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선천적 청각장애로 양쪽 귀가 들리지 않는 프로 복서 케이코.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도쿄 도심의 작은 복싱 체육관에서 훈련을 거듭하며 다음 시합을 준비한다. 끊이지 않는 고민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생각들이 마음에 쌓여만 가고, 체육관 회장에게 당분간 쉬고 싶다는 편지를 썼지만 끝내 보낼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케이코는 체육관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는다.
▶ 비포스크리닝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엔카운터 부문)를 비롯, 제66회 BFI 런던영화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제35회 도쿄 국제영화제 등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어 상영된 바 있는 화제작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미야케 쇼 감독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을 이어 일본 영화계의 새로운 세대의 최전선에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감독입으로 2012년 작품 '플레이백'이 로카르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으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2019년 베를린영화제에서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가 상영되면서 세계 영화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번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의 초청을 두 번째로 받게 되었다.
주연 케이코를 맡은 키시이 유키노 배우는 영화 '사랑이 뭘까', 드라마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 등으로 국내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으며,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이번 작품을 위해 고강도의 복싱 훈련은 물론, 선수와 같은 피지컬을 만들기 위해 엄격한 식단 관리와 운동을 병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특히 대사 없이 표정과 몸짓만으로 케이코 역을 소화하면서 다채로운 감정을 눈빛으로 전달하는 등 뛰어난 연기력으로 평단의 찬사를 받고 있다.
이 작품의 또다른 기대 포인트는 바로 16mm 필름으로 촬영되었다는 점이다. 16mm 특유의 아름다운 색감과 독특한 분위기를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 애프터스크리닝 이 작품은 일본 최초의 농인이면서 프로 복서가 된 여성의 자서전을 토대로 만들어 졌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대게 '충실히 재현하겠다'라는 목표를 가지고 만들어 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현실성 보다는 영화적 감성에 충실하여 만들어졌다. 농인이며 청각장애로 살아가는 '케이코'에게는 사회에서나 그가 주로 시간을 많이 보내는 체육관에서의 크고 작은 소음이 들릴리 없을 것. 하지만 이 영화는 시작부터 '케이코'가 연필로 따박따박 일기를 써내려가는 소리부터, 체육관에서 줄넘기를 하는 소리, 운동 기구의 스프링 소리, 샌드백을 두드리는 펀치 소리 등 청각적 감각을 자극하는 여러 소리들을 차례로 조금씩 중첩하며 일상의 소음으로 완성시킨다. 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정보도 마치 사진 같은 정적인 화면부터 시작해 조금씩 빛에 따라 흔들리고 반사되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사물들로 확대된다. '케이코'의 감각을 관객들이 서서히 느끼고, 어느샌가부터는 '케이코'의 시선과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고 나중에는 '케이코'의 세상이 조금씩 커지고 확장된다는 것이 느껴져 감도으로 자리를 뜰 수 있게 만드는 '느림의 미학'에 충실한 영화다.
영화의 스토리는 대단한게 없다. 프로 복서인 '케이코'가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케이코'에게 복싱 체육관은 어떤 의미인지, 그녀가 두 번째 경기를 치르고 난 뒤 세 번째 경기를 치를때 까지 어떤 심경으로 일상을 보내는지, 세 번째 경기 이후 '케이코'는 어떻게 할지. 놀라운 반전도 없고 흥미로운 인물이 등장하지도 시선을 빼앗길 다른 건 없는데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케이코'의 요동치는 마음속에 푹 빠졌다 나온 듯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감독의 연출 의도는 자막을 넣는 부분에서도 잘 드러난다. 수화와 동시에 자막을 넣지 않고 수화를 하고 난 뒤 까만 화면에 자막만 넣어 방금 전 '케이코'가 수화를 할때 표정이 어땠는지, 손짓에는 어떤 감정이 실렸었는지를 되돌아보게끔하는 형식이었다. 미야케 쇼 감독은 "조금 시간을 들여서라도 상대를 이해하고 상대와 함께 하는게 중요했다. 시간을 들여서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자막을 연출했다."라며 이 장면의 연출 의도를 기자간담회에서 밝혔었다.
바로 이 의도가 이 영화 전체를 일맥상통하는 메시지였다. '시간을 들여서라도 상대를 이해하는 것'.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이 영화를 보고 느껴야 할 부분이다.
선천적 청각 장애를 가진 프로 복서 케이코가 혼란과 고민 속에서도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여정을 담은 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6월 14일 개봉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디오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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