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어공주'(1989, 2023)
과거 무너져가던 디즈니는 '인어공주'라는 작품을 통해 흥하며 다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에 최근 해당 소재를 리메이크하여 영화를 만들었는데, 크게 욕을 먹어 관련 이유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대체 왜 그랬던 것일까요?
디즈니 시대, 막을 연... "인어공주"
영화 '인어공주'(1989), 디즈니
오늘날의 월트 디즈니를 있게 한 단 하나의 작품을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1989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를 떠올릴 것입니다. 극심한 침체에 빠져 있던 디즈니를 일으킨 작품이 바로 '인어공주'였기 때문입니다.
월트 디즈니가 사망한 뒤로 디즈니는 1970~1980년대 장기적인 암울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이 때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28번째 클래식 장편 애니메이션 '인어공주'가 막을 열면서, 회사의 명성을 다시금 회복시켰고 디즈니 르네상스 제2의 전성기를 되찾아 주었습니다.
그야말로 디즈니 왕국의 시작을 알린 대표작인 셈이었는데, 디즈니는 '인어공주'를 시작으로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 등 지구를 강타한 작품들을 뽑아낼 수 있었습니다. 현재의 명성을 갖게 해준 만큼, 디즈니에게 '인어공주'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소작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영화 '인어공주'(1989)
실제로 당시 '인어공주'는 4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미국에서 84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한국에서도 서울 44만 관객을 기록하는 등 해외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전 세계 기준 2억 113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한 바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파급력은 차후 '인어공주2, 바다로의 귀환', '인어공주, 아리엘의 시작' 등의 후속작을 남기기에 이르렀습니다.
한편 '인어공주'는 하얀 얼굴에 빨간 머리카락, 청록색의 지느러미를 가진 외형의 에리얼(주인공)로 대변되었습니다. 인간 세계를 동경하는 에리얼은 에릭 왕자와의 사랑을 위한 다리를 얻기 위해 마녀 울슐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만큼 능동적인 캐릭터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많은 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34년 만에, 컴백... "우리가 알던, 인어공주는?"
영화 '인어공주'(2023)
지금의 월트 디즈니를 있게 해줄 정도로 엄청난 사랑을 받았던 '인어공주'. 그러나 34년 만에 리메이크된 실사 뮤지컬 영화 '인어공주(2023)' 속 애리얼은 우리가 알던 그 애리얼이 아니었습니다.
탐스러운 빨간 머리카락에 백옥 같은 피부와 크고 파란 눈. 이제껏 많은 이들이 알고 있던 인어공주 애리얼을 기대했다면, 이번 애리얼은 상당히 낯설 수 있었습니다. 긴 머리카락은 레게 스타일로 땋았고, 피부와 눈동자는 짙은 갈색인 흑인 인어공주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영화 '인어공주'(2023)
사실 '인어공주'는 애리얼에 흑인 가수이자 배우인 핼리 베일리가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찬반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30년 넘게 사랑받았던 애리얼의 이미지가 있는데, 무리한 주인공 발탁으로 원작을 망쳤다는 불만으로 인해서였습니다.
이로 인해 할리우드에서 인종적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무조건 흑인을 캐스팅하는 세태를 비판하는 블랙워싱이 발생하기도 했고, 온라인에서는 #Not My Ariel이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반대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흑인이 분한 애리얼이 '인어공주' 애니메이션 팬들의 향수와 추억을 손쉽게 파괴해 버렸기에 발생한 사건이었습니다.
영화 '인어공주'(2023)
반면 애리얼에게 중요한 것은 목소리이지 외모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원작에서 에리얼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성우 조디 벤슨은 “에리얼에 대한 베일리의 해석은 정말 아름답다. 완벽한 캐스팅이다”라며 공개적으로 지지한 적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연출을 맡은 롭 마셜 감독은 미국 영화 전문 매체 콜라이더에 “에리얼을 찾기 위해 세계에서 수백 명을 만났는데, 결국 가장 처음 오디션을 봤던 베일리를 능가했던 사람이 없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 뿐만 아니야... "아쉬워"
영화 '인어공주'(2023)
34년 만에 실사 뮤지컬 영화로 돌아왔지만, 우리가 알던 그 인어공주가 아니였기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나왔던 상황. 하지만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인어공주' 세계관과 스토리 속 동떨어진 이미지의 애리얼은 원작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렇다고 신선하고 새로운 확장에 성공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실사화된 바닷 속 캐릭터들은 너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인어공주에 대한 환상을 깨뜨렸다는 의견이 나왔고, 에리얼의 단짝 친구인 귀여운 꼬마 물고기 플라운더를 보고 일각에서는 “횟감 물고기 같다”는 혹평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영화 '인어공주'(2023)
바다 안으로 강한 빛이 들어오는 일부 장면은 세트장을 보는 것처럼 어색해 아쉬웠습니다. 기술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집중도를 깨뜨리는 장면들을 연출하였습니다.
실제로 해당 영화의 감독 마셜은 “영화의 배경 절반 이상이 물속이기 때문에 촬영 설계 단계부터 매우 힘들었다”며 “구상과 작업에 5년 이상 걸렸다”고 밝힌 바 있었습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PC주의"
유튜브 '뉴스토마토'
정말 오랜 시간에 걸쳐 되돌아온 '인어공주'지만, 위 같은 비평들이 이어지자 대중의 눈길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화두에 올랐던 것은 흑인 캐스팅 문제였기에, 해당 이유에 대해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관련 사유에는 최근 디즈니가 소리 높여 외치고 있는 'PC주의'(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종·민족·언어·종교·성차별 등의 편견에서 벗어나자는 주의인데, 그 가치를 추구하고자 원작 속 에리얼을 훼손하면서까지 흑인을 기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허나 편견과 차별에서 벗어나 문화적 다양성을 지향하자는 가치가 어째서 원작 캐릭터의 이미지마저 왜곡해야 하는지는 의문이었습니다. 이는 디즈니를 보고 자란, 디즈니를 사랑하는 팬들이 가장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부분으로 작용했습니다.
영화 '인어공주'(2023)
그리고 '인어공주'의 '과도한' PC주의는 에리얼과 에릭 왕자가 함께 바다로 모험을 떠나는 엔딩에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인간 세계와 바다 속 다양한 인종의 사람과 인어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한데 모이고, 한 사람(인어)씩 스크린 정중앙에 잡히는데 마치 모든 인종들을 전시해 '우리는 하나'라고 외치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인종 차별은 절대 안 돼!'라는 공익 광고 시청을 강요받는 듯 하여 다소 거북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영화 '인어공주'(2023)
성대한 인기에 힘입어 막대한 자본으로 탄생한 '인어공주'는 과도하고 지나친 PC주의로 영화의 본질을 깨뜨렸습니다. 본질보다 가치 추구에 몰두하면 부작용이 생기는 건 자명한 일이었습니다. '인어공주'로 흥한 월트 디즈니가 '인어공주'로 흔들리게 된 셈이었습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인어공주가 디즈니를 살렸는데 다시 죽이고 있네", "예고편 보고 진짜 깜짝 놀랬다", "내 인어공주 돌려내라", "무난하게 가면 될 것을 왜 매를 버는지", "예술에 정치적 목적 좀 넣지 마"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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