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중한 몸을 가진 마동석을 실제로 보면 안쓰러워진다. 걸음걸이조차 쉽지 않아서다. 계단을 내려올 땐 꼭 손으로 어딘가에 의지한 채 절뚝이며 내려온다. 1년 중 360일은 통증이 있다. 연골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 아킬레스건도 거의 다 닳았다. 척추에도 문제가 심하다. 어쩌면 배우로 활약하는 것도 사점을 뛰어넘는 인내일 수 있다.
그런 마동석은 충무로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연기를 비롯해 약 80편이 넘는 시나리오를 개발 중이다. 제작자로 나서 개봉하는 영화를 만들고, 할리우드로 나가 외국 스태프들과 협업한다. 시간이 비면 틈나는 대로 복싱을 한다. 쉼 없이 몸과 머리를 굴리고 있다. 우리나라 배우 중 유일무이하게 새로운 수익 모델을 유의미하게 만드는 존재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마동석이 인생을 갈아 넣으며 정성을 들인 작품이다. 이미 8편으로 구성이 완성된 이 시리즈의 3번째 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빌런이 두 명으로 추가됐으며, ‘마석도’(마동석 분)의 직장도 변경됐다. 액션도 원펀치 스트레이트로 끝났었는데, 이번에는 리듬감이 생겼다. 잽과 스트레이트고 절묘히 배합돼 있다. 아울러 코미디 분량도 늘었다. 비슷한 맛인데 뭔가 다르다. 이보다 더 잘 만든 오락영화를 찾기도 어렵다.
그런 가운데 마동석이 지난 24일 한류타임스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동석은 몸이 힘들고 스트레스도 쌓이지만 하고 있는 작업이 재밌어서 지칠 줄 모르고 일을 한다고 했다. 연출이나 상을 받는 것에는 큰 관심은 없고 오롯이 영화가 제작되는 과정과 관객을 만나는 순간이 행복하다고 했다. 한류타임스는 배우이자 제작자로서 나선 마동석의 ‘범죄도시’ 제작기를 일문일답으로 풀어본다.
‘범죄도시3’의 출발점은?
‘범죄도시2’가 끝나자마자 바로 대본 작업에 들어갔다. 2편이 너무 충격적인 스코어가 나왔다. 저희도 많이 놀랐다. 팬데믹 중이었는데 그런 스코어가 나왔다. 즐길 틈도 없이 계속 3편 회의 하고 밤새고 그랬다. 12월 31일과 1월 1일 넘어갈 때도 회의 중이었다.
이번에 가장 큰 특징은 일본인 빌런이 나오는 것이다.
애초에 스토리에 일본 야쿠자가 있었다. 영화에서는 조금이라도 가짜처럼 보이면 안 된다. 야쿠자가 나온 사건 자료를 친한 형사에게 받은 게 있다. 1~2편의 구도를 벗어나고 싶었다. 다소 위험한 선택일지라도 이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오키 무네타카는 어떻게 선택하게 된 것일까.
물론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배우가 많지만, 일본 배우가 와야될 것 같았다. ‘바람의 검심’을 잘 봐서 그쪽 배우들을 찾아봤다. 제가 제작자긴 하지만, 좋은 평가를 해도 배우가 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그림이 좋지 않다고 판단됐다. 이상용 감독이 컨택했다. 다행히 소통이 잘 됐다. 아울러서 아오키 무네타카가 일본 관계자들 사이에서 평판이 정말 좋았다. 현장은 늘 힘든 곳이다. 그래서 좋은 사람들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아오키 무네타카가 ‘동석이형’이라면서 잘 따라줬다.
쿠니무라 준도 나온다.
장원석 대표와 쿠니무라 준이 친분이 있다. 저랑은 미국 에이전트에 같이 소속돼 있다. 하루 촬영을 하셨다. 특별히 아무것도 안 하는데, 소름 돋게 만드는 연기가 정말 좋았다. 명불허전이다.
8편까지 어느정도 구축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게 다 짜여있는 건가.
나름 마석도의 세계관이 구축이 돼 있다. 마석도의 나이가 있는데, 1편이 서른살이고 2편이 7년 후면 3편은 40대가 된다. 그런데 갑자기 프리퀄을 찍을 수는 없다. 그래서 그 시대에 맞는 사건들이 나온다. 시간 순서대로 부서도 그렇고 여러모로 디자인을 해놨다.
초롱이가 장이수를 대신했다. 고규필을 선택한 건 정말 신의 한 수였다.
OCN ‘38사기동대’를 함께 했다. 다양한 걸 할 수 있는 배우인데 깡패 역할은 안 해본 것 같았다. 이번에 함께하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고규필을 추천했고, 의상이나 문신도 직접 찾았다. 이런 걸 다 하느라 잠을 못 잔다. 물론 의상팀이 훌륭하긴 하지만 당시 깡패들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는 잘 모른다. 그런 것까지 관여한다.
문신도 신경을 많이 썼다. 타투팀 스태프는 원래 알던 친구였는데 ‘이웃사람’에서 내가 추천했다. 그 이후로 정말 많은 작품에서 활약했다. 너무 외형만 생각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착장이 달라지면 배우의 마음가짐이 바뀐다. 걸음걸이도 달라진다.
전석호도 의외의 포인트다.
저랑 잠깐 다투는 신이 있었다. 전석호는 복싱 선수 경험이 있다. 원투 치고 저한테 맞는 합이었는데, 왠지 잘 맞을 것 같았다. 연기도 잘 하는 친구다. 확실히 잘 선택했다.
‘범죄도시’는 악역이 엄청난 매력을 뿜어낸다. 악역을 고를 때 최우선 조건은?
악역을 많이 안 해봤던 배우들을 선호한다. 신선해 보일 것 같다. 윤계상도 극악무도한 역할을 안 해봤고, 손석구는 당시 신인에 가까웠다. 이준혁도 악역을 많이 해보진 않았다. 그리고 성품을 많이 본다. 이왕이면 좋은 친구들이랑 해보려고 성품과 평판도 많이 따진다. 4편은 김무여롸 이동휘다.
마동석은 연출자를 기용하기도 한다. 이상용 감독이나 시즌4의 허명행 감독이 그 예다. 영화인들이 오히려 마동석을 통해 기회를 얻는다.
오랫동안 일을 함께 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보람될 것 같았다. ‘황야’라는 작품에서 허명행 감독을 데뷔시키려고 했다. 시나리오에 차질이 생기면서 결과적으로는 잘 안 됐다. 허 감독의 연출력을 믿고 있다. 무술 감독으로서는 흠 잡을 곳이 없다.
3편에서 이상용 감독이 찍고 있을 때 누군가는 4편의 프리프로덕션을 진행해야 했다. 자연스럽게 허 감독이 그 자리를 맡았다.
3~4편을 연달아 찍었다. 어떤 점이 효과적일지 궁금하다.
비용이 줄고 스케줄을 면에서도 수월하다. 원래는 3편과 4편을 모두 이상용 감독이 찍으려고 했다. 한 편을 찍고 준비하는 데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시나리오나 배우 캐스팅, 각종 장소 섭외까지 프리프로덕션을 두 달 안에 할 수는 없었다. 3편을 준비하는 기간에 4편을 준비하는 팀이 필요했다. 대본이 준비 돼 있는데 미룰 수 없었다. 4편도 덕분에 내년에는 나올 것 같다. 다만 5~6편은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이라 텀이 좀 생길 것 같다.
연출 계획은?
없다. 관심이 없다. 크리에이터로서 관여하는 건 좋아하는 일인데, 현장에서 연출하는 건 그다지 관심이 없다.
굉장한 액션 스타인데, 문인이기도 하다. 어떻게 직접 기획하고 시나리오도 쓸 수 있었을까.
‘범죄도시’ 1편의 실화가 되는 사건을 처리한 형사와 친하게 지내다 보니까 가능했다. 복싱을 같이 한 친구다. 복싱이 나이를 먹으면 못하기 때문에 관장이나 형사가 되는 케이스가 많다. 그런 친구들에게 소스를 듣는다. 이야기가 짧아서 영화하기 힘들거나, 너무 정적이거나 하는 건 털어내고 보니까 10개 사건 정도 남았다. 그걸로 8편의 시놉시스를 만드었다.
복싱 액션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정확히 어려운 게 뭘까.
글러브를 끼는 것도 아니고 맨손으로 액션을 하는데, 맞으면 정말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턱이 쪼개질 수도 있다. 상대의 얼굴 1cm 앞에서 정확히 멈춰야 한다. 따귀 때리고 다운되는 경우를 보며너 웃기도 하는데, 헤비급이 치면 툭 하고 쓰러진다. 복싱은 사실 오래 싸우는 게 가짜다. 탁치면 끊난다.
액션의 타격감이 좋았던 건 사운드 영향도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이번 사운드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다.
감독에게 믹싱을 신경 쓰라고는 했는데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재밌었다.
여러모로 책임감이 클 것 같다.
아마 10년 동안 쉬지 못한 것도 책임감에서 비롯된다. 저를 기다리는 스태프들이 있어서 몸이 완쾌되지 않았는데 빨리 찍은 적도 많다. 제가 뭐라고 저 같은 별 거 아닌 사람을 기다리게 하나 싶어서 그랬다. 그러다 보니 몸에 더 무리가 왔다. 이 영화를 하러 오는 사람들도 영화가 즐거워서, 재밌어서 삶이라서 한다고 한다.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마동석에 대한 주목도가 최상치다. 이런 반응을 어떻게 생각할까.
배우로서는 쑥스럽다. 늘 혼자 쑥스럽다. 100편이 넘었는데, 항상 아쉽다. 콘텐츠면에서 아쉬울 때는 많지만 개봉하고 나면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흥행이나 이런 점에 미련은 딱히 없다.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크게 슬퍼하지도 않는다.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함상범 기자 kchsb@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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