 ‘나와 협의되지 않은 영화 제작을 멈춰 달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고 대화를 마무리 했다”고 했다.

윤 감독이 제공한 파일에 따르면 정 PD는 박 대표와 윤 감독 사이에서 중재자로 나섰다. 정 PD는 작품이 완성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윤 감독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둘 사이의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박 대표는 “윤 감독이 감독을 안 하겠다고 해서 다른 감독을 구한 것이다. 이미 캐스팅은 진행됐는데 감독 의지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감독을 구했다”며 “영화화의 권리는 수작에 있다. 우리는 감독에게 감독 우선권을 줬다. 본인이 포기한 것이다. 감독도 계약 관계인데, 감독이 없으면 그대로 덮어두고 가야 하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새 감독을 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감독은 “정 PD는 내게 감독 의지 여부를 물었고, 나는 결코 감독을 안 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감독 여부를 묻기 전에 계약과 신뢰 회복에 대한 부분을 바로 잡고 가길 원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이 대화에서 ‘같이 일할 수 없다’는 부분만 떼어서, 마치 내가 감독을 거부한 것처럼 말하고 다닌다. 분쟁이 발생한 2021년 10월 8일부터 크랭크인 전까지 무려 1년 7개월 동안 총 3번밖에 연락을 나누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와 직접 대화를 한 건 하나도 없다. 계약과 관련한 내용증명, 정 PD와의 문자 메시지와 크랭크인 직전인 2023년 5월에서야 ‘만나서 협의하자’는 내용증명이 전부”라고 말했다. 

이어 “수작은 대체 어떻게 내게 지속적으로 감독직을 제안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만약 내가 감독직을 거부했다 하더라도 내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 됐다. 그리고 ‘어른동화’ 저작권이 내게 있기 때문에, 수작은 영화를 안 만들었으면 됐다. 영화는 만들고 싶은데, 저를 감독으로 쓰지 않고 싶어서 박 대표는 그야말로 수를 쓴 것”이라고 분개했다.

박 대표는 “집필은 윤 감독이 했을지라도, 영화화의 권리는 수작에 있다. 나는 내 권한을 행사했을 뿐이다. 윤 감독이 내용증명을 보내 자기가 감독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캐스팅이 진행된 뒤에는 이미 되돌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쟁점은 신뢰 관계 회복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 차이다. 윤 감독은 신뢰 회복을 우선시했고, 박 대표는 그것보다 먼저 감독에 대한 의무를 우선했다. 

박 대표는 “윤 감독이 감독을 안 맡겠다고 하지 않았지만, 감독을 하겠다고도 안 했다. 오히려 계약을 바꾸자는 더 큰 요구를 했다. 나도 억울하다. 이미 캐스팅이 진행된 상황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였다”고 반박했다.

이에 윤 감독은 “바로잡을 수 있는 수많은 시간이 있었지만, 영화사는 철저하게 나를 무시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결국, 다른 사람이 감독을 맡게 됐다는 소식을 지인을 통해 들었다. 나는 각본과 감독 계약서를 맺었다. 내가 감독을 맡지 않는 한 이 영화는 제작돼선 안 된다”며 “수작은 촬영이 들어간 뒤에야 각본료를 주겠다고 회유했다. 돈으로 막으려 한 것에 모욕감을 느꼈다. 언론에 제보하면 손해배상을 하겠다고 협박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인 싸움에 응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낮다. 다른 동료나 후배들이 나와 같은 상황을 겪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저작권법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올바른 창작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마무리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함상범 기자 kchsb@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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