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 최초 공개
김지운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15년 만에 칸 국제영화제에 동반 진출한 영화 '거미집'이 공개됐다. 그야말로 반가운 귀환이다. 김지운 감독은 영화를 향한 애정과, 영화가 왜 계속 만들어져야 하는지 존재 가치와 이유를 자신 만의 블랙코미디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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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선정된 '거미집'은 1970년대 영화계가 배경으로 주인공 김기열(송강호 분) 감독은 고(故) 김기영 감독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극 중 김기열 감독은 데뷔작으로 주목 받았지만, 이후에는 '막장, 치정극이나 만드는 감독'이라고 불리며 조롱과 멸시를 당하는 신세다.
현재 촬영을 완료한 '거미집' 역시 그 동안 만들었던 치정극과 별반 다르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자, 결말을 바꾸고 싶다. 해내지 못한다면, 자괴감으로 고통 속에 살아갈 것만 같다. 프로덕션 백회장(장영남 분)의 반대가 있었지만 일본으로 출장 간 사이, 그의 조카 미도(전여빈 분)과 본격적인 재촬영을 결심한다.
그러나 배우와 제작진 모두 김기열 감독의 바뀐 결말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 검열이란 국가 권력의 통제와 압박도 큰 장애다. 미도만이 그의 뜻을 지지하고 "걸작이 될 것"이라고 응원한다.
정부의 눈을 피해 이틀 만에 '거미집'을 완성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영화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괴로워하는 김기열 감독. 선배 신상옥 감독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을 믿고 걸작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김기열 감독의 우스꽝스러운 고군분투기가 펼쳐진다.
'거미집'은 영화 안에 또 다른 영화 '거미집'이 동시에 만들어진다. 영화 촬영장의 카메라 안과 밖이 경쾌한 리듬으로 한 껏 응축돼 밀도 높게 오간다. 공간은 영화 세트장으로 한정됐지만,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의 색깔이 뚜렷해 지루할 틈이 없다.
70년대 영화 특징을 살린 말투나 화면 기법으로 만들어진 영화 속의 '거미집' 역시 보는 재미가 있다. 이와함께 70년대 한국 영화계의 사정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한국 영화의 초석을 다진 신상옥, 이만희 감독 등 실제 인물들의 이름도 계속 언급된다.
영화의 맛을 더욱 살린 건 배우들의 앙상블이다.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박정수, 장영남 등 출연 배우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캐릭터의 비중이 분산되거나 산만해질 우려는 거둬도 좋다. 모두가 제 자리에서 제 몫을 해낸다. 오랜 만에 한국 영화에서 배우들의 제대로 된 시너지를 목격할 수 있다.
특히 정수정은 다양한 장르 안에서 구력이 오래된 배우들 사이에서 밀리지 않는 열연과 존재감을 확인시켰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탄 송강호는, '거미집'에서도 기대 이상의 얼굴을 보여준다. 송강호는 친근하지만 모양 빠지는 김기열 감독이 각성하는 장면에서 눈빛으로 분위기를 압도한다.
김기열이란 인물은 김기영 감독에게서 영감을 받았지만, 김지운 감독과 각본을 쓴 신연식 감독이 영화를 향한 애정과 마주하는 자세를 짐작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향해 연서를 써 내려가는 '거미집'의 최초 상영이 전 세계 영화인들의 축제 칸 국제영화제라는 것이 쾌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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